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호화청사, 시민혈세 줄줄이 샌다

지자체 청사 에너지 낭비 심각한 수준, 전자 대기업보다 높아

2010-03-08     김미란 기자

지난 1월28일 이필운 안양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용토지 부족으로 성장이 정체된 안양시의 발전을 위해 시 청사 부지에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초고층 건물인 스카이 타워(Sky Tower·가칭)를 민간재원으로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호텔, 주거, 문화, 복지, 컨벤션, 비즈니스 시설을 입주시켜 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 시장은 이번 사업이 시 청사를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리턴 프로젝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2조 2,349억 원. 토지비용 7,349억 원에 건축비만 1조 5,000억 원이다. 시는 사업비를 민간자본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안양시의 이 같은 계획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사 신축이 6·2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 전시사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과 현 청사가 지어진지 불과 14년 밖에 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호화청사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이 시장은 2월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행정 청사는 일부이고 나머지는 시 재정 확보를 위한 공간”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 날 이 시장은 “호화청사 논란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하며 안양시 신청사는 민간 자본으로 청사를 짓고 일부를 제외한 모든 건물은 민간이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시장은 인구 50만 명 이상인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할 정도도 안양시 재정 상태는 바닥인 실정이라고 밝히며 “이 상태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안양은 1970∼1980년대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청사 사업이 지역경제 발전과 시민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확신한다는 이 시장은 “건물이 완공되면 1만 명의 상시 근무자와 5만 명의 유동인구가 발생, 준공 첫해 1,900억 원, 이후에는 매년 370억 원의 재정수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호화청사에 이은 호화개청식, 국무총리실이 진상파악
호화청사 논란이 계속되자 2014년 신청사 이전을 앞둔 경기도는 공모를 통해 확정한 신청사 디자인에 대해 전면 검토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신청사 디자인 공모를 통해 6개 건축설계업체의 디자인 중 11월 최종 당선을 선정했다. 이에 따르면 경기도청 신청사는 수원 광교신도시 8만 8,000여㎡ 부지에 연면적 10만여㎡ 규모로 지상 36층, 지하 3층 규모로 지어진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총 4,700억 원.
하지만 김문수 경기지사가 “도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 더 검소하게 짓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 재검토를 하게 되었다. 또한 올해 편성했던 신청사 설계비용 55억 원을 전액 삭감하고 청사 이전 계획도 잠정 유보한 상태다.
경기도 건설본부 관계자는 “지시에 따라 대리석 등 고급 내장재를 검소하게 바꾸고 에너지 효율성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하며 지시에 따른 설계안이 만들어지면 도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화청사 논란의 정점을 찍은 것은 성남시청이었다. 국무총리실이 직접 진상파악을 나섰을 정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점검반은 11월20일 성남시를 방문, 약 7시간에 걸쳐 신청사 건립 서류 및 현장조사를 벌였다. 총리실 점검반은 이 날 성남시로부터 신청사 건축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뒤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자치단체장 집무실 기준 면적(165.3㎡)을 초과한 시장실을 비롯해 부시장실 등 주요 사무실과 내부 설비를 둘러보는 등 건축 자료를 검토해 성남시청이 호화청사인지 조사했다. 점검반은 현장 조사를 마친 뒤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며, 성남시는 신청사건립팀장은 23일 오전 호화논란 신청사와 관련한 해명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이대엽 성남시장은 이 날 시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화청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시장 집무실도 행정안전부 기준에 딱 맞게 지었으며 오히려 옛 청사 시장실 보다 좁다고 해명하며 절대로 호화롭게 지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장은 “외국에 나가면 시청을 꼭 찾아가 보듯이 신청사는 성남시의 얼굴”이라고 말하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부서들을 한군데로 모아 직원들을 한 자리에서 일하게 한 것에 신청사 건립의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군 통합을 염두에 두고 신청사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만약 광주, 하남과 통합이 되면 이것도 작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시는 지난해 11월18일 총 사업비 3,222억 원을 투입해 건축한 신청사를 개청했다. 2007년 11월 공사를 착공한지 꼭 2년 만이었다. 여수동 7만 4,452㎡부지에 지하2층, 지상 9층 규모의 성남시청 청사는 공사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시장실이 도지사 사무실보다 넓다는 이유로 그동안 비난을 받아왔다.
청사 이전에 앞서 시 관계자는 “1983년도에 인구 30만 명을 기준으로 지어진 청사는 그동안 턱없이 부족한 사무공간으로 인해 15개과 320여 명의 공무원이 청사 밖 5개소에 분산돼 대민업무를 봐왔다. 새로운 청사에서는 분산된 행정서비스공간으로 인해 가장 큰 불편과 혼선을 겪어왔던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대민행정서비스에 나서기 위해 ‘담장 없는 성남시청’을 시민들에게 선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청사 건축뿐만이 아니었다. 개청식에도 연예인 초청 공연, 불꽃놀이 등으로 2억 7,000여만 원을 사용, 시민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시장을, 시장을 위한, 시장만의 신청사’ 비난
이날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와 성남평화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여수동 신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화청사에 이은 호화개청식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성남평화연대는 “3,222억 원 호화청사, 2억 7,000만 원 호화개청식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남평화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호화청사는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2007년 여수동 시청사 건립과 관련해 시의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이 아닌 시의회 자료실에서 밀실로 날치기 예산을 통과시켰던 것을 기억한다”면서 신청사 3,222억 원은 2억 원짜리 서민 주택 1,600세대에 해당하고 600만 명의 학생 1년 치 급식비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성남평화연대는 이대엽 시장은 언론의 호화청사, 베르사유궁이라는 비난에도 시청사 개청식을 호화개청식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호화청사가 자신의 치적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시민들의 혈세로 호화청사를 지어놓고 반성이나 부끄러움 없이 오히려 2억 7,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호화개청식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우리 시민들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남시와 이대엽 시장은 신청사를 ‘이대엽 시장을, 이대엽 시장을 위한, 이대엽 시장만의’ 공간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 시민의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성남평화연대는 “성남시민들은 호화개청식을 원하지 않는다. 2억 7,000만 원의 1/100만 있어도 개청식은 얼마든지 검소하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친인척 특혜의혹 등으로 이미 성남시민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성남시와 이대엽 성남시장이 호화청사 논란으로 또 다시 성남시민들의 명예에 상처를 내고 있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이대엽 성남시장과 시의회는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더 이상 호화청사 논란이 없도록 시청사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이들이 성남시에 ▲전용엘리베이터에 철옹성이라 불리는 이대엽 시장 집무실을 개방하고 내부를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의회와 서민들에게 약속한 언론과 시민의 소통 공간인 브리핑 룸을 설치하고 ▲시의회의 주인 없는 의원사무실과 불필요한 회의실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해야 하며 ▲방청할 수 없는 본회의장 방청석 구조를 변경해 시민들에게 열린 의회가 되도록 재공사하라고 요구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의원협의회도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은 개청식 행사장에서 “오늘은 성남시가 본인들의 ‘아방궁’을 성대하게 개청하는 날”이라면서 “호화청사라는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성대한 개청식을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통령, “좋은 건물이란 에너지를 절감하는 건물”
일부 지자체의 청사 신축을 두고 호화청사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자 감사원은 2월4일 해당 지자체에 대한 예비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3일부터 7명의 감사원을 투입해 24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방 청사 및 대규모 건축물 건설 실태’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감사 배경에 대해 감사원은 최근 각 지자체의 신축 청사에 대해 대규모 호화청사 논란이라 에너지 소비 등에 대한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어 제반 사항을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예비조사 대상은 작년 말 한 차례 호화청사로 논란이 되었던 성남시를 비롯해 청사를 새로 지은 서울 관악·금천·마포·성북구청, 부산시 남구·동구청, 강원도 원주시청, 경북 포항시청, 경남 사천시청, 경기도 이천·광주시청 등 12곳과 현재 청사를 건설 중인 서울시청, 용산구청, 경기 안산시 상록구청, 용인시 수지구청, 대전 동구청, 광주 서구청, 충남도청, 당진군청, 전북 임실·완주·부안군청, 전남 신안군청 등 12곳이다.
감사원은 이들을 대상으로 청사 신축 규모의 적정성, 에너지 절감방안, 재원조달 내역, 설계 내역 및 시공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이 식을 줄 모르자 이명박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호화청사를 거론했다. 지난 2월3일 제7차 녹색성장위원회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정부가 기후변화 전력을 짜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 지자체는 호화스러운 건물을 짓고 있다”면서 “건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좋은 건물이란 에너지를 절감하는 건물”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에너지와 상관없이 화려하게 지었지만 지금은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초단체장이 이 같은 인식이 부족하면 주민을 주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용인시청 에너지 효율 꼴찌,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등외
한편, 2005년 이후 지은 지자체 청사들의 에너지 낭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용인시청이 에너지 효율 꼴찌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가 246개 지자체 청사를 대상으로 2009년 에너지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2005년∼2008년 신축된 15개 청사들이 2005년 이전에 지어진 청사들보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최신식 설계로 지어진 신청사들이 효율보다는 디자인을 강조해 유리 외벽 등을 사용한 방식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지자체 청사들의 전체 에너지사용량은 전년대비 5.6%나 증가한 13만 7,253toe(석유환산톤)이었다. 1인당 평균 에너지사용량도 2008년 936kgoe(석유1㎏에서 얻는 에너지양)에 비해 5.6% 증가한 989kgoe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상업용 건물(856kgoe), 전자 대기업(1,152kgoe), 2006년 기준 일본 공공부문 평균치(813kgoe)보다 높은 수준이다.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도 29.4kgoe에서 30.4kgoe로 3.1% 증가했다. 에너지원별로는 냉난방, 조명부하 등의 증가로 전체적으로 연료사용량은 6.6% 감소하고 전력사용량은 8.2% 증가했다.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에너지사용량이 가장 높은 지자체청사는 용인시청이 3,375kgoe로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천시청(2,198Kgoe), 천안시청(1,916kgoe), 경기광주시청(1,850kgoe), 연수구청(1,786kgoe) 등이 이었다. 용인시청의 경우 지자체 평균치 대비 무려 3배에 육박했다.
단위면적당 사용량에서도 용인시청은 2005∼2007년 신축 12개소 가운데 36.7kgoe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신축된 19개 중 이천, 울산북구, 성북구 등 2008∼2009년 신축청사 7곳은 연면적이 크게 변해 유의미한 값을 산출하기 어려워 단위면적당 사용량 분석에서 제외했다”면서도 “복합청사인 용인시청의 경우, 용인시 주장대로 청사 부분의 에너지부하량(62%)을 적용하면 1인당 에너지사용량이 다소 낮아질 수 있으나,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청은 지난해 11월 입주해 에너지다소비청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남시청은 에너지효율 등급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건설기술연구원이 용인·성남·천안시청의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인 ‘건물에너지 효율등급’을 분석한 결과, 이들 청사의 에너지 효율은 용인시청이 791.3㎾h/㎡, 성남시청 603.3㎾h/㎡로 드러나 각각 등외(5등급 미만)로 분류되었다.
이에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 에너지사용을 전년대비 10% 수준, 30만toe 절감을 목표로 내달부터 공공건물의 에너지사용 실태를 실시간으로 점검, 관리하는 온라인 점검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공공기관의 에너지사용 현황을 분석, 공표하기로 하고 올 상반기 실적은 7월에, 하반기 실적은 내년 1월에 공표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 청사 건축 심사 시 대형로비 등 열손실요인 통제, 신재생에너지 설비비율 상향조정(5%→7%), 옥외 경관조명 원칙적 금지, 신축건물 창면적비 50% 미만 등 에너지절약형 설계조건을 추가하기로 했다. 1월부터는 신축공공건물에 대해서는 에너지효율 1등급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청사 유지비도 만만찮게 들고 있다.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신축청사 유지비 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전국 58개 지자체가 청사를 새로 지었으며, 이들 청사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총 1,603억 원의 유지비가 들어갔다.
지자체별로 보면 대전시가 청사 유지에 총 100억 6,000만 원을 사용했다. 대전시는 청소 용역 등의 용도로 위탁운영비만 3년간 61억 4,000만 원을 썼으며 전기비만도 24억 5,000만 원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광주, 전북, 전남이 이어 각각 91억, 86억, 85억 원씩 유지비용으로 사용했다. 이들 신청사 모두 1,500억 원이 넘는 건립비용이 들어갔다. 최근 성남시와 더불어 호화청사로 비판을 받아온 용인시 청사는 78억 원의 유지비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세로만 24억 1,000만 원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