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부 절반 “섹스 없는 긴 밤 무서워요”

1~2개월 한 번 정도 性생활, 섹스리스 부부 의심해봐야…

2010-05-24     박희남 기자

육욕을 억제한 채 정신적인 사랑만 나누는 ‘플라토닉 러브’는 가라. 정신적 사랑이 충만해 육체적인 관계없이도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과거 시대를 당당히 거부하는 요즘, 법적으로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은 부부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성관계 없이 부부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섹스리스(Sexless) 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섹스리스 부부는 단순히 관계를 기피하는 것을 넘어서 이혼, 외도, 성매매 등의 사회적 병리로 연계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간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지 못하면 자연히 대화는 단절되고 그로인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과거엔 섹스리스 부부가 주로 40~50대인 경우가 많았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20대 신혼부부에게까지 섹스리스 부부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사회와 치열한 직장생활 등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어 본의 아니게 섹스 능력 저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섹스리스 부부. 그들의 밤은 오늘도 한 없이 길기만 하다.

고요한 밤, 밤일이 두려운 그들
섹스리스 부부란 특별한 이유 없이 최근 2개월간 성관계를 월 1회 미만 또는 전혀 한 적이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한국성과학연구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40대 부부 10쌍 중 3쌍이 섹스리스 부부에 해당하며, 국내 이혼 부부의 80%가 섹스리스 상태를 거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섹스리스 부부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들은 섹스를 거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의견은 크게 달랐다. 먼저 여성의 경우엔 심리적 불안감이 성관계를 기피하고 섹스리스 부부로 이어지게 했다. 성교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다소 징그러워 보이는 남성 성기에 대한 공포감 또는 혐오감 등이 잠자리를 기피하는 1순위였으며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과도한 집안일로 생긴 스트레스 등 주로 심리적 문제에 의해 불감증을 가지고 있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출산 이후 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진 질과 괄약근, 요실금 등 여성 질환이 발병함으로써 無 오르가즘, 즉 전희나 제대로 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없어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반면 남성은 조루나 발기부전을 섹스리스 부부의 이유로 꼽았다. 대다수 남성은 조루나 발기부전을 겪을 때 남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고 느끼며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해 아내와의 잠자리를 껄끄럽게 여긴다. 사실 조루나 발기부전은 여성에게 성적 불만감을 안겨주는 심각한 남성 성기능장애 중 하나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정장애의 남편을 둔 아내가 법원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신청해 여성들이 남성의 지속가능한 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입증된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섹스리스 원인으로 남녀 간의 ‘성적 타이밍’ 문제를 지적했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남자는 10대 후반, 여자는 40대 후반이 될 때 성적욕망이 가장 높고 왕성한 성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대 때부터 혈기 왕성한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경우 사춘기나 10대 후반에 성욕이나 오르가즘을 느끼는 능력이 최고에 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20대를 거쳐 30, 40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롭게 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남성은 그와 반대로 20대, 30대가 될수록 고개 숙인 남성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경우 서른 살 기준으로 점차 호르몬 분비가 줄어 흥분과 사정의 횟수가 줄어들고 체력도 급격해 떨어져 전처럼 활발한 성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이에 성 전문가들은 30~40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섹스리스 부부로 치닫는 파국의 길을 막아줄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밖으로 떠도는 남편VS 혼자 해결하는 아내
남편과 아내와의 잠자리만 거부할 뿐, 즐기긴 다 즐긴다. 인간이기에 지극히 기본적으로 성적욕구를 느끼는 섹스리스 부부들. 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성적욕구를 해소시키고 있다.
남성들은 주로 컴퓨터를 활용하여 해결하는 쪽을 선호한다. 그 예가 바로 야한 동영상 즉, 포르노를 통해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는 것. 최근까지 포르노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A씨(36,남)는 올해로 결혼 7년 차다. 우리가 만나 본 A씨는 스스로 포르노 중독자임을 자처했다. 결혼 이후 아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는 A씨는 아내에게선 찾을 수 없었던 성적 매력을 컴퓨터 화면 속 포르노 배우에게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민망했는데, 이게 한 번 보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서 아줌마 같은 아내보다야 컴퓨터 속 쭉쭉 빵빵한 미녀들의 몸매를 보는 게 남자 입장에서 훨씬 더 흥분되지 않겠어요. 안 그래요 기자님?” 오히려 큰 목소리로 기자에게 되묻는 A씨. 그는 “포르노 보는 거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알고 보면 얼마나 장점이 많은데. 아내와 포르노를 같이 봄으로써 멀어진 부부사이를 회복시켜주는 경우도 많은 편이예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포르노는 부부 갈등 완화를 위하여 어떠한 답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기능 장애로 인해 포르노를 보기 시작한 경우는 파트너 앞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는 탓에 자칫 포르노 중독자가 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포르노를 습관처럼 보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남성들은 이외에도 안마소나 출장 여성들과의 뜨거운 하룻밤을 통해 아내에게 쌓인 욕구불만을 큰 어려움 없이 해소하고 있다.
반면 여성들은 혼자 조용히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B성인용품점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남편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섹스리스 아내들. 이들은 찾는 용품은 섹스보다 빠르고 효율적 쾌감을 줄 수 있는 자위 용품들이다. 주 2~3회씩은 꼭 이곳을 찾는다는 J씨(31,여). 그녀는 “남편과 길게는 5개월 동안 관계를 맺지 않는 경우도 많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도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냥 자위로 풀고 말지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욕구 해소를 위해 시작한 자위가 버릇이 되어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S씨(27)가 딱 그러한 케이스다. 결혼 2개월 차 신혼부부인 S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한 달째 부부관계를 거르고 있다. 남편이 싫어서도, 그렇다고 잠자리가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귀가 뒤엔 잠자리 생각은 하지도 못해요. 피곤해서 바로 자는 편이예요.” 몸이 노곤해 스스로 잠자리를 거부했지만 성적욕구는 S씨의 마음과는 다르게 점점 쌓여만 갔다. “남편과도 시도는 해봤죠. 잠자리가 뜸해서 그런지 남편과 관계를 가져도 별 감흥이 없고 아프기만 해서 중도에 포기해버려요.” 이후 S씨는 욕구 해소 방안으로 자위를 선택했다. 그 이후부터 걷잡을 수 없는 자위 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S씨. 심지어 그녀는 회사의 화장실이나 사람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공원에서의 자위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S씨와 같은 상황은 ‘섹스 중독’과 비슷하게 발전해 자위를 끊을 수 없는 상황까지 도래하며,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해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참 간단하고 쉬운 이들의 심사,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의학적 도움 하나면 금실 좋은 침실 회복
갈등이 깊어 대화로 풀어나가는데 한계를 느꼈다면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도 섹스리스를 극복하는데 있어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기혼 여성과 남성이라면 산부인과나 비뇨기과를 두려워하거나 겁낼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피해서 어떻게 가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의 인식 때문에 쉽사리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 고민이 생기면 반드시 산부인과 또는 비뇨기과를 방문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에서는 섹스리스 부부들을 위한 시술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에서 시술되는 레이저 질 수술은 자신감을 상실한 여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고, 집 나갔던 남편의 사랑도 되찾게 해주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해 하고 있다. 레이저 질 성형수술은 성감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기관인 질과 골반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전히 교정하는 수술로 질의 입구에서 깊은 곳까지 탄력을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성관계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변화된 회음부의 해부학적 구조를 근본적이고도 완전하게 교정해 성감을 크게 증대시켜 준다. 아울러 이 성형수술은 성생활이 주는 건강상의 이점을 제외하고도 출산 후 찾아온 요실금이나 심한 변비, 잦은 질염 등 감염성 여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수술 중 하나로서 시술시간이 짧고 특수마취로 통증과 출혈이 작아 젊음을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와 함께 여성이 성감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부위 클리토리스의 노출을 위해 시행하는 수술로는 ‘레이저 음핵 노출 수술’과, 여성의 성적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레이저 양귀비수술(G-spot 증폭술)’이 있다. 2주전 지스팟성형술, 일명 양귀비 수술을 시술받은 P씨(42,여) 역시 요즘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행복하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남편과의 관계를 거부했던 P씨는 대표적인 섹스리스 부부였다. 부부관계를 맺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부간의 교류는 적어지고 당연히 싸움은 많아졌다. 집안에 고성이 오간지도 몇 개월 째. 심지어 남편은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엄연히 이혼사유에 속한다며 이혼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편이 이혼 이야기를 꺼내는데 순간 ‘아, 이대로 가다가는 가정이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후 고민 끝에 산부인과를 찾은 P씨는 의사로부터 양귀비수술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솔깃한 제안을 권유받았다. “ 남편이 꺼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반기는 눈치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뭐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술을 받기도 결심했죠.” P씨가 시술받은 양귀비수술이란 여성의 성기에 보형물을 넣어주어 성감을 높이거나 여성의 성감대를 자극하여 성관계 중 질의 수축력을 강화해 남성의 성감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는 수술 중 하나다.
수술 이후 P씨 부부는 놀라운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어렵게 수술을 받은 P씨 부부의 관계는 침실 열기가 후끈거릴 만큼 진전되었고, P씨 스스로도 성관계를 즐기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뱃속에는 둘째아이가 잉태해 있다. P씨는 과거의 자신처럼 섹스리스 부부로 힘들어하는 아내와 남편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고생해 봐서 잘 알잖아요.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성적인 문제를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많은데, 우리의 삶에서 성생활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절대 무시하지 못할 문제예요. 만약 내 몸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을 통하여 충분한 상담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시술을 통해 부부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오늘 밤에도 남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로 약속했다는 P씨. 그녀의 얼굴에는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마음의 문 열 때 사랑의 불씨 활활
전문가들은 부부간 노력하지 않는 점을 섹스리스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섹스리스의 원인은 남편의 무능력함도 아니고 아내의 볼품없는 외모도 아니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부부가 섹스리스에 빠지는 것도, 그리고 섹스리스에서 벗어나는 것도 부부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 그 중에 ‘대화’는 단연 으뜸이다. 대화를 통하여 성에 대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 차이를 허심탄회하게 밝힐 때 여성과 남성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여자 입으로 이런 말을 하지’, ‘내가 이러한 말을 하면 남편이 나를 밝히는 여자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아내가 나를 변태로 취급하면 어떡하지’ 식의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애초에 대화는 성사될 수 없다.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이라도 진실로 다가선다면 섹스리스 부부는 ‘Good-Bye’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대안으로 연애나 신혼 때의 감정을 돌이켜보거나, 과거 둘 만의 추억이 담긴 데이트 코스를 순례해봄으로써 꺼져버린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을 추천한다. 오래된 결혼생활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 일 터. 이는 잠자리로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시들시들한 밤을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결혼 전 아내와 남편이 처음으로 함께 했던 장소를 찾아가 연애 초기 풋풋했던 마음의 상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처음 데이트했던 곳도 좋고, 처음 입을 포갰던 곳도 괜찮다. 하다못해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을 꺼내놓고 한 장 한 장 보면서 추억을 곱씹는 것도 좋다. 연애 초기에 내가 왜 이 남자를 사랑했는지, 이 여자의 어떠한 점을 좋아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지금 자신 곁에 있는 아내와 남편이 180°달라 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어른을 위한 성교육 동영상이나 프로그램을 구해서 부부가 함께 시청하거나, 머릿속에서나 상상했던 은밀한 성관계를 현실화시키는 일 역시 소홀해진 부부관계를 되찾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서로를 이해하는 너그러운 마음씨만큼 섹스리스 부부를 탈피하는데 있어 중요한 방법은 없다.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아끼는 것이 가장 급선무 일 터. 남편은 양육과 가사를 분담하여 아내가 느끼는 피곤함을 최소화하고, 아내는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의 기(氣)를 자연스럽게 살려 줄 때 비로소 살가운 분위기는 형성된다.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보일 때, 아내와 남편은 배로 사랑을 되돌려 줄 것이다.
하늘 아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섹스는 없다. 부부 간 섹스는 건강에도 좋을뿐더러 성욕 해소를 넘어서 또 하나의 대화와 소통의 수단이 된다. 지금 혹시 당신의 남편 또는 아내가 등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어쩌면 남편도 아내도 당신의 따뜻한 손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