문학은 내 삶의 전부이자, 내 삶의 원동력

“문학으로 말하고, 문학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2010-12-02     남윤실 기자

(주)세영산업의 김현탁 대표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는 기업가와 문학가라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학관련 단체, 대학교 강의, 각종 봉사활동 단체 등 그가 속해 있는 단체만 해도 40여 개가 넘는다. 그가 이렇듯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그의 손에는 항상 펜이 들려 있다. 늘 글에 대한 향수와 집념을 버릴 수 없었기에 시간을 쪼개가며 글을 쓸 정도로 열성을 보인다. 기업가와 문학가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냐는 짓궂은 기자의 질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문학가의 길을 택하겠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비춰볼 때 문학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

문학을 통해 삶의 기쁨을 얻는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남다른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 예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문학가로서의 꿈을 잠시 접고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업이 안정을 찾으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지만 그의 마음 한 켠은 늘 허전하기만 했다. 허전함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이 살아 온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아닌 글에 대한 열망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열망을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김 대표가 기업가로 한길을 가지 않고 문학가로 외도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문학과 인생은 평행선상에 놓여있는 것이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글 속에 농축된 경험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빗대어 말하자면 문학은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에 결국 문학은 인생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 이상, 상상의 나래 등 모든 것이 반영되고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과 단절되어 글을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래서 일까. 그의 작품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또한 그의 작품 안에는 작가의 숨결과 그 심연에 흐르는 사유와 감정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상징과 비유로 과장되거나 잘 꾸며진 소설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상세하고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진솔함이 느껴지는데 우리에게 늘 겉으로 보여 지는 인간의 표상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실제로 존재하는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그의 소설은 일상적인 삶에서 접할 수 있는 언어들이 많이 사용됐지만 그렇다고 소설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상투성에서 벗어나 김 대표만의 색깔을 담고 있으며 잔잔한 듯 하면서 강렬함이 느껴지는 독특한 소설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문학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

단순히 그가 글을 쓰는 것에만 그쳤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기업가가 아닌 소설가, 수필가라는 명함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주옥같은 글을 남겼다. 기업을 이끌면서 자신의 문학 활동에 소홀함이 없었던 그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만약 그가 사업에만 몰두했다면 기업은 더욱 대성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기업가적 기질을 높이 사 글을 쓰는 것을 만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에서 펜을 놓을 수가 없었다. 가장 확실한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고 삶에 감사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글은 단순히 취미활동이 아닌 삶 자체였다. 오히려 현재는 기업가라는 이력에 앞서 문학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처럼 아무리 주머니 속에 송곳을 숨기려 해도 언젠가는 송곳이 주머니 속을 뚫고 나오듯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재능을 숨기려고 해도 남에 눈에 드러나는 법. 김 대표도 마찬가지로 문학에 대한 소질과 재능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그는 1977년 수필문학 문예지 공모에서 200자 에세이 부문에 수필 ‘잃어버린 닭’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오며 1987년 문예한국 수필부문과 1989년 동양문학 소설부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1993년부터 95년까지 경기일보에 소설‘바람과 숲’을 연재하며 일약 인기 문인 대열에 들어 선 김 대표는 이후 2001년부터 현재까지 경기일보에 ‘나팔꽃과 빵과 소크라테스’를 연재하고 중부일보에 ‘울음 깊은 강’을 연재했으며 장편소설 ‘공범자’, ‘바람의 숲’ 단편소설짐 ‘그 집안에 무엇이 있었을까’ 등 각종 문예지와 사보에 200여 편의 소설과 수필을 발표해 독자들에게 호평 받아 왔다.

이런 김 대표의 집필 활동은 2003년 제17회 한국예총예술문화상(문인부문 대상)을 비롯해 같은 해 수원시 문화상(예술부문) 수상 등 수많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편 그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김유정 소설의 바보형 인물연구’에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비롯해, 그의 소설 31편 대부분에 등장하는 바보형 인물의 해학과 풍자를 분석하며 김유정소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바보’는 민족 전통성의 발현이며 억눌린 시대의식의 소산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왕성한 창작활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는 앞으로 꽁트집과 시집의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 큰 그림에서 본 그의 향후 계획은 문학성 짙은 대하소설을 쓰는 것과 예술촌을 건립하는 것이다. “제가 꿈꾸는 예술촌은 문인들의 작품전시와 더불어 예술가들이 맘 편히 작품을 제작·전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문학 활성화를 위해 자비를 들여 저명한 문인들을 초청, 시낭송회 등 각종 행사를 개최했으며, 공연분야에 치중된 수원시 문화관련 예산을 문학분야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기업가이며 문학가라는 그의 이력이 다소 생소해 보일 것이다. 언론 또한 그동안 그의 이러한 독특한 이력에 주목해 취재열기 또한 뜨거웠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해 오던 문학에 대한 꿈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특별할 것과 특이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이제는 저의 이력보다는 저의 작품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묵묵히 문학활동에 매진해 문학으로 말하고 문학을 통해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문학가로 남고 싶습니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꺼리가 너무 많아 이것을 어떻게 하나씩 풀어나갈지 고민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펼칠 이야기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이야기로 우리한테 다가올지 사뭇 기대된다.

기업인과 문학가. 언뜻 상반되어 보이는 듯 한 두 세계가 충돌하기는커녕, 긍정적인 파동을 주고받으며 완성되어가는 그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