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의 오감을 사로잡아라! 함승주 위원장 인터뷰
‘송어체험’, ‘얼음체험’ 등 다양한 눈 체험 프로그램 준비 완료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류. 물이 맑고 자갈이 깔린 강바닥에 산란을 하면 부화된 알은 1년 반에서 2년 동안을 강에서 살다가 9월∼10월 바다로 내려가고 3년∼4년이 지난 후 다시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한다. 바다와 강을 넘나드는 이 매력적인 어류 송어를 만나기 위해 해마다 해발 700미터의 하늘아래 첫 동네, 전국에서 가장 춥고, 가장 눈이 많이 내린다는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사람들은 모여든다.
지역의 축제는 자고로 그 지역의 특색을 잘 살려야 성공한다. 여기서도 볼 수 있고 저기서도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축제는 의미가 없다.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축제만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평창송어축제는 개최만으로도 성공적인 지역축제다.
국내 최대의 송어 양식지인 평창의 맑은 물에서 자란 송어는 유난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홍빛 붉은 살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다. 평창 지역에 전국 최다 집단 송어 횟집이 성황을 이루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때문에 평창이야말로 송어축제의 최적지다.
‘눈과 얼음, 송어가 함께하는 겨울이야기’
평창 진부에 거주했던 선조들은 매년 겨울이 되면 눈이 많이 내려 옆집끼리 서로 줄을 메어놓고 그 줄을 따라 눈 터널을 만들어 왕래를 했다. 차가운 강바람에 개여울이 일찌감치 합강(合江)되면 강 속의 큰 바위를 망치로 두드려 겨울물고기를 사냥해서 한 끼니 때우던 시절이었다. 이곳에서 그들이 느껴야했던 삶의 고단함을 축제로 승화시킨 것이 바로 ‘평창송어축제’다.
‘눈과 얼음, 송어가 함께하는 겨울이야기’라는 주제로 매년 겨울 열리는 이 축제에서 송어낚시의 짜릿한 손맛을 느끼면서 다양한 겨울 체험행사와 함께 진정한 겨울축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축제는 송어축제의 기본인 겨울 낚시의 손맛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제반노력을 다했다. 송어양식을 최초로 시작한 지역인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찰지고 맛이 뛰어나고 힘도 세 낚는 손맛이 좋은 송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송어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송어얼음낚시와 맨손송어잡기를 즐길 수 있다. ‘얼음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는 맑은 얼음 위에서 가족 모두가 신나게 아이스 범퍼카, 아이스 ATV, 아이스카트, 스케이트를 만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백두대간에서 깨끗한 눈을 즐길 수 있는 눈썰매, 스노우 래프팅, 스노우 봅슬레이, 아이스 자전거 등 다양한 눈 체험 프로그램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축제는 12월23일 개장을 시작으로 2011년 2월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주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봉사로 평창 알리기 나서
평창송어축제를 주관하는 진부면축제위원회 함승주 위원장은 “눈과 얼음 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체험놀이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하는 축제의 장에서 행복을 나누는 시간을 누리길 바란다”고 전한다.
또, 함 위원장은 평창송어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 주도형’ 겨울축제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대부분의 축제가 지방정부의 지원 아래 이루어지고 있지만 평창송어축제는 주민 모두가 주민후원금(1구좌 5,000원)을 적립하면서 태동하기 시작한 축제다. 노동력과 기술력, 필요한 장비 등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봉사하면서 전국 최고의 송어양식 주산지인 평창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함 위원장은 이 같은 설명 뒤에 “겨울 낚시의 묘미를 태공들에게 돌려줌으로서 한 겨울에도 사람 사는 생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지금은 거의 자리를 잡았지만 첫 행사를 개최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백두대간의 중심축인 오대산 자락의 오대천은 평창군민에게는 축복의 땅이지만 겨울이 길어 농한기가 6개월이나 된다. 게다가 해방 이후 동대문 밖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 진부장터였는데 인구가 줄고 유통업이 변화하면서 약초시장, 우시장, 누에고치시장 등이 없어지면서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고 축제 개최 이전의 평창을 떠올리는 함 위원장. 그는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활발히 오가던 예전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농한기 주민들에게 생산적인 일과 약속의 땅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 것을 이용해 우리만의 축제를 만들자”고 시작된 송어축제는 “작은 돈이라도 우리의 정성을 모아서 시작하자”, “우리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자”, “모든 사회단체와 모든 주인이 참여하는 굿판을 벌이자”는 것으로까지 발전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에 많은 사람들은 평창송어축제를 두고 ‘가장 짧은 시간에 성공한 지역축제’라고들 칭찬한다. 하지만 함 위원장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함 위원장은 물론 지역민들이 꿈꾸는 ‘잘 사는 진부’로 가기 위한 길을 아직도 멀고 험하며, 외롭기 때문이다. 그는 “평창송어축제는 이제 강에 도달한 샘물일 뿐이다. 작은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바다를 향해 갈 테니 지역민들께서 바다로 가는 강을 이루는 샘물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지금껏 ‘성실하게 맡은 일을 하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는 함 위원장. 그는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축제의원들을 통해 이 신념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축제위원들의 자발적인 봉사에 고마우면 고마울수록 또 그만큼 미안했다. 그래서 단 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지역민들을 보면서 평창 진부의 미래를 보았다”는 그는 우리 자녀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꿈이 될 ‘기회의 땅 진부’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 하루도 성실하게 보내고 있다.
이제 성탄연휴와 신년연휴, 주말마다 인구 1만 명의 소도시에 주민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 오대천에서 저마다 추억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하지만 함 위원장은 이 축제가 보다 긴 생명력을 가지고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한계가 남아있다고 말한다. 주민 위주로 축제를 준비하면서 보람과 긍지도 많이 느끼지만 주민 개개인의 일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에 함 위원장은 지방정부의 관심과 기획, 업무관리, 축제분석요원 등의 인력지원과 경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지역민들의 자발적 봉사에 정부의 지원까지 보태어진다면 평창을 찾는 발길은 대대손손 끊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