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드림 꿈꾸는 제3의 한국인 ‘다문화가정’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남성과의 국제결혼을 법적으로 금지시킨 가운데,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또 한 번 이슈를 모으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우리와 다른 민족 또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을 총칭하는 용어로서, 이 용어는 지난 2003년 건강가정시민연대가 국제결혼, 혼혈아 등의 부정적 이미지의 용어대신 다문화가족이나 다문화가족 2세로 부르자고 제안함으로써 공용화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7월부터 3개월에 걸쳐 결혼이민자 15만여 명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족에 대한 설문지를 실시했는데, 조사 결과 결혼이민여성들의 57%, 결혼이민남성의 53.8%가 현재 본인의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새로운 보금자리인 ‘한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생활하기를 원했으며, 자신 스스로 한국임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라온 이들이 의견차이가 전혀 없다면 이는 명백한 거짓말 일 터 특히 지난 2005년 이후 맺어진 다문화가정들은 아내와 남편과의 연령차이가 무려 20세 정도 나며, 남편 대다수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양호한 편. 심지어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남편과 알코올 문제나 정신적인 질환을 안고 있는 남편까지 있었다. 이러한 가정들은 향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 도움이 절실한 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정에 대해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천하태평이다. 더 이상 이들은 이방인이 아니다. 우리가 감싸고 안아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자 또 하나의 가족인 셈이다.
국제결혼 러시, 부작용도 잇따라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국제결혼이 성행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특히 농촌의 경우 열 남자 중 다섯 남자 즉, 절반가량이 외국인 여성을 배우자로 맞이하고 있을 만큼 국제결혼이 러시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 증가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여성결혼이민자의 이주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교단체를 통해 일본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첫 시작으로 1990년대 초에는 중국동포와 중국한족들의 결혼이주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필리핀, 태국, 몽골 등으로 외국인 아내의 국적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00년대는 베트남과 구소련 등으로 더욱 다변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결혼의 방식이 대부분이 매매혼으로,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제결혼업체들은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 매매혼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남녀 간의 진실 된 사랑보다는 ‘돈’과 ‘외모’에 치중 돼 상대방을 택하게 된다. 말이 결혼이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사고에 빠져 상대방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국내 남성들로 인해 국제이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마치 시장에 나가 물건을 고르듯 입맛에 맞춰 배우자를 선택하는 사랑 없는 결혼은 다문화가정, 그리고 외국인 여성 배우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처이다.
타 국가 다문화 정책 수준은
다문화가정 증가 현상은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까운 나라 호주와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지난 1978년부터 다문화주의를 공식적인 정부정책으로 채택한 호주는 국내와 크게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호주인구 2,000만 명 중 무려 43%가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 중 1명이 외국인인 호주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이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 자조 집단에 의해 시행되는 정책은 막 이민 온 사람을 위한 정착지원 서비스를 연방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이주민지원센터를 통해 이민행사지원과 비영어권이민자를 위한 영어교육, 공문서해독 등을 도와주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역시 다문화가정에 대한 제도가 우수한 편이다. 일본의 가나가와 현은 지난 1998년 외국인회의를 설립해 외국인들의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연 8회 정도 모임을 개최하고 있는 이 회의는 외국 국적을 가진 20명 이내의 외국인들로 구성되었으며 일종의 협의체로서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느끼는 불편한 시정사항을 시 당국에 건의하는 통로 역할이 되어주고 있다. 특히 일본의 다문화정책 중 가장 눈 여결 볼만한 것은 2세 자녀들의 교육 정책이다. 방과 후 일본어교실에 일본전담 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며, 가와사키현의 학교는 외국인 자녀가 5명 이상 재학 중일 경우 전담교사를 별도로 둬야 한다. 아울러 학교나 보건소, 공공기관에 통역요원들을 배치하는데 이곳에 배치되는 통역교사는 주로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되고 있다.
마음의 울타리로 감싸 안아야
일본과 호주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차별해소를 통한 인권신장 및 사회통합’을 정책목표로 삼고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일환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한글교육과 한국음식을 배울 수 있는 장을 마련,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공부방을 개설했다. 더 나아가 ‘학교’의 지원 기능을 강화해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학교 적응을 돕고 있으며 다문화가족 지원법과 국적법, 출입국관리법 및 사회복지 관련법 등 결혼이민자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류를 위조하고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영리 목적으로 결혼을 알선하는 것을 억제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변화의 흐름이 더디기만 하다. 아직도 저개발 국가 사람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존재한다. 편리한 제도적 장치보단 그들을 우리의 안으로 포용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다문화가정은 우리와 크게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고 멀리 있지도, 결코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다.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이젠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으로 그들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안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