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고객을 위한 진심을 차근차근 실천해야지요”

삶과 꿈과 열정에서 ‘삘기’의 담백함이 배어나오는 사람

2010-11-12     공동취재단

‘띠’라고 부르는 볏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 있다. 그 애순을 ‘삘기’라고 하는데, 꽃샘추위가 끝나고 들녘이며 밭두렁마다 푸른 새싹들이 돋아날 적에 흔히 볼 수 있다. 유년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삘기를 맛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야들야들한 껍질을 벗기면 새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는 마치 촉촉이 젖은 갈대꽃을 닮았다. 이 삘기 속살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보면 처음엔 지독한 풀냄새에 역한 느낌이 들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따스한 봄날, 삘기의 담백함을 떠올리며

기자는 아직 젊은 편이지만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축복을 받았던 지라 봄이 오면 지천으로 깔린 삘기를 씹으며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들판을 뛰어다니곤 했다. 성인이 되고 도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값지고 맛있는 음식에 입맛이 적응해 버린 터라 오랫동안 삘기의 담백함과 고소함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 에버노블 황선미 재무컨설턴트를 인터뷰하면서 문득 잊고 지냈던 삘기의 맛을 떠올리게 됐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무설계 일을 하며 큰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지만, 힘들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기존의 고객들이 이어주시는 소개 건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황 컨설턴트는 보험업이 고되고 신산스러운 일이지만, 하면 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직업이라고 고백했다. 시작하고 고객을 만나는 과정은 힘들고 어렵지만 일을 계속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독특한 매력과 보람, 그리고 성취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

그녀가 일을 시작한 후 겪었던 어려움과 전업을 시도했던 일화,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들으며 기자의 입속에는 은근하면서도 담백한 삘기의 맛이 감돌았다. ‘황선미 컨설턴트님은 지금 삘기를 씹듯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으신 것’이란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인터뷰의 주인공은 결코 기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다.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특별히 잘난 것이 없고, 뛰어난 학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조건 때문에 늘 노력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 그녀는 늘 돈에 쫓기는 생활에 시달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여윳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생활을 반복해야 했다. 그런 삶의 고단함이 그녀를 더욱 부지런하게 만들었고, 단 4년 만에 재무컨설턴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제서야 기자는 확신했다. 봄마다 들판에 피어나는 띠들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삘기의 담백함. 특별하고 달콤하지는 않지만 보면볼수록 싱그럽고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그 향기가 황 컨설턴트의 삶에서 풍겨나고 있음을.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 가장 잘 도울 수 있다

“한창 어려웠을 때에는 주위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후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런 분들을 보살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게 됐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를 꿈꾸지만, ‘최고’라는 기준과 지향점은 다를 수 있다. 황 컨설턴트 역시 업계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꿈꿔왔지만, 정작 꿈의 종착점은 돈과 명예 그 자체는 아니었노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한다.

주로 사람을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주 업무인 까닭에 많은 스트레스에도 시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열심히 일한만큼 많은 돈을 벌 때도 있지만, 열심히 일해도 원했던 만큼의 소득이 없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황 컨설턴트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 여기며 견뎌왔다고 한다. 그렇게 4년을 보내고 보니 어느새 최고의 자리에 까지 올라 있더라는 것. 겨우내 모진 삭풍과 눈보라를 견뎠다가 봄이면 푸른 줄기와 잎 그리고 꽃을 피워내는 삘기의 삶이 그렇다.

“봄을 만나듯 고객을 만나고, 따스한 햇살을 비추듯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컨설턴트의 일이 단순히 계약만 체결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 그 후가 더 중요하거든요. 고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언제든지 달려가서 그의 편이 되어 주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모진 어려움을 겪어 봤고, 주위의 도움으로 그 어려움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자신한답니다.”

그녀는 ‘길지 않은 4년의 경력’이라 표현했지만, 그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겪었던 고객들과의 일화는 결코 짧지 않았다. 보험과 재무설계에 대한 오해로 제대로 된 재무관리를 하지 못하다 그녀의 도움으로 저축을 시작하게 된 스물다섯 살의 어느 여성고객과의 일화를 비롯해 큰사고로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 보험가입 자체를 포기하고 있던 어느 고객이 좋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받았던 일 등 그 사연은 참 다양하고도 길었다.

“고객이 웃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더 느끼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고객을 만나야 할 테고, 그 분들이 웃을 수 있도록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겠지요.”

그리고 황선미 컨설턴트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성실함, 부지런함 그리고 플러스 알파

그녀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은 성실함과 부지런함만으로는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황 컨설턴트가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업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조목조목 답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최고의 고령화 추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노후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요. 이럴 때일수록 저희 같은 재무설계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지금은 전문지식을 갖춘 역량 있는 인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컨설턴트가 고객을 찾아가기보다는 고객이 좋은 컨설턴트를 찾아다니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볼 정도입니다.”

이렇듯 나날이 치열해지는 업계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케팅 전략과 비전은 참으로 소박하고 단촐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고객을 위한 진심을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겠다는 것. 하지만 이를 두고 결코 가볍다거나 식상한 비전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것은 황선미 컨설턴트의 삶과 꿈과 열정에서 배어나오는 향긋한 삘기의 담백한 맛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