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지도! 그 상상의 세계 속으로

지도 속 숨겨진 역사적 가치를 전하기 위한 활동전개

2010-11-09     안수정 기자
   

학창시절의 방을 떠올려보면 벽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세계지도다. 지도를 현실적인 개념에서 살펴보면 값싼 종이에 불과하지만, 세계지도를 품은 사람은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비전을 품게 되기에 지도 한 장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에 지도를 통해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의 역사 지리 및 문화를 연구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국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혜정박물관(http:// oldmaps.khu.ac.kr/김혜정 관장)을 찾았다.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지도는 한 나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문화의 척도이기 때문에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연구하여 역사의 고리를 완성해가야 합니다”라고 지도의 정의를 내리는 김혜정 관장은 일평생 혈혈단신(孑孑單身) 으로 12~20세기까지 제작된 동·서양 고지도 및 지도첩과 유물 등 사료 수천여 점을 수집하고, 고지도 속에 담긴 소중한 정보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도를 통해 함께 그려 나가는 꿈

세계 최초의 지도박물관인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에 소장된 자료는 고지도 및 관련 사료를 전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미국의 남가주대(USC)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1,200년 전 가죽에 그려진 ‘잉카지도’, 1595년 벨기에에서 제작한 ‘일본열도’, 우리나라를 한반도로 표기한 1655년 ‘중국지도첩’ 등은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2008년에는 ‘경기도·강원도·함경남도·함경북도 지도’ 4점이 국가지정 문화재(보물 제1598호)로 지정되는 등 질적인 면에서도 앞서 있다.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자료로 구성된 혜정박물관은 고지도의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세미나, 전시, 체험학습 등을 통해 전문가는 물론이고 대중들에게 우리의 정체성을 알리는 모범적인 교육 공간으로써 인정받는다.

실제로 박물관은 김 관장이 수집한 사료를 통해 ‘지도 속 동해찾기’에 주력한 결과 국제적으로 일본해라 불리고 있는 동해의 명칭을 되찾을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현재 발굴된 세계 고지도에서 동해가 표기된 지도가 과거 10%에서 현재 27%정도로 크게 늘었다. 이는 고지도의 연구가 우리의 현재를 비춰 주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의 지침서라는 사실에 힘을 보태준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시대 사람들이 막연히 상상해온 소망과 꿈이 함축된 결과물인 지도를 통해 아이들이 비전을 품고, 자신이 꾼 꿈을 구체화시켜나갈 수 있다고 믿는 김 관장은 박물관 내 어린이전시관을 따로 만들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하늘길(천문도), 비단길(실크로드), 바닷길 등 체험전시실과 고지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더불어 아이들이 고지도를 쉽게 이해하고 세계를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교재를 연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무료체험 학습프로그램으로 모든 아이들이 균등하게 꿈꿀 수 있는 터전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한다.

지도가 제공하는 시대별 국제 정세의 의미와 예술성, 정보의 소중함은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이기에 누군가는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자신의 공을 애써 외면하는 김 관장은 또 다른 꿈을 그리는 중이다. 그녀의 새로운 도전은 ‘지도박물관’을 설립하는 것. 전시공간의 부족으로 수장고에서 빛을 볼 날만 기다리고 있는 역사적 보물들을 선보일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은 비단 그녀의 꿈이 아니라, 후대를 위해 우리가 함께 이뤄야 할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