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VS 죽이기’, 좁혀지지 않는 갈등

야권 광역단체장들 적극 저지 움직임, 종교계도 동참

2010-07-09     김미란 기자

문수스님이 몸담고 있던 지보사는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3년간 수행을 한 문수 스님이 분신 전날 현 정부의 4대강 개발에 대해 신랄하게 성토했으며, 5월31일 사찰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와 소신공양(燒身供養·스스로 몸을 태워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했다”고 밝혔다.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고 남겼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6월1일 성명서를 통해 “무엇이 3년간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수행자를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이냐”면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연대는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의 몫이 되었다”고 말하며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을 몸소 실천한 문수스님의 뜻을 이루어나갈 것을 밝혔다.
다비식을 마친 뒤인 6월8일 불교환경연대는 ‘문수스님 소신공영 추모 기자회견’에서 그 뜻을 재확인했다. 이날 불교환경연대는 문수스님의 유언이었던 4대강 개발반대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계획을 발표했다.
법륜스님은 문수스님 49재 기간 동안 그 마지막 뜻을 잊지 않고 새기고 많은 사람들이 간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49일 동안 릴레이 기도 ▲108배 생명평화 기도와 대화마당 ▲매 주말마다 문수스님 천도제와 추모행사 등의 계획을 밝혔다.

각계각층 인사 77명, 사업 일시 중단 요구
하지만 4대강 저지 움직임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18일에는 야당,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이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그러한 움직임이 6.2 지방선거의 본격 선거운동을 기점으로 점차 확산된 것이다.
지난 5월10일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 사회 각계각층 인사 77명이 사업 일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서울대 고철환 교수, 도종환 시인, 미래포럼 박영숙 이사장, 환경재단 최 열 대표, MBC 엄기영 전 사장, 도법 스님 등 시민단체와 교육, 문화, 종교계 인사로 구성된 77인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별 제안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환경문제도, 운하 사업과의 의심도, 그릇된 치수정책, 예산 낭비도 아닌 이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첨예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 현상에 대한 우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해왔으며, 시민사회, 학계에 이어 최근에는 종교계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이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찬성측은 ‘4대강 살리기’라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반대 측은 ‘4대강 죽이기’라고 저항한다”고 밝힌 이들은 “4대강 사업은 국민 70%가 동의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것을 정부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반대자와 토론도 기피해왔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단순히 국민이 4대강사업을 불신하는 차원을 넘어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멀어지고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를 의심하는 단계로까지 악화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4대강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를 갖기를 요청한다고 밝힌 이들은 “4대강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이 사업이 강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야권 광역단체장들, “소신으로 반대 입장 고수”
한편,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야권 광역단체장들은 4대강 사업 저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본격적으로 저지 움직임에 돌입했다. 이들 중에서도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저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김 지사는 4대강 위탁사업 반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실상의 사업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지사는 ‘4대강 정비 사업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터라 원칙과 소신으로 반대 입장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 지사는 “4대강 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고 예산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선거 전 공약에서 “4대강 사업 예산 20조 3,000억 원 중 국가하천정비사업 등이 필요한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교육, 복지 등 사회복지 투자로 전환하겠다”고 내세운 바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4대강 사업을 “주민의견 수렴이나 충분한 전문가 검토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국책사업”이라면서 반대쪽에 섰다. 이 밖에도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강운태 광주시장 등이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여당에서도 일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 의견을 제시, 여당 내에서도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지난 6월3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6.2 지방선거는 정치와 정치인이 오만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선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백지화’, ‘4대강 사업’과 같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은 사업을 전면 중지 또는 백지화해야 한다”면서 “이런 한나라당과 정부의 석고대죄를 통한 철저한 반성만이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는 “전체 공정의 16.5%가 완료된 상태이며, 예산 22조원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공동 성명 “차질 없이 추진되길”
야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자 여당 광역단체장들도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6월9일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는 ‘대구·경북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낙동강이 관통하는 영남권의 차기 단체장이라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두 단체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4대강 사업은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피해 예방과 물 부족 등 고질적인 물 문제 해결은 물론 생태복원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 향상에 직결된 사안”이라면서 “대구경북 550만 시·도민은 4대강 유역을 생명의 젖줄로 다시 살려내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전 국민의 자발적인 호응은 물론 정치인과 우리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낙동강을 복원하는 사업이 포함되어 진심으로 환영하고 차질 없이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밝힌 두단체장은 “현재 낙동강 사업은 주요공정의 진척도가 50%이상 진행되었으며, 금년 말까지 전체공정률 60%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 중단 사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구경북 구간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현장은 여타 사업장보다 모범적이고 선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단체장들 중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시·도민의 뜻을 존중하고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천주교 사제들 삭발식, 무기한 릴레이 기도회
현재 가장 큰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종교계다. 5월24일 4대 종단이 “생명들을 죽이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멈추십시오”라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문수스님 소신공양으로 불교연대가 뭉쳤으며, 최근에는 천주교 사제들이 삭발식으로 이에 동참했다.
6월10일 천주교 수원, 의정부 교구 사제들이 4대강 사업 강행에 항의하며 경기도청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또한 사제들은 이 날 무기한 릴레이 기도회에 들어갔다.
수원, 의정부 교구 사제 10여 명과 신자 100여 명이 모인 이 날 사제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는 주민이 반대해도 4대강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사로서의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오만의 극치”이라고 맹비난하며 시민들과 함께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지사는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하고, 4대강사업을 예정대로 밀고 가야 한다며 대국민 협박과 거짓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 사제들은 “우리들의 기도는 4대강 사업이 중단되고, 팔당유기농지가 보존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 발표에 이어 안양 왕곡성당 최재철 주임신부와 의정부교구 조해인 신부가 신자들의 묵주 기도 속에서 삭발식을 거행했다. 사회 문제와 관련해 경기도내 사제들이 삭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6.2 지방선거 이후 4대강을 둘러싼 반대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국책사업이라는 논란에도 정부가 소통불능 상태로 계속 사업을 이어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