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 강화로 공교육 내실화 초석 다질 터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 실현, 교육 수요자 만족도 상승
2010-02-09 박희남 기자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 인격형성과 자아실현이라는 교육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과정에 초점이 맞추어 치부되고 있다.
모름지기 학교란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인격의 도량으로, 지식 습득의 장이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계에 불고 있는 사교육 근절을 위한 공교육 강화의 목소리는 자칫 입시교육의 강화가 될 심상이 크다. 전인교육은 좋고, 입시교육은 나쁘다는 흑백논리에 빠져있는 한국사회의 불편한 진실은 여기에서 기인하는데, 입시교육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주입식 교육이다. 주입식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입시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려 학업성적은 높일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감에 있어 혹 비·반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교육을 축소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제기되고 있다. 자율형 공립고,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친환경 그린스쿨 조성사업, 기숙형 공립고, 농산어촌 전원학교,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선도학교 등이 그것이다.
토털 만능 엔터테이먼트 ‘사교육’
과중한 사교육과 그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일관성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된 교육정책은 수순에 짜인 것처럼 사교육비 증가라는 문제를 양산했고, 최근 불어 닥친 영어 및 예체능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교육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사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교육 비중은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2010년 현재 80%를 육박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은 한 가정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3%에서 15%로 20년간 약 5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그 폭은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가 가파른 증가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0년대는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던 부분별 사교육비가 2002년을 기점으로 고소득층일수록 기울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 불황으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저소득층은 소득이 감소하게 되면 자녀의 사교육비를 가장 먼저 줄이는 반면, 중·상위층의 사교육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양극화와 함께 교육의 양극화라는 치명적인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
한편 교육소비자 즉 학생과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을 활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공통된 이유가 있다. 먼저 사교육 그 상위에는 대학입시라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다. 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도 과도한 입시경쟁을 위한 사교육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 과거 우리에게 사교육은 피아노, 태권도, 컴퓨터 등 예체능 관련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 외에도 국어, 영어, 수학 등 학교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선행학습에 집중해 좋은 고등학교를 갈 수 있는 중학교의 입시를 준비해야하고, 중학생이 되면 중외국어 고등학교나 특목고 등의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영어 공부를 위한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교육환경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내몰고 있으며, 또 그만큼의 사교육을 위한 과도한 지출을 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모든 학부모들이 갈망하는 자녀의 높은 학습능력을 더욱 증가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던 사교육의 기능이 점차 그 목표를 달성하면서 학교보다 물리적인 시간을 적게 소모하고 있으며, 개인간 교류, 맞춤식 학습, 상담, 진학 등 다방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능 엔터테이먼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생의 수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으로 시행돼 왔던 공교육과는 달리 선택적인 교육컨텐츠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학부모들의 마음을 현혹 시키며 사교육 의존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공교육 신뢰회복을 위해 총대 맨 정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인 ‘권력 이동’에서 “최첨단의 지식과 정보를 가진 쪽으로 권력과 부가 이동하고, 또 과거에 생산·공급자가 가진 힘이 소비자·고객에게 이동하고 있으며 정부와 그 산하기관이 가졌던 힘이 국민, 민간, NGO에게 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의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자는 교육 서비스를 생산·공급해왔지만, 이제 그 힘은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토플러의 이론을 학교에 대입하여 본다면 1차 생산지인 학교장의 고객은 교직원으로 학교장은 자기 역량은 무론 학교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교사가 교실에게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차 생산자인 교사는 고객인 학생에게 학습만족도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서로에 대한 학교와 학생의 신뢰와 존경은 공교육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같은 맥락의 사업으로 학교 교육 강화를 통한 공교육 신뢰회복을 외치고 나섰다.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0년 다양한 교육 사업을 실천하기로 한 것. 그러한 일환으로 첫째, 고교다양화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은 고교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목표로 ‘특색있는 학교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선도학교로 선정된 고교에 2,000만~7,0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둘째, ‘친환경 그린스쿨 조성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린스쿨 사업은 과거 획일적이고 친환경 기법이 적용되지 않은 노후 학교를 자연친화적 미래형 학교로 개선하는 사업으로 주변 신설학교에 비해 시설 격차가 심한 학교를 대상으로 한다. 친환경 그린스쿨 조성 사업에 선정되며 생태연못 조성, 친환경 포장재 개선 등 자연 체험형 학교와 태양광 옥외 가로등 설치, 지열 및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냉·난방 및 급탕설비, 빗물이용시설, LED 조명시설 설치, 고효율 조명기구 설치, 에너지 절약형 창호교체, 심야전력 도입시설 설치, 원격 자동제어 시스템 도입 등의 에너지 절감형 학교, 환경 외장재 등을 통한 친환경 소재형 학교로 꾸며진다.
셋째, 오는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초·중·고를 대상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제’가 전면 시행되고 교사들은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로부터 수업 태도, 학생 지도 등에 따른 종합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넷째, 지역별로 벌어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지역 등에 ‘기숙형 공립고’를 설립하고 있다. 농산어촌 등 교육낙후지역의 학교에 기숙사 시설을 지원,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자연히 전인교육, 인성교육이 강화돼 학생들의 성장발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교과부의 설명으로 실제 선정된 학교들은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과 특기성적 프로그램, 기숙사 홈커밍데이, 기숙사 선배 멘토링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계 공립고의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율형 공립고를 시행하고 오는 2011년까지 농산어촌 전원학교를 110곳 선정할 계획이다. 농산어촌 전원학교의 경우 자연친화적 환경과 첨단 e-러닝 시스템을 바탕으로 우수 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어촌 현실에 맞는 교육·복지 학교모델을 만들어 갈 전망이다. 또 농산어촌 전원학교에 선정된 학교를 대상으로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우수 교원도 확보한다. 아울러 정부초청 해외 영어봉사 장학생을 활용해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와 원어민 원격 영어 화상강의도 확대된다.
말 뿐인 교육 정책 이젠 탈피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4일 “새해에는 교육개혁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국민들에게 믿음이 가는 교육개혁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교육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을 목표로 이명박 정부는 일관된 교육개혁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사교육 의존 입시 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수시로 변화하는 진통을 겪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가중되고 오히려 사교육의 권위를 키워온 꼴이 돼 버렸다.
공교육 내실화, 공교육 강화, 공교육 정상화 등 공교육 부활을 외치는 지금, 이제 교육은 변해야 한다. 새롭게 변해야 학교 교육이 살 수 있다.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는 학교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말만이 아닌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참된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2010년, 신뢰할 수 있는 교육 그것이 바로 사교육 시장으로 가는 교육 수요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유일한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