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생경영, 약인가 독인가

정권 중반 이후마다 불거져 나와, 실질적인 성과 요구돼

2010-09-01     김영식 운영고문

재계의 최근 화두는 단연 ‘상생경영’이다. 대기업들이 저마다 펼치고 있는 상생경영 방안들이 진정한 ‘상생’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 7월 말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각성을 요구하며 산업 정책의 재편을 주문했다. 이후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 부처장들도 고의적인 어음결제, 납품가 낮추기와 같은 기존 행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상생경영은 물론 이로 인해 국가경제의 활성화까지 잡겠다는 속내가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섰고, 2차 전지 관련 국책사업 선정에서도 GM, 포드와 잇단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LG화학이 아닌 중소기업 컨소시엄 규모를 크게 형성한 삼성SDI가 선정됐다.

이러한 정부의 압박에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및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상생경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학계 및 관계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오랜 시간 관행처럼 뿌리박혀 있던 기업 간의 문제들을 정부가 강제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 덕을 보게 되는 중소기업들도 그간 해온 립서비스의 연장이라며 곧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곱지 않은 눈초리로 보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발표한 상생경영을 되짚어보면 ‘어렵다면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런 방식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문제 소지가 다분한 것 같다.

일례로 ‘공동 구매를 통해 협력사들의 철판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철판사급제도를 뒤집어보면 현대차는 계열사로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을 가진 상태에서 각 계열사의 판매망이 확충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협력사의 제품 비용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납품협상에서 유리하다.
또 현대차가 사급혜택을 가지고 거래관계를 형성하는데 조건 및 제약을 걸 경우 오히려 문제를 키우게 되고, 이는 자칫 협력사의 대기업 종속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지원펀드 조성, 육성방안, 사급제도 등과 같이 시혜적 방안이 아니라 합당한 가격 및 거래조건 보장, 물품 발주 시 공정한 입찰, 경쟁사와도 거래를 할 수 있는 개방성, 글로벌 시장 정보 교류, 상호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만일 대기업들이 진정 중소기업의 요구사항이나 사정을 고려하고,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방안을 마련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상생경영 방안들을 선보였을 것이다.

어떤 대책이든 의미를 가지려면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상생협력 방안도 실제로 상생의 효과를 발휘할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들을 성장 파트너로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것이 상생협력이다. 임기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 또한 비슷하다. 그래서 신용을 잃은 정책이기도 하다. 더 이상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성과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