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 도약을 향한 나로호의 끝없는 도전
나로호 2차 발사 실패부터 3차 발사 계획까지, 나로호의 도전은 계속된다
2010-07-12 황슬아 기자
총 개발비 5,000 억 원 소요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1단은 전방 동체부와 1단 탑재체부, 산화제 탱크부, 엔진을 포함한 연료탱크부, 공력핀을 포함한 후방 동체부 등 5개 부분으로, 상단은 2단 탑재체부와 킥모터부, 페이로드 페어링(앞쪽의 원뿔 모양 보호덮개), 탑재 어댑터, 위성 등 5개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총중량은 140t, 추진체 중량은 130t, 총길이는 약 33m, 지름 2.9m이다. 1단 액체엔진의 추력은 170t급, 2단 고체 킥모터의 추력은 8t급이다. 개발비는 당초 3,594억 원이었으나 계획 변경에 따라 규모가 늘어나서 총 5,098억 원이 소요되었다.
발사 약 14시간 전부터 15분 전까지 추진체 충전과 탑재시스템 점검, 운용을 수행한 뒤 15분 전부터 자동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여 이륙-음속돌파-페어링 분리-1단 엔진정지 명령-1단 분리-2단 점화-2단 연소종료 및 목표궤도 진입-위성 분리의 순서로 진행된다. 분리된 과학기술위성2호는 2년의 수명기간 동안 지구대기의 수분량과 위성의 정확한 궤도를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1차 발사, 페어링 한 쪽 분리되지 않아 정상 궤도 진입 실패
‘우리 땅, 우리 위성, 우리 발사체’를 모토로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되면서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에 온 국민들의 염원이 전해졌다. 이전까지 인프라와 경험, 기술력 부족 때문에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모든 인공위성이 러시아, 프랑스 등의 발사체에 실려 발사되었기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할 경우 우주강국의 대열에 들어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셈. 이 후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2009년 8월25일 나로호우주센터에서 첫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엄청난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는 나로호를 보는 순간 우주강국의 꿈은 실현되는 듯 했다. 그러나 페어링의 한쪽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싣고 가던 2단 추진제가 페어링 무게 때문에 제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고 그렇게 나로호 1차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항공우주연구원 측은 페어링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 이유로 두 가지를 주목했다. 하나는 전기배선 장치가 방전돼 분리화약이 폭발하지 않아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고, 둘째는 화약이 제대로 폭발했지만 페어링 분리기구가 불완전하게 작동돼 기계적인 끼임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이에 7차례의 페어링 분리시험을 비롯해 약 400여 차례의 시험을 거치며 2010년 6월10일 오후 5시1분 나로호는 다시 한 번 우주강국의 꿈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발사 된 지 137초께 고도 70~80km 지점 부근에서 나로우주센터와 통신이 두절되며 폭발하고 말았다.
나로호 발사 2차 실패, 무엇이 문제인가
나로호는 발사 215초 고도 177km 지점에서 페어링이 분리돼야 하지만 페어링 분리 전에 통신이 투절됐다. 대기권을 돌파하기 전 각종 압력 등으로 인한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것이 페어링이다. 즉 나로호가 페어링 분리 전인 137초 만에 폭발했다는 것은 1단이 물리적으로 이 환경을 버텨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나로호는 원래 229초 193km 상공에서 1단 로켓이 작동을 멈추고 1·2단이 분리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1단이 재대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며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로호의 잔해는 북위 약 30도, 동경 128도 지점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주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부터 약 470km 떨어진 곳이다.
이처럼 나로호가 허무하게 추락한 원인을 두고 각 계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개발 과정에서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1단 로켓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다고는 했지만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참여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주기술보호협정 등으로 인해 액체연료엔진 로켓의 기술 이전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로호의 실패와 더불어 여러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측 비행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발사 137초 뒤 로켓과 통신두절되기 직전까지 2단로켓은 정상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폭발과 관련된 징후는 전혀 없었다는 분석이다. 8월에 열릴 한·러 공동조사위원회를 열어 원인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며 원인 분석이 끝나는 대로 나로호 3차 발사문제를 러시아와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3차 발사’ 러시아 손에 달렸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그동안의 결함을 보완한 ‘나로호 3차 발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계약서가 이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해놓지 않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 3차 발사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에서 1단 발사체를 다시 제공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러측이 거부를 하면 3차 발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3차 발사의 난항을 표했다. 조광래 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 본부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04년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나로호의 발사 임무가 한 번이라도 실패했다고 결론날 경우 한 번의 추가 발사를 요청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3차 발사를 거부할 경우 계약상 전체 계약금약 중 일부를 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강경책을 밝혔다. 또한 “3차 발사가 무산되면 전체 계약 금액 중 5%(약 127억 원)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이런 권리를 보장하는 단서조항이 나로호 발사 계약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과부는 3차 발사를 위한 상단은 이미 제작해 놓았으며 탑재 위성과 관련해 송수신 기능만 갖추고 이미 제작해 준비 상태에 있는 검증 위성을 탑재할 것인지, 과학기술위성 2호 세 번째 모델을 추가로 제작해 탑재할 것인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추가 발사 때 발생하는 비용도 러시아가 모두 부담한다는 것이 교과부 설명이지만 3차 발사는 한·러 공동조사위원회에서 먼저 원인이 규명돼야 실행할 수 있어 총 3차 회의를 거쳐 분석결과가 나온 뒤에야 3차 발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리 요청을 들어주지 않아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문제와 국제상업회의소에 제소를 한다 해도 소송비용과 기한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빈번한 실패에도 나로호 발사에 사활을 거는 이유
우주개발은 크게 위성과 로켓 개발이라는 2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국내의 인공위성 개발은 1992년 8월 발사된 무게 48.6kg의 소형 ‘우리별 1호’가 시작이었다. 이후 ‘우리별 3호’까지 잇달아 발사하면서 우주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점점 고조되었다. 이후 우리별 위성 개발을 시작으로 상용위성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은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시리즈 였다. 이처럼 거듭된 우주 과학의 기술 진보 끝에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발사된 것이다.
현재까지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일본,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우주개발 선진국들로 자국 안에서 직접 로켓을 발사한 나라로 소위 ‘스페이스클럽’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들 선진 우주개발국들 역시 처음 개발한 우주발사체의 발사에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세계적으로 자국 최초 발사 성공률은 27.3% 정도로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성공해야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산업연구원에 의하면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해외 인지도 및 선호도, 제품에 대한 인식, 수출 증가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직·간접적으로 최대 액 3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우주산업은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현대과학기술의 집합체다. 극히 미세한 결함이나 작은 실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원인 규명 작업이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