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행정부 정책방향·연준 통화정책, 국내경제, 내수 회복세 약화 등 불확실성 높아
이주열 “우리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할 상황 아냐”
| |  | |
| ▲ [사진_뉴시스] |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끌어내린데 이어 7개월 연속 동결 결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가 새해 첫 금통위 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거론되는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높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오는 20일 미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향후 행보도 여전히 가늠하기가 힘들다. 미 연준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올해 3차례의 인상을 시사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이뤄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관심을 모았던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완화, 감세 등 재정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트럼프 기자회견의 영향으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며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대내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우리 경제는 고용난, 소비 위축에 따른 추가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과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변화 가능성 등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대내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와 원화 약세 또한 추가 통화완화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의 여력이 소진됐다거나 없다고 판단하진 않지만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 더 확인하고 다져가면서 정책을 펴 나가야한다”고 밝혀 기준금리 정책을 신중하게 운영할 것임을 강조했다.
| |  | |
| ▲ 미 연준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올해 3차례의 인상을 시사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이뤄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관심을 모았던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완화, 감세 등 재정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이뤄지지 않아 시장에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묶어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1.25%인 기준금리가 이달에도 동결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며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주열 총재 역시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금리를 묶어둘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미국 신정부 경제 정책 불확실성을 금통위가 간과하기는 어렵다”며 “트럼프 변수로 시장 변동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는 당분간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보다 동결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1999년 6월 미국 인상 이후 8개월 뒤인 2000년 2월에 한은이 금리를 올렸고, 2004년엔 미국의 인상 이후 16개월 후인 2005년 10월에 금리를 올렸다”며 “한은이 올해 중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에는 25개월 이상을 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하방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홀로 경기를 떠받쳤던 부동산 시장의 올해 전망이 밝지 못하다.
| |  | |
| ▲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보다도 0.1%포인트 낮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해 10월 전망시점 이후 대내외 여건이 급속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 대선 이후에 시장금리 상승, 미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의 기대변화 등 대외여건이 변화됐다. |
그러나 미국의 인상폭이 가팔라져 한미 금리차 역전이 이뤄질 경우 한은도 결국 금리인상 압박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달 인상으로 0.50~0.75%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는 0.50~0.7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만약 올해 3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역전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축소 부담은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도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대부분은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대응책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 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제시했다.
당시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한 이후 금통위는 6개월 연속 만장일치로 동결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만 제어된다면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 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KDI는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하면서 재정정책 확대와 함께 추가 금리 인하를 권고하기도 했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금통위원이 가계부채에 민감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가 잘 제어되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질 때까지는 금통위원들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보다는 관망스탠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연말을 넘어 연초에도 추경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만큼 경기인식에 비관론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가계부채만 잘 제어된다면 금리인하와 추경이 비슷한 시점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고 탄핵 및 대선 스케줄을 감안하면 그 시점은 빠르면 5월, 늦으면 7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 |
| ▲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17년 경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전승철(왼쪽 두 번째) 부총재보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웅 조사총괄팀장, 전승철 부총재보, 장민 조사국장, 이지호 물가동향팀장. 한국은행은 ‘금년중 국내경제는 민간소비 및 건설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주요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및 설비투자의 개선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전했다. |
이날 기준금리와 함께 발표되는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에도 눈길이 쏠린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보다도 0.1%포인트 낮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낮춘 바 있다. 다만 한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기관보다는 같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 한국금융연구원 2.5%, 산업연구원 2.5%, 나이스신용평가는 2.4%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이들보다 더 낮은 2.2%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해 10월 전망시점 이후 대내외 여건이 급속히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미 대선 이후에 시장금리 상승, 미 달러화 강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의 기대변화 등 대외여건이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상황도 경제 외적인 변화가 많아 그에 따른 심리위축을 반영해서 하향조정했다”며 “민간소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둔화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월 이후 4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1월에는 3.2%의 전망치를 내놨지만 이후 4월 3.0%, 7월 2.9%, 10월 2.8%로 계속 낮췄다. 정부와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지난 2014년 3.3%였던 우리 경제성장률은 2015년 2.6%로 떨어진 뒤 지난해(2.7%)와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에 머무르게 된다. 3년 연속 2%대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민간소비와 그간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건설투자마저 지난해 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2.4%에서 2.0%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9.1%에서 1.8%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LG경제연구원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국내경제의 장기성장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착공된 물량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겠지만 신규 분양이 줄어들면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평년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한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기의 하방리스크는 점차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일본은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하고 중국 위안화 절하와 외환보유고 감소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짚었다.
이에 한은은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접근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 |
|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됐다. 그러나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그 전에 너무 붙어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실제 지금의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보면 과거 평균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많다. 경기 전망,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글로벌 시장 금리, 채권시장 수급 등의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간 용인 범위를 특정 수준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사실상 격차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격차 확대 원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 등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격차가 단기간 내에 급속히 변할 경우 중앙은행으로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은. “미국이 올해 금리를 3번 올리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누차 말씀드리지만 미국 금리인상 횟수에 따라서 한은이 기계적으로 기준금리 올리는 건 아니다. 두 번이 됐든 세 번이 됐든 그게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 주는지, 우리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각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다.”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해야 되는거 아닌지. “지난해 한은 조사국에서 잠재성장률을 3.0~3.2% 수준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렇지만 최근 수년간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최근 통계청에서 인구 추계를 새롭게 발표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잠재성장률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사국에서 잠재성장률을 재추정하려고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는데 “주된 요인은 미국 신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예상 변화,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속도, 횟수 등에 대한 기대 변화 등이다. 원화 환율은 비교적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원화가 아무래도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어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신흥국 통화의 대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도 부분적으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원화 환율 변동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가격 기능이 원활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될 경우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쏠림 현상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통방문에 하방리스크 언급이 삭제 됐는데 그만큼 줄었다고 봐야 하나. “가장 큰 것이 경제 전망과 연계성, 통화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강화하고 기준금리 결정 배경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긴 시계로, 긴 흐름으로 경제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서술의 시계도 바꿨다. 이번 달의 통방문은 전망을 의결문에 담았다. 상하방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한 전망을 담았다. 한쪽으로 쏠린 게 아닌 중립적이다.” -물가 2%대 상회 가능성과 스테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입장은. “물가 2%를 상회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보를 가지고 분석해 2.8%로 예상했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유가다. 유가가 올해는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요인이 완화된다고 하면 수요적인 측면에서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를 봐야 한다. 물론 하반기로 가면 회복세가 높아질 것으로 보지만, 수요면에서 물가를 끌어올릴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물가가 2%대를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연간 2.5%대로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높아져 성장속도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스테그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