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스마트폰, 사생활 침해 우려

무분별한 정보유출, 예방 기술이나 정책마련 시급

2010-11-12     안수정 기자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성장세를 타고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5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의 성장세라면 올해 말까지 6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편리성과 정보유출이라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잘 쓰면 유용한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 곁에 24시간 붙어 있는 통신기기로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족 간에 공유했던 PC 등 기존 IT 기기와는 차별화된 이용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이용자는 마켓에 있는 수백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금융이체나 각종 일정 및 이메일은 물론 게임과 영화, 음악 등 여러 개인적인 자료들로 자신만의 폰을 꾸미고 있다.

길을 찾거나, 가격을 비교하고 새로운 지식을 검색하는 등 앱은 우리의 생활을 한결 풍요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로 개발된 앱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논란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연인이나 가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아이폰 용 애플리케이션 ‘오빠믿지’가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위치기반서비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논란, 위치기반의 스마트폰 앱

최근 출시되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오빠믿지’라는 앱은 위치기반의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이다. 앱을 설치하고 연인이나 가족, 친구의 동의만 거치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굳이 “지금 어디에 있어?”라고 전화해서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 앱은 출시되자마자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서버가 다운되는 이변이 발생했고, 벌써 알리바이 앱도 출시되었다. 휴대전화를 급속히 방전시켜 “꺼진 줄 몰랐네”라고 변명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오빠믿지’란 앱이 화제가 되면서 소수의 네티즌 사이에서는 납치ㆍ성폭행 등의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는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유용한 앱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생활 통제를 넘어 침해하는 수준이다”, “누구도 믿지 못하게 하는 디지털 족쇄이다”라며 앱의 존재여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전에도 위치기 종류의 앱들이 나온 적이 있지만 ‘오빠믿지’ 앱은 강력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앱은 전원을 일부러 끄지 않는 이상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감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위치 숨기기 기능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고의로 위치를 숨기려 하는 사실마저 보고돼 이 또한 무용지물인 셈이다.

‘오빠믿지’앱의 열기가 사그러들기도 전에 ‘아들아 믿는다’ 앱의 등장소식도 전해졌지만, 합성사진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오빠믿지’ 앱의 출시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학원에 잘 다니고 있는지, 혹시 다른 길로 새지는 않는지에 필요한 유용한 어플이라는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기반서비스 이용약관 동의 시 법적 문제없다

법적으로 ‘오빠믿지’ 애플리케이션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위치정보사업자와 위치정보서비스사업자로 구분되는데 위치정보사업자는 현재 네이버와 다음, 구글 등의 포털사이트와 삼성전자, 서울시, 한국스마트카드 등 10곳이 현재 방통위로부터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GPS 등 측위장비를 이용해 위치좌표 값을 직접 수집하는 한편, 수집한 값을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된 ‘오빠믿지’ 개발사는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이기 때문에 방통위에 신고를 하고 이용약관에 위치정보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면 서비스 제공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어플과 관련된 법률은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이며, 상대방이 함께 가입해야만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정보제공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상대방이 위치를 숨기는 행위에 대한 알람 관련은 내용 자체가 법률에 없다”고 전했다.

비록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이용약관을 세심히 살펴보고 동의하는 것이 이용자들의 편의에 있어서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용자 10대 안전수칙’ 준수가 최선의 방법

최근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하면서 위피(WIPI·대한민국 표준 모바일 플랫폼) 의무 탑재 조항 해제, 개방형 플랫폼 국내 도입 등으로 다양한 해외 모바일 악성코드가 침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침해사고 예방 및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정보 보호 및 민관 합동대응반을 구성하고, 지난 2월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이용자 10대 안전수칙’을 발표했다.

‘이용자 10대 안전수칙’은 의심스러운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지 않기, 신뢰할 수 없는 사이트 방문금지, 발신인이 불명확하거나 의심스러운 메시지 및 메일 삭제, 비밀번호 설정 및 정기 비밀번호 변경, 무선 인터페이스 사용 때만 ‘ON’, 악성코드 감염 여부 확인, 내려 받은 파일 바이러스 유무 검사한 후 사용, PC에 백신 프로그램 설치하고 정기적인 바이러스검사, 스마트폰 플랫폼 구조 임의변경 금지, 운영체계 및 백신 프로그램 최신 버전 업데이트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500만 시대, 사실상 현대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디지털 매체의 흐름에 어느 정도 순응하지 않고서 살 수는 없다. 이에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무분별한 정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스마트폰의 순기능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