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경영철학으로 디지털 신화를 일군다

“1+1=2가 맞습니다. 하지만 때론 2보다 1이 더 크고 소중할 수 있지요”

2010-07-08     김득훈 부장

누구에게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지게 된 선입견(先入見)이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불공평하고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해 크고 작은 손해를 입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외모와 신용이 정비례할 것이라 믿었다가 불의(不意)의 사기피해를 입거나, 빛깔 좋은 살구가 더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개살구를 덥석 집었던 경험들.
최근 사회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문명’에도 다소의 선입견이 배어 있는 듯하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까닭에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전혀 인간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오해이며, 분명한 선입견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논증을 덧붙이기 보다는 디지털산업의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IT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는 게 더욱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빚어내는 시너지(synergy)효과
(주)오르카아이티(배춘기 대표/www.orcait.net)는 국내 ERP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IT기업이다. ‘ERP’란 전사적자원관리(全社的資源管理,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약자로서 기업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기업 내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통합정보 시스템을 말한다. 미국 프로그레스社와 QAD社의 국내 독점 공급업체이기도 한 이 기업은 지난 2003년 창립한 이후 매년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 2007년부터 지속적인 ‘QAD ERP솔루션 비즈니스’를 펼쳐왔으며 우수 컨설팅 자원 확보에도 힘써왔다.
이렇듯 (주)오르카아이티를 거론할 때 주로 쓰게 되는 단어가 ‘효율, 통합정보, 시스템, 관리, 경쟁력 강화’ 등 차갑고, 딱딱한 매우 ‘디지털’적인 것들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는 세계 IT강국 대한민국의 총아(寵兒)로 촉망받는 디지털 기업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려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의 배춘기 대표를 만나러 갔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IT기업의 수장이라 지극히 ‘디지털적인 외모’를 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였다.
“물론 제품도 좋아야 하고, 컨설팅 능력도 뛰어나야 합니다. 매우 디지털적이어야 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에 열과 성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배 대표는 뜻밖에도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게다가 기자가 예상했던 ‘디지털적인 외모’도 부질없는 선입견에 불과했다. 넉넉해 보이는 인상, 그리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만들어내는 것은 ‘빠르고, 화려하며, 정확한’ 디지털 제품이 분명했다. 제품을 구매한 기업이 이를 통해 보다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기업시스템을 갖추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것을 만들어내는 배 대표와 (주)오르카아이티의 원동력은 확고한 ‘사람 비즈니스’에 근거하고 있었다.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QAD ERP 솔루션 비즈니스’는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양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현대기아차 IT서비스업체(오토에버시스템)를 비롯한 중견·지방 IT서비스업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꾸준한 사업확장을 도모하기도 했다. 이를 테면 ‘디지털 기술력’과 ‘아날로그 연대’가 묘한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보다 ‘디지털적’이기 위해 보다 ‘아날로그적’인 것에 집중
“신규 고객 발굴에만 매달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규 고객이 늘어날수록 회사가 양적으로 팽창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깊이에 대해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배 대표의 경영철학은 타사와의 차별성이 뚜렷한 고객관리, 사후관리(A/S), 성실한 업그레이드 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일 더하기 일은 이(1+1=2)이며, 이는 일보다 크고 귀중하다(2>1)는 지극히 디지털적인 계산법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때론 2보다 1이 더 크고 소중할 수 있다는 배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기존 고객에 대해 더욱 정성을 기울이고, 끊임없는 만족도 향상을 고민하는 이유이며, 또한 목표라고 말했다.
“결국 IT기업이기 때문에 IT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앞질러야 하는 경쟁업체들이 많습니다. 우선 주력사업인 ERP분야의 리더는 아니지만, 저희는 중견기업에 집중 공략하여 미들마켓의 리더가 될 계획입니다.”
배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중견시장에서의 포지션을 확고히 해 연간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회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세운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인데, 곧 이뤄질 목표라고 생각하니 더욱 신이 납니다. 목표에 가까워지면 직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복지향상에 힘 쓸 생각입니다. 이를 계기로 회사와 직원이 더욱 원활하게 소통하게 되면, 회사와 고객과의 관계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회사와 고객이 서로의 가치를 주고받고, 상호보완하며 성장하는 게 제가 준비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성장’ 그 자체는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단지 고객과 회사와 직원이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그의 미소를 디지털화 한다면
생소한 IT용어를 입에 올리며 제품을 설명하는 그의 입가에는 진지함과 날카로움이 배어있었다. 그러다 고객을 비롯한 직원들, 즉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이야기 할 땐 한 없이 둥글고 무딘 미소가 번졌다. 그런 배춘기 대표의 미소를 디지털화한다면 몇 개의 ‘0’과 ‘1’로 구성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동안, 어느덧 기자의 디지털시계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라며 알람을 울려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