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줄죄기, 김정일 선물통치에 직격탄 맞을 것

북한 김정일 ‘전쟁 선포’ 수순, 최악의 시나리오

2010-06-04     신현희 기자

정부의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이후, 남북간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한은 당연히 부인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후계 체제의 구축,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북한은 내부결속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강공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노골적인 전쟁 위협으로 대남 협박
지난 5월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사면초가’ 신세가 된 북한 정권이 노골적인 전쟁 협박과 함께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오후 7시경 ‘3방송’에 나와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전군, 인민보안부, 국가보위부,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에 만반의 전투태세에 돌입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극렬은 “공화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만약 미국과 일본을 등에 업고 남조선이 공격해오면 이번 기회에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때 다하지 못한 조국통일 위업을 반드시 성취하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명령”이라고 대남협박을 가했다.
김정일이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한 시점은 천안함 침몰의 주범이 북한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추가적인 대북제재에 돌입하는 등 북한 정권의 ‘돈줄’이 끊기기 시작한 때여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비군사적 대응조치 돈줄죄기, 직접적 압박으로 작용
이에 김정일의 선물통치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추진 중인 비군사적 대북응징조치는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대북 금융제재 및 외화벌이 차단 ▲남북 교역 축소를 통한 북으로의 현금 유입 차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대북 조치를 보다 실효성을 갖기 위해 정부는 ▲제주해협 운항 금지 및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 ▲무기 수출 차단을 위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에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대북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정부의 조치가 북한으로의 ‘외화유입 차단’으로 직결돼 북한 김정일 체제유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정일 비자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무기밀매’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체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적 고립 심화와 화폐개혁·시장폐쇄 등 대내외 상황 악화로 경제가 거의 붕괴된 상태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외화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조건에서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외화유입 차단’ 조치는 김정일 체제 유지에 직접적 압박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김정일이 달러를 통해 북한의 수뇌부를 관리해왔다는 점에서도 돈줄 차단은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의견이다. 김정일이 ‘선물정치’를 통해 당과 군 간부들을 관리해 왔고, 매해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수 백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고위 탈북자 A씨는 “김정일은 체제 유지의 핵심은 최측근을 비롯한 주요 기관장들에 대한 선물정치에 있다. 해마다 중앙당에서 최측근뿐 아니라 보위부장, 안전부장 등에 선물을 보내는 데 만약 이러한 선물을 받지 않으면 이들 간부들이 심리적인 동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물은 장군님이 건재하다는 상징적인 의미인데, 만약 선물이 내려오지 않으면 김정일 리더십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차단을 지속하면 김정일의 이러한 통치 방식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도 北 움직임 예의주시, 대비책 마련에 골몰
이에 우리 군당국도 27일 대북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북한군의 군사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남북 해상항로대를 폐쇄하고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등의 제재조치가 발표된 이후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았지만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대북 감시·정찰 강화에 돌입한 것이다.
군은 예상되는 북한의 추가도발 유형과 관련,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우리 근로자들을 인질로 붙잡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의 우리 함정에 포사격을 가하는 것 등을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최전방 소초에서 국지적인 총격전도 예상 도발 시나리오로 상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의 인질사태 발생시 대응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김태영 국방장관의 수첩에도 당시 회의에서 이를 논의했음을 말해주는 ‘소규모 인질시’, ‘대규모 인질시’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에 정부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개성공단 근로자 인질사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군사적으로 구출작전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협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만약 대규모 인질사태가 발생한다면 대규모 미군 전력을 서해로 이동시켜 무력시위를 하면서 대북 압박을 가한다는 대비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에 평화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맞선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 내용을 전하면서 “무력 충돌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20년 이상 만에 한반도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이례적으로 1면 톱기사로 ‘북, 한국과의 모든 관계 단절’이라는 한반도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북에 대해 ‘자멸적(self-destructive)’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북한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북한이 전면전을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정일 정권의 후견인인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하지 않기에 북한이 무모한 도박을 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하지만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제2의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 군의 보완도 필수적이다. 남북은 분단국가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에도 크고 작은 충돌이 있어 왔다. 이를 단호하고도 슬기롭게 해결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남은 과제다. 손자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병법이라 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기지를 발휘할 때다.

황장엽을 향한 끊임없는 테러, 김정일 비난 수위 높아져 극단적 대처
 
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 2명이 검거됐다. 그는 망명 이후 지난 13년 간 끊임없이 신변위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북한이 현역 장교로 짜인 공작 조직을 직접 투입해 살해를 기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이처럼 북한이 극단적인 계획을 시도한 것은 최근 황 전 비서의 행적과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1997년 2월 북경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뒤 필리핀을 거쳐 1997년 4월 서울에 도착한 황 전 비서. 북한내 최고 정치적인 입지를 자랑하던 그의 망명은 실로 충격이었다.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닦은 당대의 이론가이자 후계자 김정일에게 ‘제왕학’을 가르친 스승의 갑작스런 남한 행은 파문을 낳기에 충분했다. 각종 의혹도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이룬 모든 성과와 가족들을 버리고 망명을 시도한 동기와 당시 정부의 미심쩍은 대응, 안기부의 사건 개입 여부 등 숱한 미스터리를 남겼다.
하지만 황 전 비서를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망명 신청 직후부터 그의 목을 조여오던 테러 위협.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황 전 비서의 망명에 대해 “배신자여 갈 테면 가라”고 언급해 그의 신변에 대한 위협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황 전 비서 곁에는 늘 7~8명의 경호원이 그를 감싸곤 했다.
황 전 비서에 대한 위협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그가 누구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다 대내외적인 자리에서 북한 체제의 만행을 비판했다는 것이 일순위로 꼽힌다. 철저히 비밀에 묻혀있었던 북한의 내부사정이 그의 입을 통해 발설될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황 전 비서를 제거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황 전 비서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신변위협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지난 3월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는 자신의 신변안전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경호는 내가 요구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 측에서 테러를 우려해서 배려하는 것이다. 조금도 김정일의 테러를 겁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 지난 4월20일은 북한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할 목적으로 남파한 간첩 2명이 검거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국가정보원은 이날 위장 탈북한 후 국내로 들어와 황 전 비서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김모(36) 씨와 동모(36) 씨를 구속했다. 이번 간첩 사건에 대해 황 전 비서는 “살해 위협 신경 안 쓴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은 “어제 저녁 간첩들이 붙잡혔다는 뉴스를 보고 황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러냐’고 말씀하셨다. 황 선생님은 2006년 손도끼 협박 때도 ‘어차피 죽을 거 그쪽한테 죽어도 상관없겠지’라고 말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