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공개 후 가격경쟁으로 시술가격 낮아져...
가격상담 고객 줄어 효율적V‘비싼 곳’이라 낙인 찍힐까 불안
이제 '클릭'만 하면 미리 시술가격을 비교해 병의원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환자유인행위'로 금지됐던 것이 지난 1월 31일부터 의료법 개정으로 바뀐 후 홈페이지에 ‘가격표’를 내걸어 ‘장사’하는 병의원이 늘고 있다. 병원급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의원급의료기관은 원한다면 홈페이지에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영향이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을 맞아 나타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과와 피부과, 비만전문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원한지 얼마 안 돼 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다른 곳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의료기관들은 홈페이지에 가격을 공개해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압구정동 D성형외과 관계자는 "인근 성형외과보다 쌍꺼풀과 가슴확대수술 가격을 약간 낮춰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웠더니 전에 비해 문의전화가 확실히 늘었다"며 "지금까지는 문의가 있을 경우 개인 이메일로 답변했는데 아예 대놓고 공개하니 단순 가격상담 고객이 줄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가장 활발하게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안과다.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 가격을 공개하며 환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덕분에 150만원을 호가하던 시력교정수술비는 100만원대 초반까지 낮아진 상태다.
피부과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레이저 장비를 주로 쓰는 제모와 피부관리 시술을 중심으로 가격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J피부과는 '제모 비용보기' 배너를 만들어 놓고 시술 부위와 횟수별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정찰제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비만클리닉들도 가격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L의원은 신체 부위별로 나눠 팔뚝 120만원, 종아리 150만원 식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가격정보를 공개하고 패키지상품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이 또한 지방흡입술의 비용이 부위 당 평균 200만원이었던 것이 가격공개의 효과로 하락한 경우다.
한편, 압구정동 I성형외과 관계자는 "공개하긴 했는데 인근 다른 성형외과에 비해 비용이 높은 편이라 손해"라며 "이미 다른 곳과 가격을 비교해본 후 비싼 이유를 묻는 환자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격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는 병의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공개가 자연스러워지면서 가격이 평균을 웃도는 곳들이나 공개하지 않는 병의원은 '비싼 곳'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