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수업제 전면시행

2005-02-14     글/ 신혜영 기자
새학기부터 '주5일 수업' 기대반 우려반
학력저하 우려 및 인프라구축 미비 '신중론' 고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주5일 수업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월1회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월 2~4회로 늘어나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연구학교를 지정, 연구와 교육가족들의 다양한 의견의 수렴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요일 특기·적성 프로그램 운영, 사이버 가정학습체제 구축, 맞춤형 가정학습 콘텐츠 개발, 도서관, 체육시설, 청소년 쉼터, 복지시설 개방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주5일 수업이 전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은 물론 교원 수급정책의 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상당한 논의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 인프라 구축 등은 교육당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아직까지도 학력저하 현상에 대한 우려, 토요일 수업을 대체할 사회적 인프라 구축 미비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단계적 주5일 수업 시행…찬반 엇갈려
교육부는 올해 월1회를 시작으로 교육부문의 특수성과 사회적 여건 구축 정도 등을 고려해 주5일 수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특히 일선 학교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이후 시행계획을 시·도교육청 및 일선학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 나갈 방침이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김영윤 과장은 "주5일 수업제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전면실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서두르기보다는 시행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주5일제 수업을 중소기업까지 주5일 근무가 확대되는 시점을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원칙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저변확대를 통해 전면도입 한다는 교육부 계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주5일 수업제 전면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는 직장 등과는 달리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그 구성원이 복잡하고, 구성원마다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이 많은 도시에서는 주5일 수업제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미 격주 휴무제 등이 실시되고 있어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농어촌 지역은 주 5일제 수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학부모들은 사실상 토요일과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녀들이 많은 시간을 학교 울타리에서 보내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교육비 확대로 이어질까 염려
또한 일각에서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사교육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망국병'으로까지 불리는 사교육비 확대로 인해 중산층 이하 가정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사이버 가정학습, 교육방송 등을 통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 학교시설을 개방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특기·적성교육의 부실이 보여주듯 과열된 대학입시와 우수강사 확보의 어려움 등 선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고급 사립학교들이 6일제 수업을 실시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고소득층 자녀들에게 특별교육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전면시행을 위해서는 관계법 개정작업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장기적 과제로 삼고 차근차근 논의를 벌여간다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과정 개편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교원 수급문제 등과 관련돼 있어 교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전면실시 이후 주5일제 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자치단체가 지역 문화예술단체, 시민단체 등과 연계를 통해 가족단위, 성인,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업일 줄어도 수업시수는 유지
교육부는 '2005학년도 주5일수업제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전국 1,023개교를 우선 시행학교로 지정해 시범운영했다. 운영계획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은 어느 토요일에 쉴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또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관련해 수업일수는 감축할 수 있지만 수업시수는 국가가 정한 시간배당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맞벌
이 부부 자녀 등 토요 휴업일에 등교를 원하는 학생을 위해 학교시설을 활용한 특기·적성교육과 체험·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토요 교육프로그램을 학교별로 개설할 계획이다.
확대실시를 앞두고 교육부가 지난해 6월 932개 우선시행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월 네 번째 토요일을 휴업일로 운영한 학교가 447개교(47.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토요휴업일을 특정 주에 고정하지 않고 연간계획에 따라 운영한 학교(285개교·30.6%)와 두 번째 토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한 학교(117개교·12.6%) 순으로 나타났다.
또 토요휴업일 수업시수 보전방법으로는 주중에 운영하는 학교가 482개교(51.7%), 행사일수 및 시수 감축 287개교(30.8%), 방학일수 감축 72개교(7.7%) 순이었다. 교원근무 현황을 살펴보면 토요일에 교원 중 일부가 근무하고 일부는 연수를 실시하는 학교가 687개교(73.7%), 전교원이 정상 근무한 학교가 208개교(22.3%)로 조사됐다.


일본과 중국 '한국에게 좋은 참고자료'
◆일본, '학력 중시 교육'으로 U턴

일본은 1986년부터 주5일 수업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1988년 68개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했으며 1992년 월 1회 실시, 1995년 월 2회 실시 등의 과정을 거쳐 2002년 전면시행에 들어갔다. 시범 실시 이후 전면실시까지 약 1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그러나 긴 준비기간을 거쳐 도입된 일본의 주5일 수업제는 학력저하 현상 등의 역풍을 만나 사실상 좌초의 위기에 직면했다. 주5일 수업제 도입을 앞두고 일본정부는 가정과 학교
등으로부터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와 관련에 최근 일본 공교육의 기본원칙인 이른바 '여유교육'이 폐지되고 국어, 수학 등 기본 교과의 성취도를 중시하는 '학력 중시 교육'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개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여유교육이 실제로는 기본 교과를 소홀히 해 학력 저하의 주범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중국, '한국에게 좋은 참고자료'
중국은 1996년 9월 새학년의 시작과 더불어, 초 중 고등학교의 주6일제 수업 제도에서 주5일제 수업 제도로 변경했다. 대학은 1996년 5월 1일 주5일 근무제도 실시와 병행하여 이미 주5일제 수업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중국 국가위원회는 주5일제 수업 제도의 실시목적을 아동들의 건강한 신체발달을 도모하고, 학교, 가정, 사회 교육의 개선으로 전인교육을 강화
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지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북경시 제 1실험 소학교 교장의 말에 따르면, 주5일제 수업의 실시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여가선용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토요일에 자녀들을 각종 사설학원이나 예체능 특기교육반에 보내고 있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숙제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 물론, 학부모와 같이 극장이나 박물관, 유적지 등을 참관하는 학생도 없지 않지만, 그런 경우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극소수의 가정에 국한되어 있다. 교육과정 운영 면에서 볼 때, 고등학교의 경우는 주5일제 수업의 실시로 인하여 선택과목에서 1시간, 특별활동에서 2시간의 수업시수가 감소되어, 총 주 수업시수가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게 되었으며, 구체적인 교육내용에 있어서도 수학, 물리, 화학, 어문 등의 4개 과
목에서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삭제했다.

이와 같이 중국의 주5일 수업 제도 실시는, 학생들이 토요일을 유익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일, 학교와 가정에서의 휴업일의 지도 방안, 일부 과목의 난이도가 높은 내용을 삭제하는 일, 그리고 주5일제 수업에 따른 대학입시의 출제 범위를 조정하는 일, 교사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여가를 선용하는 일 등의 산적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중국의 주5일제 수업의 실시와 일련의 시행착오는 여러 모로 중국과 교육여건이 유사한 우리 나라에서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5년 교육계 변화 키워드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교육민원 콜센터 설치

올해 교육계의 가장 큰 변화는 3월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월 1회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된다는 것.
◆주5일제 수업 확대 = 주5일수업제 월1회 실시되면 초·중·고등학교의 연간 수업일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학교별로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시간배당 기준을 준수해야 하므로 전체 수업량에는 변화가 없다. 각 학교에서는 수업을 주중에 당겨서 실시하거나 행사 시간 수와 방학일수 감축 등으로 토요휴업일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한편 교육부는 주5일수업제 확대 실시에 대비, 교육과정의 수정·보완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단계적 확대 실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BS 수능강의 화질 600K로 개선 = 300K 수준인 EBS 수능강의 화질이 올해부터 600K로 높아지며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 체제도 대폭 개선된다. 이에 따라 EBS은 기본적인 주문형비디오(VOD) 및 학습관리시스템(LMS)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동영상 학습자료를 개략적인 내용과 날짜 등 정보별로 메타(Meta)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개인학습 블로그 시스템을 제공한다. 또 문제은행식 자기진단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영상재생기의 기능
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또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수능 프로그램을 수준별·제재별·요구별로 특화하고, 내신 프로그램 강화, 인성 및 비교과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일부 교재를 통합·축소해 교재구입 부담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또 방학기간 등을 활용해 '현장공개강의'를 확대 개설해 나가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으로 종전의 봉급·경상·증액교부금이 단일교부금으로 통합된다. 또 교부금의 법정교부율은 현행 내국세의 13%에서 19.4%로 상향조정된다. 의무교육기관 봉급교부금이 폐지됨에 따라 교원의 증감 등으로 인해 지방교육재정의 인건비소요에 큰 변동이 있는 경우 교부율을 보정하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던 봉급전입금을 폐지하고 해당금액을 시도세 전입금 비율에 반영해 이를 상향조정했다. 서울은 시세 총액의 10%, 광역시 및 경기도는 시도세 총액 5%, 기타 도는 도세 총액 3.6%(현행과 동일)다. 이와 함께 국세교육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 양여금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교부금의 재원으로 가산하기로 했다.
◆고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 제도 개선 = 고졸 검정고시제도에 7차교육과정이 적용돼 시험 과목이 변경 및 축소된다. 이에 따라 현행 필수 7과목에서 윤리가 제외돼 필수과목이 국어, 사회, 국사, 수학, 과학, 영어 등 6개로 줄어들고, 선택Ⅰ은 도덕, 기술·가정, 체육, 음악 또는 미술 중 1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선택Ⅱ의 경우 정보사회와 컴퓨터, 농업과학, 공업기술, 기업경영, 해양과학, 가정과학, 독일어Ⅰ, 프랑스어Ⅰ 스페인어Ⅰ, 중국어Ⅰ, 일본어Ⅰ, 러시아어Ⅰ, 아랍어Ⅰ 또는 한문 중 1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또한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기능사 이상의 자격을 취득한 경우 본인이 원하면 선택 Ⅱ의 1과목을 면제해준다.
◆저소득층 두 자녀 교육비 지원 = 저소득층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들 가정의 두 자녀가 동시에 유치원에 다닐 경우 둘째 이후 자녀의 교육비가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이하(소득인정액)가구의 자녀로, 월 3만원이 지원된다.
◆농산어촌 지역 장애아 순회교육 = 농산어촌 지역 장애아동의 학습권 보장 강화를 위해 가정과 시설 그리고 일반학교의 일반학급에 배치돼 있는 장애학생에 대한 특수교육 및 치료교육 등 순회교육 지원이 확대된다. 이와 함께 학부모의 교육상담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특별시 및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9개도의 특수교육지원센터 18개소에 순회강사 인건비, 순회교육 활동비, 교재·교구 구입비등으로 국고 9억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