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둥글고, 부드러운 섬세함이 만들어 낸 신화
‘가족’이라는 단어가 그에게 유독 애틋하고 소중한 이유
흔히 ‘세일즈’, ‘세일즈맨’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바는 호탕함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의 ‘둥그스레함’이었다. 그들은 그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고객을 매료시키며, 성공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특유의 ‘섬세함’으로 고객을 감동시키고,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리는 세일즈 컨설턴트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크고 둥글며 부드러운 섬세함. 그것은 어떤 매력을 풍기고 있을까?
처음으로 판매했던 차량, 첫사랑 같은 그 기억
현대자동차 판매장인 최호찬 차장. 그에게 있어서 섬세함은 동종업계의 동료 컨설턴트와 차별되는 큰 강점이자 무기다. 부천에서 처음 세일즈를 시작할 무렵 협소한 지역조건으로 기존 선배 컨설턴트들이 그물같은 영업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도 그 무기를 앞세워 자신만의 영역을 빠르게 넓혀 왔다.
결국 그 힘으로 2004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전국 탑 세일즈 지역연간 판매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와 함께 부천을 대표하는 세일즈 컨설턴트로 완전히 자리매김 했으며, 법인 단위의 대량판매가 아닌 개인에게 세일즈를 지속하는 몇 안 되는 세일즈 컨설턴트로서 2010년 ‘판매장인’에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이 일에 뛰어든 것은 1989년이었다. 입사 후 두 달 동안은 단 한 대의 차량도 판매하지 못했다. 춥고, 서럽고, 배고프며, 또한 자존심 상하는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진 시련의 시간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단련시켜 주었다.
그 후 최 차장은 “현대자동차에서 원도 한도 없이 일했다”고 말할 만큼 젊음과 열정을 불태웠다. 후회 없는 오늘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한 겨울임에도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해도 뜨지 않은 그 깜깜한 골목길을 지나며, 그의 콧속으로는 매섭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밀려들었지만 가슴 속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느새 해가 뜨고, 다시 해가 기울고, 밤이 깊어질 때까지 그는 전단지를 들고 온 거리를 휘젓고 다녔고, 결국 그날의 땀과 노력으로 첫 차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느새 2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그날의 모진 기억들은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최 차장에게 그 기억은 첫사랑과 나눈 추억 같은 것이 되었다.
크고, 둥글며, 부드러운 섬세함
“현대자동차라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세일즈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던 고객들에게 늘 감사한다”고 말하는 최호찬 차장. 그는 고객이야 말로 20년이 넘도록 세일즈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또한 이유였노라고 강조했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느라 하루하루,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실함을 실천하는 동안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흘러 있더라는 것.
경이로운 기록과 각종 신화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그는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세일즈 철학을 들려주었다. 그의 말은 명료했고, 꾸밈이나 과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세일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끝없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그는 유난히 ‘도전’이라는 단어에 힘주어 말했다. 그것이 그를 안주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찍질 했고, 목표를 미리 결정해 발전을 가로막는 어리석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담금질을 해주었다.
또한 그가 말하는 도전은 과격하고 무모하며 거친 것이 아니었다. 고객은 물론 그들의 가족의 기념일을 꼼꼼히 챙기고, 고객들의 자녀 이름까지 거의 다 외울 정도의 섬세함이었다. 그리고 판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입 후 발생할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동안 어느새 그의 주위로 고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가 이어왔던 도전이 늘 성공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직업의 특성상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 두 번의 슬럼프를 만나게 되지요.”
그럴 때마다 최 차장은 인생의 멘토라 여기는 진성사 대표 안진성 사장을 찾아가 조언과 도움을 구한다고 했다. 어느새 피를 나눈 형제보다 가까워진 안 사장은 언젠가 최 차장이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남이나 주변에서 해결을 찾으려 하지 말라. 자네의 초심이 온전한지, 지금의 모습과 달라진 점은 없는지, 기존에 세웠던 목표에 얽매인 나머지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발굴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는지, 자네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끝으로 안 사장은 “진정으로 세일즈를 즐기고 있는지 반문해 보라”는 말로 조언의 방점을 찍어주었다. 이렇듯 소중한 충고에 대해 최 차장은 긍정적인 마음과 소중한 마음으로 자신 스스로를 아끼는 것으로 소화해냈다. 그리고 강렬했던 초심의 불을 지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랑하게 되면, 죽도록 사랑하게 되면
그는 고객을 일컬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어쩌면 이제 흔해 빠진 단어가 되어 버린 ‘가족’. 하지만 최호찬 차장에게는 그것만큼 절박하고 애틋한 단어가 없다.
오늘날의 판매장인 최호찬 차장이 있기까지 그의 뒤에는 아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남편을 도와 밤새 DM봉투를 만들기도 했고, 주변 시장을 돌며 판촉물을 돌리는 일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그는 어쩌면 자신보다도 아내가 더욱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섰기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고객은 가족이다’ 최 차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 흔하디 흔한 문구에 은근한 감동과 진심이 배어 있는지 깨닫게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가족이 너무 많아 일일이 거명을 할 수 없다며 가족자랑을 시작했다.
“사실상 첫 고객이었던 신영화학 윤승열 사장님과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의형제들 그리고 제 인생의 멘토이신 진성사 안진성 사장님, 조양정밀 이석기 사장님, 용남ENP 신홍근 사장님과 전용수 이사님…….”
그는 ‘목숨과도 같은 가족’이라며 끝없는 이름을 되뇌었다. 그 소중한 이름을 하나하나 꺼내 놓을 때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땀방울처럼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다.
“판매에는 끝이 없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세일즈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렇듯 그의 일성에서 거품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가족과 고객과 사람과 이 세상을 사랑하는 그의 진심이 전해져온 까닭이었다. 그를 직접 만나 장시간 인터뷰 해 본 본 기자 역시 확신할 수 있다. 그가 만들어낼 신화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그가 가족이라 부르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