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학교의 이유 있는 변신

획일적인 학교공간을 문화적 공간으로 리모델링, 교육효과 증진 기대

2010-03-12     이희민 기자

문광부는 ‘공간의 변화가 인간의 변화를 가져온다’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2005년 8월 ‘공간문화팀’을 조직하고, 공공디자인 시범사업·근대산업 유산의 문화공간화·일상공간의 문화공간화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사업을 전개해 왔다. 본 사업이 시작된 후 재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수요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을 얻으며 발전해 가고 있는 가운데, 사업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자 지난 2009년 7월부터 12월까지 ‘학교 공간 디자인 변화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인식 및 효과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신나민 교수가 주도한 본 연구는 지난 2008년 본 사업에 참여한 5개의 시범사업 대상학교 학생(798명)과 교사(134명) 및 비교학교 학생(5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결과를 분석하여 이루어졌다.

낡고 오래된 학교, 문화를 만나다
이 사업의 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들은 일차적으로 학교 진입공간의 상징화, 외곽공간과 휴게공간의 개선, 각 층 로비의 문화광장 조성, 여유교실의 문화카페 조성, 화장실 문화공간으로의 개념 도입 등 학교 내외부 공간을 포함한 학교 건축물의 문화적 공간으로의 개선을 통해 학교건물의 개·보수에 착수했다. 이어 환경개선 효과를 극대화 하기위해 교내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한 홍보와 계몽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본 사업은 문광부 외에도 각각 건축, 설계, 조경, 조명, 환경미술, 해당지역 예술인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와 해당 교육청 및 후원기관은 물론 해당 학교의 학생, 학부모 ,교사의 참여 및 적극적인 공조로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물론, 작품을 설치 후 기증토록 하여 이용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의 자원봉사와 후원 또는 기부를 통해 대기업의 문화사업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기업의 참여로 지역자생력을 강화하여 이로 인해 타 문화관련 종사자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이끌어 내어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양지중학교의 경우 사업 시행에 앞서 가장 먼저 교원으로 구성 된 전담반을 조직하고 11개의 팀을 구성했다. 팀원은 모두 해당학교 학생, 학부모, 주민들이 담당 교사 지도하에 조직되어 체계적으로 움직이도록 구성했다.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선 및 요구사항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후한 학교 시설에 대한 개·보수와 청결하고 아름다운 미적 개선사항은 물론, 21세기에 부합하는 선진 디지털 시설을 구비한 학교로의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역시 전반적인 교육 기반 시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은 물론, 자연 또는 문화와 어우러진 공간으로의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학교육 공간의 필요성 역시 높은 퍼센트를 차지했다. 학생과 교사의 니즈를 파악한 추진위원회와 전담반은 강당, 옥상, 복도, 각 교실 등의 구역을 나누어 각 팀에게 해당 구역을 정해 분배했다. 팀원들은 해당 구역의 현장실사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이 필요할지 연구한 후, 재료를 구입하여 직접 개·보수 작업에 참여한 결과 쾌적하고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학교가 완성될 수 있었다.

문화적 공간으로 변신한 학교, 그 효과는…
그렇다면 낡고 오래된 학교 공간의 문화적 공간으로의 변화는 교육 수요자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와 변화를 가져다줄까.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경우, 전보다 밝고 쾌적해진 환경 탓에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급우 및 교사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교내폭력을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교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고 자발적으로 시설물 관리에 힘쓰며 청결 유지에 앞장서는 등 학교 시설물에 대한 주인의식 및 애교심이 고취되었다고 한다. 수업의 집중도는 물론 자율적인 학습 및 독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학력향상 효과 역시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색감과 디자인, 건
축에 대한 미적 호기심 및 관심 역시 증가하여 관련분야의 학습 의지를 고취시키기도 했는데 이는 별도의 예술 교육이 아닌, 일상생활 공간을 문화적 공간으로 재조성하여 거둔 성과라 볼 수 있겠다.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원역시 많은 변화를 체험했다. 스스로 교육 환경을 개선·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학업지도에 보다 열성적으로 임하게 되었으며 개선된 학교 환경의 유지를 위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학생 및 교직원들과 노력한 결과 이전보다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역시 일부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시작된 사업이 자연스럽게 확대되어 학교 내외부의 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본 사업은 학교와 교육 수요자 뿐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최첨단 교구 및 쾌적한 환경으로 재무장한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평생교육의 장’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학교시설이 방과 후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센터로 활용되어 공동체 의식은 물론 평생학습의 장을 조성하여 지역 교육과 문화 활동의 촉매 역할을 감당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이 다방면의 교육적 효과를 창출하며 ‘공교육 살리기’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본 사업은 그 실효성이 입증된 바, 사업 시행 셋째 해인 올해는 전국에서 총 263개의 학교가 사업 참가를 신청,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체감 교육 효과가 뛰어남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사업의 시급성·필요성을 포함한 낙후 정도를 고려하고 지난 1월 서류심사를 통해 30개 학교를 선정, 2월 현장실사를 거쳐 총 10개 학교를 최종 선정·발표했다.

Q.본 사업 및 연구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A.교육학자로서 인간이 가진 내면의 문제가 결국 뼈와 살로 구성된 사람의 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 역시 우리 몸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일상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공간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학교건축을 키워드로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도 문광부에서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는 공간 개선 사업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후 사업진행에 대한 후속연구를 진행해보자고 제안 했습니다.

Q.본 사업추진에 따른 연구결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학교 공간의 디자인 변화에 대해 사용자인 학생과 교사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변화가 교사와 학생의 수행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가 관건입니다. 이번 사업은 주로 학교의 화장실 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화장실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학교 공간 중 개선되어야 할 공간의 일순위로 꼽는 영역이라 개선되었을 경우 그 만족도도 상당히 높고 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변화를 청결, 학교생활의 편리함, 애교심, 학우, 교사와의 대인관계, 정서적 안정감, 학업 성취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평가했는데 이 가운데 청결과 대인관계 영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청결 부분은 이해가 쉬웠던 반면 대인관계 부분은 설명이 더 필요합니다. 화장실이 아주 지저분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가 밝고 아름다우며 음악까지 나오는 쾌적한 공간으로 변하자 화장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단순히 용변을 보는 곳이 아니라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휴식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거죠. 저희가 진행한 인터뷰 자료를 보면 이런 시설을 제공해준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들에 대한 감사와 신뢰가 교사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교사들의 변화는 학생지도, 학업지도에 대한 동기가 향상되었고 흥미롭게도 공간 디자인 변화에 대한 만족도는 학생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본 사업 및 연구의 진행이 해당 학교와 지역사회에 어떤 교육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
A.본 사업에 참여했던 학교의 경우는 화장실 개선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다른 공간과의 디자인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도서관, 교실, 운동장 등 다른 공간까지 개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에 지역주민과 유지, 기업,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모색하는데도 적극적이었습니다. 학교 시설의 개선은 지역사회에서 그 학교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주죠. 쉽게 말해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가보고 싶은’ 학교가 되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학교 공간을 평생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문화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도 점차 학교의 디자인 설계에 복합화를 대입하여 저녁이나 주말에는 학교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고 이것이 미래형 학교의 역할 중 하나라고 봅니다.

Q.본 사업의 진행으로 얻은 효과를 극대·지속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이미 각 학교에서는 시설 유지 및 관리를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 나은 공간 문화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신의 주변 공간과 환경을 가꾸고 소중히 여기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가적인 노력보다는 학교에서의 생활 자체를 지속가능한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Q.본 연구를 진행하시며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A.‘우리가 건물을 만들고 그 후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공간과 건축이 이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본 사업에 참여하며 이 말을 절감하게 되었어요. 특히 학교같이 교수-학습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기획된 건물의 경우 사람이 어떤 공간에 놓이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품성과 감성을 지닌 건강한 미래 주역들을 키우고 싶다면 우리 청소년들을 문화적인 공간에서 자라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죠.
앞으로 학교건축에 있어 사용자 컨설팅과 참여적 디자인이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은 사용자의 참여 없이 신·개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의 국제적인 동향은 사용자 특히 학생들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하고 반영하는 추세입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이었던 것도 이 부분에 있어 디자이너가 세심하게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학교건축과 공간은 교육학자, 건축학자, 심리학자, 디자이너 등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같이 각 분야 간의 소통이 학제간의 연구로 이어졌으면 하고, 그 결과가 실효성을 발휘하여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