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기적이 함께 하기를

'마의 69시간' 지났지만 희망 버리지 않아

2010-03-30     신현희 기자

'침몰한 함미에 적은 양이라도 산소를 주입했으니 아직 희망은 있다!'

29일 오후 6시30분을 기해 천안함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 시각인 '마의 69시간'이 지났다.

생존 가능 시각은 지났지만 함미를 수색하던 해난구조대 요원들이 29일 오후 8시14분부터 13분간 함정 굴뚝인 '연돌'의 금이 간 부위에 산소통 1개 분량의 산소를 주입,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패닉과 공황상태 =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한 함미 안에 산소를 주입했다는 백령도 현지 가족대표단의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격려하며 생존 소식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최상천 교수는 "생존 여부를 가르는 관건은 산소의 유무"라며 "함선 내부로 산소를 공급해 계속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5일째인 30일에도 해군 2함대사령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브리핑이 열리는 강당과 임시숙소를 오가면서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부녀자와 노약자들은 끼니를 거르기 일쑤고 며칠째 뜬 눈으로 밤을 세다 보니 혼자 거동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이미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됐다.

◇더딘 구조..가족가슴 까맣게 타들어가 = 해군 구조함인 광양함을 타고 함미 안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인명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 대표단 20여명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손수민 하사의 삼촌 손시열씨는 "바로 눈 앞 바다 밑에 함미가 가라앉아 있는데 직접 뛰어들 수도 없고 춥고 컴컴한 바다 속에 내 가족, 형제들이 갇혀 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들은 함미가 침몰한 정확한 위치도 어군탐지기를 이용한 어선이 확인했다는데 도대체 해군은 무엇하고 있는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마저 인명구조 탐색현장에 나와 있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늑장 구조작업을 했을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택 2함대사령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도 사고가 난 다음 신속히 장비를 동원하지 않아 정확한 침몰 위치도 찾지 못하는 등 군의 늑장대응 때문에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