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이형회 작품전
2004-11-08 글/편집국
회화(혹은 예술)이란 작가의 ‘창조적 산물’이어야 한다.
작가의 창의혼이 묻어난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연결시켜주고, 보는 이의 이성을 사로잡아 현실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는 매 순간 접하는 작업기간 동안 독창성이란 신화에 늘 도전해야만 한다.
화가 마르크는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전혀 다른 곳에서 재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예술가의 창조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의 재출현인데, 이는 지금까지 익숙하던 세계가 이제 현실의 뒷전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술 작품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세계가 사람에게는 낯설고 전혀 다르다는 점 때문에, 이를 대하는 사람은 이제 보고 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하며, 그리하여 세계에 대한 익숙함이 은폐해 왔던 자연의 본질을 좀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형회展, 구상과 비구상의 한계를 뛰어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10월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1번째 이형회(以刑會)작품전은 80여명의 회원들이 보여주는 100여점 작품으로 예술세계의 창조적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형회(회장 장두건)는 신화에 도전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전국단위 미술창작단체다. 이형회의 설립초기 이념은 구상세계의 지향이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회화에 대한 사고가 달라진 시점에서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구애받지 않고 작품의 질과 회화성을 중요시하며 가치를 부여함에 두었다. 이형회 장두건 회장은 “본 회 회원들은 폭넓은 창작의 세계로 타개해 나가 작가의 무한한 표현세계, 자기류(流)의 개성 있는 회화세계를 추구함에 있어서는 벽이 있을 수 없고, 유랑에 인위적인 선이 그어질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이형회의 질적 가치를 전했다.
이형회의 정기회원전은 100호 기준으로 매년 열리게 된다. 장 회장은 “작품전을 통해 회원 상호간 무언(無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 무언가 얻고 또 과감히 버리는 과정이 되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면을 화단에 기여하는 화가들의 뜻있는 전시회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그러한 취지로 연구된 작품들이 대거 모인 금번 전시회는 관람객의 시각적 이성을 자극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매년 이형회 작품상수상자에게 직접 그린 작품을 기증하는 장 회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함을 인정받아 지난 2003년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사랑시민상 문화부문’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연극-<오구> <폭력과 백합>
신명나는 저승길을 연다, 귀신 붙은 연극 <오구>
한가로운 오후 노모는 낮잠이 들고, 꿈속에 염라대왕과 죽은 남편을 만나고 나서 아들에게 산오구굿을 해달라고 한다.
떡장수 노모의 일생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원하는 신명나는 굿판 끝에 그녀는 세상을 뜨고, 장례의식인 ’염’과 초상집의 풍경이 무대화된다. 장례 중 상속건 때문에 싸우는 자식들을 꾸짖으러 다시 나타난 노모는 이승의 문제를 해결하고는 남편의 손을 잡고 저승사자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오구>는 89년 초연된 이후 270만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깊은 감동과 높은 작품성으로 이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97년부터는 강부자씨가 황노모 역할로 합류하며 대중적인 인기가 극에 달했다. 연극의 연출을 맡았던 이윤택 감독은 연극무대가 가지는 한계에 아쉬움을 느끼고 <오구>를 영화로 만들어냈다. 제대로 된 연극 한편 올리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15년 동안 롱런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연극작품은 흔치 않다. 1997년 2001년까지 매년 정동극장에서 한 달 이상 장기공연을 해온 ‘오구’는 평균 객석 점유율 97%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관객과 언론으로부터 ‘귀신 붙은 연극’이라는 수식어를 낳기도 했다. 또한 90년 일본 동경 국제 연극제,91년 독일 에센 국제 연극제 참가, 97년 세계 연극제 공식 초청 공연작으로 대사 위주의 연극이 지닌 한계를 뛰어 넘어 세계연극계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작품임이 틀림없다. 그러기에 <오구>는 지금까지 96년도를 제외하고 계속 공연되어 졌고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속에서 연희단 거리패의 고정레파토리로 공연되었다. 1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온 오구, 오구 안에는 배우들의 땀과 열정이 풍겨난다.
공연일시 : 2004년 10월 19일~11월 28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공연문의 : 02-762-0010 www.dsartcenter.co.kr
우리는 날마다 폭력을 먹고 자란다, <폭력과 백합>
점차 변해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학교의 모습은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 존경받고 기둥이 되던 선생님들은 어린 아이들의 광기어린 행동들에 어느새 연약한 백합이 되어 날카로운 공격을 힘겹게 받아내고 있다. 폭력과 권력 앞에 무너지는 사람들. 공교육의 목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한 인간을 주목한다.
이 작품은 한 송이의 백합과 같은 남자가 권력과 폭력 앞에 어떻게 시들어 가고 좌절하는지의 이야기를 우리 주위의 현실상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재 공교육의 암울한 현실과 상실되어 가는 인간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돋보이는 칼날 같은 작품이 바로 <폭력과 백합>이다. <하얀전쟁><은마는 오지 않는다><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를 이끄는 안정효 작가의 첫 번째 희곡, <폭력과 백합>.이 작품은 1994년 <백합은 이렇게 죽어간다>는 제목과 함께 대사형식으로 발표되었다. 그 당시 이 작품은 탁월한 심리묘사와 충격적인 내용, 그리고 새로운 형식을 통해 세간에 큰 충격과 함께 화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2004년, 연출가 김동수와 함께 손을 잡아 현재의 시대를 반영하여 더욱 충격적이고, 메시지가 강해진 업그레이드 <폭력과 백합>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 연극은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폭력적으로 살고 있는가?”란 질문과 함께 무대 속으로 동화시킨다.
공연일시 : 2004년 11월 4일~11월 14일
장소 : 김동수플레이하우스
공연문의 : 극단 김동수컴퍼니 02-3675-4675
뮤지컬-흥분하라! 숨쉴틈 없는 100분, <사랑하면 춤을 춰라>
2003년 12월, 뮤지컬이 채택하는 주 소재인 멜로와 코메디조차 탈락시켜 버리고, 쉼없이 작렬하는 춤과 노래만으로 관객의 정서와 정면 승부한 <댄서 에디슨>이 다시 돌아온다.
전편에 비해 한결 유쾌하고 쉬워진 <사랑하면 춤을 춰라>는 <댄서 에디슨>이 관객의 요구에 절묘하게 타협한 작품이다. “쉬워지라. 자연스러워지라. 재미있어지라”는 관객의 요구는 초연 때의 속도와 역동성 그리고 멋을 손상하지 않은 채 한결 사랑스러워지고 재미있어졌으며 친근해졌다. 영화의 편집이 휠씬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의 반전이나 또는 절묘한 결말이나 끊임없이 이야기를 강조하는 기존 뮤지컬과는 다르게 살아있는 배우를 통해 표현되는 무대위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재미있다. 라이브의 재미가 끊임없이 객석을 친다. 10번 이상 본 관객이 500명도 넘는다.
힙합, 째즈, 테크노, 현대무용 등 표현양식과 춤들이 하나의 이야기 속에 충돌 없이 녹아들어가는 신선함이 많은 매니아들을 이 작품에 끌어들였고 그들은 결국 재공연의 원동력이 된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춤과 음악 그리고 이야기.
이 작품에는 대중문화에 익숙한 제작 스텝들이 참여하였다. 라이브 콘서트의 독보적인 연출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최광일! 015B로 음악계에 revolution을 일으켰던 장호일! 뮤지컬 안무의 여성파워 박지선, 이름만으로도 공연이 알차다.
이 작품은 준, 선, 빈 3인의 성장기의 에피소드와 서로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1차 공연에서의 에디슨과의 연계성에 대한 고민을 가볍게 털어내고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의 코드를 장면별로 단락 지어 절묘한 자막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대사 없이 장면의 타이틀과 자막으로 이해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탄생, 7세, 15세, 18세 등의 드라마.
갈등의 해소 이후 절도 있게 움직이는 락킹과 군무의 결정체인 대단원
공연일시 : 2004년 10월 22일~12월 31일
장소 : 메사팦콘홀 사․춤 전용관
공연문의 : 02-2128-7616~7 www.lovedance.co.kr
전시회소식, 영화
전시회소식
‘패션사진 B-b컷으로 보다’展
2004년 10월 23일~2005년 1월 16일, 대림미술관
사진에서 선택되지 않은 컷을 뜻하는 B급 사진은 누락됐다고 해서 최종 선택작품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특히 광고사진·패션사진의 경우, 사진자체 보다 광고용 이미지가 우선이라 선택과정에서 제쳐진 B급 사진이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전해주는 기록이자 작가특유의 시선이 드러나는 수작인 것이 적지 않다.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며 국내 30대 사진작가들의 패션사진 중 미공개작을 따로 모은 이색 사진전이 열린다. 대림 미술관이 10월 23일부터 내년 1월16일까지 여는 ‘패션사진 B-b 컷으로 보다’전은 작가들이 작업실에 보관 또는 방치해온 필름과 CD를 인화한 사진, 시험용 폴라로이드필름 등을 통해 패션사 진현장의 이면까지 드러내 보인다. 출품 작가는 김동율, 김상곤, 김우영, 김현성, 박경일, 변순철, 양현모, 한홍일 씨 등 8명.
이밖에 2층 중앙전시장 벽면에는 정식 촬영에 앞서 구도 및 색을 보기 위한 예비컷용의 폴라로이드사진들을 빽빽이 전시, 사진작가들이 전문모델이나 연예계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그때 그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문의 : 대림미술관 02-720-0667
영화
하나를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 <나비효과>
불행한 과거, 잊을 것인가? 바꿀 것인가?
'중국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미국에 허리케인이 분다'는 나비효과를 제목으로 차용한 <나비 효과>가 관객을 찾아간다.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 영화의 극적인 엔딩은 개봉 전부터 수많은 네티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에반 트레본은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과거로의 플래쉬백으로 상황을 바꾸려 하지만, 그때마다 일은 자꾸만 꼬여간다. 과거를 하나라나 고쳐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은 물론 주위사람의 인생까지 바뀌어 지기 때문이다. 즉 카오스 이론 중 하나인 나비효과인 것이다.
<나비효과>의 가장 큰 묘미는 과거와 현재의 플래쉬백인데, 그것의 매개체는 에반의 잃어버린 기억들과 일기장에 있다. 관객들의 궁금증이 담겨져 있는 2개의 장치를 통해서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을 함과 동시에 우리가 흔히 “과거에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를 만회해보라는 듯이 에반을 통해 과거를 바꾸어감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분출시켜준다.
최근 데미 무어와의 나이를 초월한 사랑으로 연예잡지 헤드라인을 주로 장식하곤 했던 애쉬튼 커처는 <나비 효과>에서의 제법 진지한 연기로 그동안의 이미지를 쇄신하게 되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총 제작까지 맡고 있다. 공동연출자인 J. 마키에 그러버와 에릭 브레스는 <데스티네이션 2>의 각본을 썼던 사람들로 <나비 효과>가 그들의 첫 연출작이다.
개봉 : 2004년 11월 19일
감독 : 에릭 브레스, J. 마키에 그러버
출연 : 애쉬튼 커처, 에이미 스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