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프로포폴’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어, 신종 마약으로 인기 폭발

2010-03-11     박희남 기자

지난 1월10일 영국의 타블로이드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31일 검시관 크리스토퍼 로저스는 마이클 잭슨의 사망원인을 살해로 기록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공문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제시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직후 맨 처음 시신을 조사했던 검시관이 사인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이후 8월 말 로저스 검시관이 시신을 정밀 조사했는데, 그는 “마이클 잭슨이 자택에서 타인으로부터 정맥 주사를 맞고 급성 프로포폴 중독(acute Propofol intoxication)으로 사망했다”고 적은 사실을 밝혔다.
지구촌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간 마이클 잭슨의 사망원인 ‘프로포폴’. 누군가에게는 명약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종 마약이 되는 양면성을 지닌 프로포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색가루의 두 얼굴
정맥 주사제인 프로포폴은 주로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성형수술 시 마취제로 쓰이는 전문 의약품이다. ‘잠의 신’이라 불릴 만큼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약인 프로포폴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장점과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머리와 눈이 맑고 개운해 처방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술시 마취를 시작할 때 환자를 재우기 위하여 사용하는데,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주사를 맞고 나면 꼭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30초 이내에 의식이 사라진다. 또 투약을 중지할 경우엔 즉각적으로 수면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가벼운 수술에는 안성맞춤의 의약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소량의 프로포폴을 사용할 때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붕 뜨는 환각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마약처럼 육체적인 의존성이 없다 해도 심리적인 의존성을 유발시켜 신종 마약으로 둔갑돼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프로포폴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일부 의사들은 수면 마취제를 환자의 상태에 맞게 적정선에서 사용하거나 의사의 지시와 감독하에 사용하면 전신만취에 의해 안전할 뿐 아니라 부작용 역시 적은 매우 유익한 약물이라고 극찬한다. 더욱이 프로포폴은 마취의 4가지 조건인 의식소실, 무고통, 신체적 반사작용 없음, 망과효과를 완벽히 갖춰 지금까지 사용된 마취제중 가장 안전하며 유용한 약물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반면 프로포폴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료 전문가들도 많다. 프로포폴을 반복해서 사용하다보면 정신적인 내성이 생겨 보다 많은 양을 더 자주 투여해야만 잠을 잘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지는데, 그로 인해 호흡과 혈압을 조절해주는 뇌중추가 마비돼 호흡곤란이 오고 혈압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치료할 해독제가 없어 자칫하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스타와 의사도 침 질질
최근 들어 프로포폴을 찾는 연예인과 의료 관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포폴은 마약처럼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강하여 사용이 극히 제한돼 있지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암암리에 성행되고 있다. 프로포폴이 연예계 전반에 확산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SBS ‘뉴스8’에서는 프로포폴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뉴스 내용 가운데 일부연예인들이 정량으로는 마취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가 좋다는 프로포폴은 불규칙한 생활과 인기에 대한 중압감으로 스트레스나 불면증이 찾아와도 공개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연예인들에게 최후의 선택이다. 얼마 전 인기가수 겸 탤런트 A씨는 인기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몇 날 며칠 잠도 이루지 못한 채 끙끙 앓아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프로포폴을 복용하게 되었고 몇 달이 흐른 지금, A씨는 프로포폴 만성 중독자가 되어 프로포폴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A씨의 가족들은 그를 극구 말렸지만 이미 신비의 백색가루 프로포폴의 검은 유혹에 푹 빠진 A의 프로포폴 사랑을 멈추게 하는데는 실패했다. A씨가 프로포폴을 복용하면서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심장경련 증세까지 오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결국 살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포폴 투약을 끊었다. 하지만 요즘도 A씨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적으로 힘든 일이 생길 때면 프로포폴 생각이 간절하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방송가에서는 프로포폴을 맞으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게 돼 방송 중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와 예능방송에서 최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의료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약물 접근이 용이한 이들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 울 정도로 많은 양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 의사로서 갖는 사회적 지위부터 시작해 수술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병원 운영난 등 각가지 이유로 스트레스에 치여 사는 이들은 직업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소량의 프로포폴을 복용하고 있다. 불면증 해소를 위해 프로포폴을 복용해봤다는 한 의사는 “맞는 순간 뿅간다. 황홀한 기분이 들며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설레다 못해 찌릿찌릿 할 정도”라며 프로포폴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위험성을 잘 아는 의사조차 스스로 프로포폴의 중독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환각의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을 집도하는 경우가 흔해 환자의 안전문제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된 프로포폴 관련 사망자는 총 29명인데 이 중 의료사고 사망자를 제외한 11명이 모두 의료관계자였으며, 세계적으로 학회지(2007년 기준)에 발표된 프로포폴 남용 또는 의존 사례 중 절반 이상이 마취과 의사, 마취 전문 간호사, 방사선 기사, 일반의 등 프로포폴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의료 관련 종사자였다.
이외에도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일부로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프로포폴 사태의 심각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잠깐 행복위해 영원히 안녕할 수도
누구나 행복한 삶을 갈망한다. 이들 중 간혹 잠시 잠깐의 쾌락과 행복을 위해 프로포폴을 찾는다. 하지만 10분의 행복을 위하려다 10년 먼저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는 것이 바로 ‘프로포폴’이다. 무서운 독(毒)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들은 적량을 투여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온상은 그렇지 않다. 프로포폴은 적정량을 투여해도 두통이나 발열, 전신통증, 심혈관계 질환, 간 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과다 투여할 경우 호흡이 정지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프로포폴을 오남용할 경우 급성 C형 간염이 발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가천의대 내과학교실 정영걸 교수팀은 대화소화기학회지를 통해 프로포폴 오남용 및 약물 의존이 의심되는 집단에서 발병한 급성 C형 간염예가 총 11번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도부터 2009년까지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에 내원한 환자들 중 병력상 프로포폴 오남용 및 약물 의존이 의심되고 급성 C형 간염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주로 피로감을 쉽게 느끼며 무기력함 등을 호소했다. 특히 11명의 환자들 모두 과거 특이 질환력이나 가족력 등이 없는 28세 전후의 여성들로 내원 전까지 인근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거나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맞은 병력이 확인 됐다. 이와 관련해 정영걸 교수는 “프로포폴 오남용 및 약물의존 집단에서 급성 C형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라며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의료인들은 프로포폴 사용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일반인들이 약물을 상습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이 밖에도 프로포폴이 수면내시경과 간단한 성형수술시 마취제로 사용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들 중 극도의 쾌감을 느껴 중독 되어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은 기본이다. 수면내시경 중 청룡열차를 탔다는 이들, 과연 프로포폴은 안전한 명약일까.

마약 아니라서 속수무책
경찰은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꿀 먹은 벙어리 행세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말은 답답함을 넘어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프로포폴이 현행법상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원활한 관리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하소연과 푸념을 늘어놓기 바쁜 경찰들. 사람들은 이러한 경찰의 무능력에 화를 내기 시작했고 이에 경찰은 연예계와 의료관계자, 유흥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로포폴 오남용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겠다 공표했다. 이후 일부에선 프로포폴 리스트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등 실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식약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3월 식약청은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남용실태 연구가 부족하고, 프로포폴을 통제물질로 지정한 외국 사례가 유일무이하다는 이유로 논의를 1년 후로 미뤘다. 표면상으로는 법적 제재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손해를 보는 제약회사가 많아지기 때문에 어떻게서든지 이를 방지하고자 애를 썼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식약청의 결정에 사람들 역시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 실수”라며 비난했다.
정부 역시 시종일관 방관자 태도를 취하며 프로포폴 문제를 양산하는데 한 몫 거들었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의료제도과 배성진 주무관은 “현행의료법상 의약품을 본래 목적 외 다른 경우에 사용할 때 별 다른 규정이 없다”면서 “하지만 비도덕적 진료행위로는 처분이 가능할 것 같다”라는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내비췄다.
형식상 마약류가 아닌 프로포폴은 마약류처럼 별도로 보관하거나 사용대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재량에 따라 약을 투여할 수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전직 간호사가 프로포폴을 60여 차례 상습 투여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강남 소재 병원 등에서는 프로포폴만 놔주는 전용 병원도 존재한다. 그나마 이 정도는 양반이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프로포폴을 제공하면서 은근히 중독을 유도하여 병원의 재정 상태를 높여가는 밉상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프로포폴 시장 규모는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의 생산액과 수입액을 합친 액수를 살펴보면 지난 2005년 경우 123억 여 원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현재는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목격자와 방관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적 관심을 모아 처방과 관리 문제에 대한 법 제도를 개선하여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방치해둔다면 죽음으로 가는 신비의 명약 프로포폴이 죽음의 문턱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