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딛고 내수판매, 수출 호조 전망
신차개발 경쟁 및 소비 심리 개선, 상승 요인으로 작용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요 업체들이 지난해의 소극적인 전략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에게 시급한 과제는 생존이었다. 이에 따라 생존능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 유동성 확보, 판매 유지, 정책 지원 요구 등 소극적 전략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올해는 자동차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자동차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공세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세계 최대의 시장 및 생산국으로 급부상
세계 자동차 판매가 회복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피해가 적었던 중국이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시장 및 생산국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지난해 세계 자동차생산 자료(해외 현지생산은 현지국가에 포함)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가 351만 3,000대를 생산해 5년 연속 세계 5위를 기록했으며, 세계 생산비중은 5.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성장 지속과 자동차 내수부양 정책에 따른 내수호조로 전년대비 48.3% 증가한 1,379만 1,000대(세계 생산비중 22.5%)를 생산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으며, 2006∼2008년 3년간 최대 생산국이었던 일본은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31.4% 감소한 793만 5,000대를 기록, 2위로 내려앉았다.
미국은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등으로 34.3% 감소한 569만 7,000대, 독일은 13.8% 감소한 520만 6,000대를 생산했지만 순위는 전년도와 같은 3위와 4위를 유지했다.
한편,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13.4% 감소한 6,129만 5,000대를 기록했지만, 중국과 인도는 내수호조에 힘입어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생산비중도 16.4%에서 26.8%로 높아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0년 올 한 해 금융위기 진정으로 올해보다 6% 정도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판매대수로는 6,500만 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 종료, 유가 상승 등의 판매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위기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지역별로는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은 판매 증가세가 지속되는 반면, 유럽 시장은 정부 지원책의 종료 등으로 여전히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국산차 품질과 브랜드가치 상승으로 판매 호조 예상
한편,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 집중되었던 소형차의 판매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아반떼, 포르테, SM3 등의 고연비 소형차 판매가 급증했고, 제네시스, 에쿠스 신차효과와 고소득층 대체수요로 대형차는 14.8% 증가, SUV차도 세금감면효과, 쏘렌토R, 싼타페 신차로 32.3% 증가했다. 반면 경차는 개소세 인하혜택 및 노후차 교체 지원정책에서 배제되어 1.9%가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싼타페, 제네시스의 인기가 계속되어 현대차가 가장 많은 판매고(점유율 50.7%)를 올렸으며, 기아차는 모닝, 포르테, 로체, 쏘울 디자인차별화 및 쏘렌토R 신차효과로 26.8% 증가(점유율 29.6%),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80.3%에 이르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세제혜택, 신형 SM3로 르노삼성은 26.8% 증가해 겨우겨우 점유율 9.5%를 기록했지만 지엠대우와 쌍용은 GM 파산, 유동성위기, 법정관리, 파업 등으로 전년대비 내수판매율이 감소하는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2010년 자동차산업은 경기가 회복세 국면에 접어들었고 국내 업체 간 신차개발 경쟁, 소비 심리 개선 등으로 전년대비 판매율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 이에 따라 업계는 내수판매 140만 대, 수출 230만 대를 전망하고 있다. 세계시장 회복세와 더불어 지난해 현대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차’, ‘타우엔진 10대 엔진’에 선정되는 등 국산차의 품질과 브랜드가치가 상승한 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 선전할 수 있던 우호 요인들 소멸 예정
2010년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최악의 상황이었던 올해보다는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 위기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국내외 경제 및 자동차 판매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우호적인 요인들 역시 소멸될 전망이어서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원/달러 환율 하락, 정부 지원책 종료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소형차 및 신흥시장에서의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경쟁업체들의 움직임도 크나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 역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회복과 차별화 양상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 업체들은 판매력 강화 및 저가차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며,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미국업체들은 고연비 소형차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구축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유럽업체들도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흥시장에서의 전략 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우리 자동차산업은 ▲친환경 미래지능형차 R&D투자 및 보급촉진 지원 ▲노사관계 법, 제도 개선 ▲중소 부품산업의 경쟁력 제고 ▲내수기반 강화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그동안 잘 해온 자동차산업,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