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를 머금고 달리는 자동차를 만나다
1년에 365대를 팔며, 365일 고객의 미소를 꿈꾸다
2010-10-21 주상돈 기자
여행을 하다보면 잠시 쉬어가려 앉았던 자리에서 밤을 새거나 며칠 묵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행자의 피로나 날씨가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대부분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런 일이 많이 생긴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 길고 고달픈 여행과도 같은 삶을 사는 동안 뜻하지 않았던 일터를 만나 천직을 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운명을 운운하지만, 그 실상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목동 신기지 대리점 최개석 팀장도 그랬다.
입사를 앞두고 5개월쯤 공백이 생겼다. 마냥 놀기에는 조금 길게 느껴지는 기간이라 그는 용돈벌이 삼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 카 마스터로 입사했다. 이를 테면 백화점 세일즈맨이라는 꿈을 이루기 전 잠시 머무르는 쉼터 같은 곳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 팀장은 그곳에서 14년 동안 근무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를 붙잡았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다섯 달만 일해야지 하고 들어간 곳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적성에 맞았어요. 크고 멋진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는데, 오히려 그 어려움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그를 붙잡았던 것은 사람들, 즉 고객이었다고 한다. 그에게서 소형차를 구매했다가 얼마 뒤 중형차로 바꾸고, 결국 대형차로 바꾼 고객이 있었다. 그 고객은 최 팀장의 손을 잡으며 “내가 최 팀장이 권유한 차를 타고 다녀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라며 웃더란다. 고객이 붙잡은 손의 온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최 팀장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새 차를 인수하며 기뻐하는 고객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최개석 팀장. 그래서 그는 남는 게 별로 없다. 남들이 한 대만 팔면 벌 수 있는 수당을 그는 세 대를 팔아야 겨우 맞출 수 있다. 자신의 몫을 줄여서라도 고객들의 웃음을 자주 보고 싶다며 그는 또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 잠시 다른 일을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물렀던 탓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카 마스터 업계로 돌아왔다. 기아자동차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제 호주머니 속에는 메모지로 늘 두둑합니다. 고객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빠짐없이 적어두어야 맞춤형 영업이 가능하거든요.”
최 팀장은 1년에 365대를 판매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그것은 판매수당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고객들의 환한 웃음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가 길가에서, 길 아래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은 최 팀장이 권유하는 자동차를 타고 길 위를 신나게 달리고 있다. 우연히 길을 가다 환한 미소를 닮은 자동차 한 대를 보게 된다면, 그렇다. 그것은 최개석 팀장과 인연을 맺은 자동차일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