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졸업 후 교사를 준비하던 한 사람의 인생 대역전
“진정한 세일즈맨은 상품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판매하는 것”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간혹 비범한 무속인이 크고 작은 미래를 예측해 보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애를 폭넓고 정확하게 알 도리는 없다. 일단 살아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없이 만나는 갈림길 앞에서 자신이 갈 길을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가게 된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교사 발령을 기다리던 중 잠시 아르바이트 삼아 했던 일을 20여 년까지 이어오고 있는 어느 컨설턴트의 인생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교사를 꿈꾸던 사범대 졸업생의 인생 대역전
1992년 입사한 현대자동차 김영환 차장은 사범대를 나와 발령을 기다리던 중 동생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 동생이 마케팅부서에 근무하고 있었고 발령을 기다리는 일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터라 세상의 경험도 넓히고,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생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교사임용도 포기한 채 자동차 세일즈에 매진했고, 그 세월이 벌써 20여 년 가까이 쌓였다. 그는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컨설턴트가 되었고, 교사를 꿈꾸며 땀 흘렸던 그날의 시간은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았다. 인생의 꿈과 목표는 달라졌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불사르던 열정과 의지는 그대로인 채 말이다. 그 열정과 의지로 이끌어온 세월 덕분에 김 차장은 올해 6월, 누적 판매대수 2,000대를 기록해 판매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인터뷰에 응할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다”며 수줍게 말문을 연 김 차장은 굉장히 좋은 인상을 가진 덕분에 첫 만남이었음에도 상대방을 묘한 편안함으로 이끄는 장점이 있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 대 한 대 쌓여 오늘의 영광이 있게 이끌어 주신 고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친절과 겸손 그리고 미소가 몸에 밴 사나이, 그는 여타의 판매장인들과 다르게 매년 1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꾸준하게 이어왔다고 전해진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김 차장이 보여준 실적은 보통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저 사람 만나는 일이 좋았을 뿐입니다. 다만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는 동안 믿음과 따뜻함의 끈을 그물처럼 이어가려 노력했을 뿐입니다. 저는 판매는 곧 믿음이라고 여기는 사람이거든요.”
‘진정한 인관관계’에서 출발한다는 그의 세일즈 철학
십 년, 이십 년을 지켜온 관계라 하더라도 단 한 번의 실수나 소홀함으로 등을 돌리는 것이 고객의 본질이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 차장은 언제나 긴장된 상태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긴장이 고객에게는 무한한 편안함과 친절함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좋은 인상을 가진 덕분에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고객이 어려운 일에 빠졌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간다는 김영환 차장. 그의 몸에 밴 친절과 겸손 그리고 미소가 오랜 세월 동안 다져온 긴장과 성실함의 결과였음을 깨달았던 것도 그때쯤이었다.
“세일즈의 매력은 제로에서 출발해 목표점까지 쉴 새 없이 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취는 단지 목표에 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판매장인의 목표를 달성한 지금, 명장대열에 오르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일즈는 목표의 성취가 아니라 과정의 성취라 말하는 김영환 차장. 그는 자신이 세일즈하는 자동차 상품성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때보다 고객이 세일즈맨인 자신을 믿고 상품을 선택할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세일즈의 진정한 매력을 찾아내기까지 숱한 시행착오 과정이 있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사이였던 고객이 제품의 하자나 자신의 실수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이가 소원해졌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고객이 그가 추구했던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단순한 거래관계’로 여겨왔는가 싶어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이의 소개로 처음 만났는데, 오직 자신을 믿고 덜컥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자고 나서는 고객을 만날 때는 단순히 판매고를 달성했다는 성취감보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보람에 빠져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세일즈 경력 18년, 총 판매고 2,000대, 판매장인 등극. 김영환 차장의 경력과 그가 창조해낸 신화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하지만 그의 책상 위에는 여전히 인맥관리 18계명이 단정하게 붙어 있다. 그는 그것을 매일 보고 되뇌이며 “나는 아직 최고가 아니다. 최고를 위해 노력하고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살자”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유일한 마케팅 전략, “고객은 진심에 민감하다”
그에게 자신만의 마케팅 비법이 있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정확하게 판단해 세일즈에 성공하는 독특한 감각을 지닌 것으로 업계 내에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 감각의 실체를 알아 보고자 던진 물음이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명료했다.
“가령 동료 컨설턴트들이 렌터카 업체를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곳이 바로 내가 찾던 블루오션이라고 깨닫고 집중적인 마케팅과 상담을 펼칩니다. 그 과정에서 단지 자동차 한 대를 더 팔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보다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하나 더 맺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고객은 진심에 민감하고, 그 진심의 힘은 실로 대단한 법이거든요.”
유독 그의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인 듯 했다. 이미 고객과 지인, 가족의 경계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 듯 했다. 무슨 일이든 서로 힘을 보태주려는 형제애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계약관계가 끝나고도 한참이나 연락이 오가고, 그 사이에 다시 새로운 계약관계가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시작은 계약관계에서 출발한 것일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결국 그가 바라는 ‘진정한 인간관계’로 성숙하게 되는 것이며, 계약이나 판매는 그 사이에 끼어드는 부산물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세일즈는 결국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일입니다만, 그것이 상품에 그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생각입니다. 진정한 세일즈맨은 자신의 진심을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거든요.”
그의 고객의 머리와 가슴 속에 새겨지듯, 이날의 인터뷰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도 바로 그의 이러한 진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