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첫 걸음을 내딛은 30여 년의 필력

지일즉동기(志一則動氣)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다

2010-08-17     안수정 기자

새로운 변화(變化)를 꾀하는 서예가
중간 매듭을 진 정 서예가의 전시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녀의 작품은 우리나라 서예계의 상황과 너무나 대비되어, 한국 서예계에 돌파구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변화’의 서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정명숙 서예가는 경복궁 ‘홍례문’, 창덕궁 ‘숙장문’ 등 현판 글씨로 유명한 소헌 정도준 선생에게 사사하며 자신만의 글씨를 다듬었다. 그녀의 작품을 살펴보면 한문은 전서부터 초서까지, 한글은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 고체에서 민체, 흘림체까지 두루 섭렵하여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 서체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기본을 갖춘 정 서예가의 작품은 구성진 변화를 꾀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부담감 없이 서예의 변화를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천 정명숙 서예가의 대표작 중 맹자구(孟子句)에 나오는 지일즉동기(志一則動氣)란 ‘뜻이 한결같으면 기가 움직인다‘라는 의미로 30년간 변함없이 서예를 함으로써 기운과 생각이 바뀐 그녀의 확고한 서예관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문자의 나열이 아닌 끊임없는 연구의 결과물이며, 기본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할 수 있도록 늘 자신을 경계해온 정 서예가의 땀과 노력이 서려있다. 또 주목할 점은 전통의 뿌리로 새로운 형태의 결실을 맺은 그녀의 참신한 발상이다. 서예체에서 가장 오래된 전서체를 쓴 작품에 물을 뿌리는 형태로 바탕의 변화를 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글 서체를 화선지 위에 쓴다'는 전통적 서예 개념을 탈피한 정 서예가는 구절의 뜻에 맞고, 필체에 어울리는 배경을 찾아내어 자신의 혼이 담긴 글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서예는 제 몸(身)이자 혼(魂)입니다. 결국 제 마음이라는 것인데, 세월이 지날수록 제 마음에서 단 1초도 떠나지 않고 이제는 저의 전부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정 서예가. 누구에게 보이거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붓글씨 자체가 좋아서, 자신의 느낌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서 세상을 대변하는 여천 정명숙 서예가는 인터뷰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손끝에서 표현되는 은은한 묵향이 좀 더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전달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