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크고 깊은 ‘내일’을 함께 지켜보는 흐뭇함
선택과 집중의 힘으로 큰 물결을 만들어 가다
2010-10-21 공동취재단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사람을 허술히 보이게 하고, 발에 맞지 않는 구두는 물집이나 굳은 살을 배게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굳이 만고불변의 운명이나 숙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지향점이나 직업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의 결정 짓는 종이 한 장의 미세한 차이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묻는다. 그대는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업무로 꽉 찬 일상과 성과 여부와 관계 없이 손에 쥐는 박봉은 참을 만 했지만, 저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줄어드는 건 참 불안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꿈이 분명하다는 게 미래를 확실히 보장해 주는 조건이 될 순 없는 법이었다. 박 FC는 일상의 고단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기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된다는 슬럼프라고 생각했고, 이를 멋지게 극복해서 흐릿한 미래에 가려져 있는 자신의 꿈을 더욱 선명하게 디자인해 보리라 다짐했다.
말수가 줄어들수록 독서량은 늘어났다. 그녀는 그간 문제의 해답을 대부분 책에서 찾았던지라 더욱 독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해답은커녕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기만했다. 비슷한 문제를 이겨낸 40대 초반의 여성멘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도 그즈음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좋은 분을 소개받게 됐죠. 국립대 정교수를 지낸 분이었는데, 당시 ING생명 여성 부지점장님이셨습니다. 보험업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색안경 낀 눈으로 바라보던 저로서는 그런 분이 보험업계에서 일한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다
그 갑작스러운 만남이 박 FC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목표를 수정하고 행로를 변경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삶을 새롭게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이었다. 꿈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했던 고민이 뜻하지 않았던 삶의 변화를 몰고 온 셈이었다.
“보험업에 대한 소개를 들었고, 영업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연구하면 할수록 한 번 해볼만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하지만 저 스스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선 가족들의 반대가 극심했죠. 저 역시 보험업에 대한 오해가 있었는데, 결혼도 하지 않은 딸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오죽이나 걱정이 크셨겠습니까.”
박 FC 스스로가 가진 두려움도 컸다. 11년 동안 회사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몸과 마음은 이미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일상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치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보험업계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기도 하더란다.
“집토끼는 하루 세 끼라는 안정적인 먹이를 보장받지만, 때가 되면 잡아 먹혀야 한다는 운명을 안고 살아갑니다. 반면 산토끼는 비바람과 배고픔을 견뎌야 하지만 자유를 보장받죠. 게다가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저를 행복하게 하는 건 후자의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2008년 6월, 한 달 간의 교육을 마친 그녀는 그렇게 산토끼의 삶을 시작했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꿈과 비전을 다듬는 것과 꿈과 비전을 다듬는 과정에서 꿈과 비전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었다. 전문경영인보다는 금융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박 FC. 그녀는 비바람이 휘몰아 치는 필드 위에서 실전을 쌓으며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깊은 발자국을 찍고 있는 중이다.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비단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에서 고객은 최고의 정점에 배치되어 있는 소중한 존재다. 이렇듯 과거에 비해 고객의 위상이 높아진만큼 위치보다는 시선과 진심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을 아무리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하더라도, 단지 영업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최고의 서비스라는 광고문구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박 FC가 필드에서 접한 숱한 ‘보험설계 제안서’가 그랬다. 고객을 위한 제안서보다 FC를 위한 제안서가 더 많았다. 이는 업계에 대한 오해와 FC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업계의 정체 상황을 빚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보장성보험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배려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긴 하지만 본인의 가계경제 규모를 초과하는 보장을 안고 가게 되면 다른 것을 준비할 수 없는 불균형을 초래하게 됩니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테니 보장성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는 고객을 오히려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이러한 저의 소신에서 출발하는 고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 FC가 관리하는 VIP고객 리스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고액의 보험료를 지불하는 고객은 물론이고, 진심어린 사랑의 목소리에 대해 귀 기울여 주고 이해해 주는 이들 또한 크고 소중한 VIP고객들이다. 그들은 박 FC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뢰를 지불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늘 VIP들을 상대하는 까닭에 고객과 함께 나누는 차 한 잔이 그럴 수 없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박 FC. 그녀는 성공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FC로서의 전망과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노련하고 깊이 있는 진지함이 배어나왔다.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힘은 상품판매를 위한 1차원적인 욕심보다는 고객의 상황과 마음을 헤아리려는 입체적인 관점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물론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던 선배님들의 살아숨쉬는 조언에서 힌트를 얻었던 것이기도 하지요.”
비단잉어의 한 품종인 ‘코이’라는 물고기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고 한다. 작은 어항에서 키운 코이는 손바닥 만하고, 커다란 수족관에서는 팔뚝 만하다. 그리고 흐르는 강에서 자란 것은 왠만한 어린 아이 키만큼도 자란다.
올해 8월, 그녀는 FC로서 더할나위 없이 명예스러운 직함으로 알려진 ‘라이언’과 ‘컨벤션’을 연이어 달성했다. 그리고 네델란드 본사를 방문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는 ‘E라이언’ 달성을 위해 이 무더운 여름을 고스란히 관통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마에 보석처럼 영근 땀방울을 매단 박 FC의 얼굴에서 ‘코이’의 모습을 발견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큰 꿈을 가져라. 거품을 지닌 챔피언을 거두고 진정한 챔피언이 되어라.’
인생의 멘토이자, 스승이기도 한 부지점장의 조언을 가슴에 안은 채 박은경 FC가 세상을 뛰고 있다. 인터뷰를 끝낼 무렵 그녀가 얼마나 큰 FC로 자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함보다는, 과연 이 좁디 좁은 세상이 그녀의 큰 꿈을 품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박은경 FC. 그녀의 내일을 함께 지켜보는 재미도 꽤 흐뭇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