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만한 공기청정기로 세계정복을 노린다

주부에서 발명가, 그리고 글로벌 CEO로 진화하는 이 사람

2010-11-10     김득훈 부장
   

손바닥보다도 작은 스마트폰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 작은 기기가 온 세계를 휘저으며 국가와 국가 간의 벽을 허물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끌어당기고 있다. 현재의 기세로 보아 스마트폰의 세계정복은 그리 머지않을 듯싶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물체의 세계정복.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크기나 규모가 경쟁력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마트폰 열풍을 보며 주부 출신의 발명가이자 CEO인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가 내놓은 초소형 공기청정기가 떠올랐다. 그것 역시 손바닥 만한 크기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저력의 첨단기기인 까닭이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고로 큰 꿈을 꿔라

에어비타의 초소형 공기청정기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먼저 저력을 드러냈다. 지난 2007년 독일의 1위 홈쇼핑 채널인 QVC에 소개돼 판매시작 한 시간 만에 1만 6,000만 대가 팔린 대성공을 이뤘던 것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에 역진출하는 흐뭇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뿐만 아니라 한 대당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능만큼은 국제무대에서 먼저 검증받은 상태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품안전 인증조직인 UL(Under writers Laboratories Inc)은 물론, 유럽 FCC 전자파 인증과 유럽 CE 안전 인증을 당당히 통과했던 것이다.

“크기가 작은 제품이지만, 다른 것까지 작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기능이나 저력은 그 어떤 제품보다 거대하고 확실하다고 자부하니까요. 무엇보다도 소형 공기청정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이제 10년째라는 이길순 대표.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발명가, 개발자를 거쳐 당당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제품이 곧 자식 같다는 이 대표는 글로벌 명품브랜드화를 이룩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에어비타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런 다부진 포부를 가진 탓에 이 대표가 이야기하는 경영이념 또한 단호하고 명료했다.

“에어비타를 세계 최고의 공기청정기 전문업체로 만들겠습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무렵 가장 먼저 이 문구를 액자로 걸었다고 한다. 목표와 꿈이 분명하고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면 그것은 반드시 이뤄지게 마련이다. 이 대표는 시작부터 큰 꿈을 간절한 마음으로 내걸었던 것만큼 벌써 현실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제가 원하는 것이라면 고객 역시 원한다는 생각, 어쩌면 그 단순한 원칙이 꿈을 실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가 거머쥔 꿈의 실현은 어쩌다 걸린 행운도, 억지로 포장해낸 거품도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한 가운데 이끌어낸 땀과 열정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꾸고 있는 꿈의 실현은 이제 시작이다. 어느 영화의 홍보문구처럼 ‘무엇을 상상하듯 그 이상을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 준 신화의 출발점

지난해 에어비타가 달성한 매출액은 총 35억 원에 달했다. 이는 한 달 유지비용이 채 100원도 들지 않는 저렴한 공기청정기 한 대로 올린 매출 규모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낸다. 올해는 차량용 공기청정기 ‘카비타 네오’를 출시했다. 또한 현재 연구하고 개발 중인 제품군까지 합하면 모두 7개의 제품이 전 세계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

“주부로 살아갈 땐 예쁜 커튼, 예쁜 그릇을 좋아했는데, 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공구상가 특유의 기름 냄새가 너무 좋아졌어요. 새로운 공구가 나온 게 없는지 장을 보듯 꼼꼼하게 돌아보게 되었지요.”

‘아줌마 발명가’라는 별명보다는 한 기업의 CEO 직함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당당히 서고 싶다는 이길순 대표. 그녀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반 지하에 사는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태어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감기로 고생하는 걸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것. 반 지하 주택의 특성상 곰팡이가 많고 공기가 좋지 않았는데 갓난아이가 이를 버티지 못했던 것이었다.

“공기청정기 한 대를 선물하려고 알아봤더니 스위스 제품이 400만 원에 육박하더라고요. 필터를 바꾸는 데도 70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기청정기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 것입니다.”

   

그리고 무작정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관련 지식이 없고 전공도 전혀 다른 까닭에 쉽게 일이 진행될 리가 없었다.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 무모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 사는 언니를 보러갔다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일본에는 집집마다 작은 공기청정기를 하나씩 갖추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물도 사서 먹는 시대가 왔는데, 이제는 공기와 관련된 시장이 커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전자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만약 제 전공 분야였다면 무서워서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모든 게 재밌고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아이를 낳듯 산고를 겪은 후 에어비타의 첫 제품을 낼 수 있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아이가 셋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배 아파 낳은 아이가 둘, 열정으로 낳은 아이가 하나. 그 땀과 열정으로 낳은 막내가 바로 에어비타의 첫 제품인 셈이다.

이길순 대표는 이제 글로벌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어엿한 기업인이요 CEO이다.

“세계인 중 누구라도 에어비타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한민국을 떠올릴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스위스라고 하면 시계를 함께 떠올리는 것처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최고의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내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인 모두가 인정하는 그런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야겠지요.”

   

손바닥 만한 공기청정기로 세계를 노린다는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 그녀의 목표는 분명하고 꿈은 산들바람처럼 맑고 순수했다. 그리고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낼 또 하나의 신화를 마음에 품은 채 세계정복의 그날을 하루하루 앞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