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과연 ‘뜨거운 감자’인가 ‘판도라의 상자’인가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의 전환이 골자

2010-02-03     신현희 차장

정치권과 뉴스는 연일 ‘세종시’ 발언이다. 그만큼 세종시는 시대적 과업임을 뜻한다. 세종시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와 국민 이익의 극대화, 모든 국가적 과제는 이곳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여·야, 친이·친박 할 것 없이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지역발전과 국가미래에 세종시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세종시’라는 커다란 파이를 통해 국민이 행복해 지는 길. 헐뜯고 싸울 것이 아니라 머리를 모은다면 틀림없이 이러한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된다.

세종시, 어떻게 출발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종시의 출생과 성장 이력을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세종시의 출발점은 2002년 9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 발표에서 비롯됐다. 당시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 계획은 수도권 민심의 이반을 부르고 국론이 분열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 특별조치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선 공약 이행’이란 부담을 안은 당시 정권은 결국 정부 조직의 일부인 9부 2처 2청을 충청권 행정수도로 이전하기로 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을 밀어붙여 지금의 한나라당인 야당의 반발 속에 2005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에도 정부 조직의 일부를 분리해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비효율성 우려가 제기됐으나 화상회의, 책임총리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예정된 이주 시작 일정이 2014년부터로 당장 ‘코앞의 현실’이 아니다 보니 실제 상황에 대한 분석은 일단 미뤄둔 상태였다.
그러다 2014년이 점차 목전으로 다가오며 잠재됐던 우려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부 부처 간 분리된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간 3조~5조 원의 비용이 발생, 부분적 정부 부처 이전으로 향후 20년간 100조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야 하지만 효율성은 미비한 상태다.
게다가 기존 계획에 반영된 자족기능 용지 비율은 수도권 신도시에도 못 미치는 6.7퍼센트에 불과해 실제 유입이 가능한 인구는 17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단추를 잘못 꿰고 있었던 것이다.

세종시를 바라보는 시각, 과연 이대로 좋은가
조원동(총리실 사무차장) 세종시 기획단장은 “세종시 발전 방안은 어제의 잘못된 약속을 바로잡는 일이자 새로운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이라며 세종시 발전 방안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세종시 발전 방안 발표와 함께 일각에서는 땅값과 세제 지원 등 ‘특혜 논란’과 다른 지역에 피해를 준다는 ‘블랙홀’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의장인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많은 사람이 ‘역차별’을 말하고 있으나 이것은 하나씩 따져보면 절대 특혜가 아니다”며 “세종시가 타 지역에서 유치할 기관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란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로서 세종시의 발전 원동력이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핵분열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종시에 제공되는 세제 혜택은 혁신도시 입주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권 실장은 “세종시의 산업용지 저가 공급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서 낮춘 게 아니라 용지매각 순서를 조정하고 사업비를 절감한 것으로 다른 도시에도 가능하다. 세종시 입주기업은 모두 신규 사업으로, 타 지방과 협의됐던 사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한 곳으로 국가 자원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중이온가속기 등 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 시설 투자 말고는 현행 특별법에 규정된 8조 5,000억 원 이상의 재정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박양호 국토연구원장은 “민관합동위원회에서는 국가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을 했다”며 “국가정책의 품질을 높이고 실질적인 균형발전을 이루어 국가와 충청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안을 도출하는 데 애썼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분들은 여전히 정부 부처가 이전해야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엄청난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국가 운영에 있어서 부실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는 더욱 치열한 국가 간 경쟁관계에 놓여 경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1세기 먹을거리 창조와 경제적 우위를 찾기 위해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이 나와야 하고,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방안으로 지금의 세종시 발전 방안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뀌는 세종시 개정안 골자
27일 입법예고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개정안의 골자는 도시 성격 변경에 따라 법률의 명칭을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꾸고, 민간 투자자에게 원형지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원형지 공급에 대한 특혜논란을 막기 위해 원형지를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사업이 지연될 경우 공급계약 자체를 해제하고, 원형지 부지의 일부를 주민편의시설 등의 용도로 공사후(준공검사후) 10년 이내에 매매할 경우 매매차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법안에는 수용된 토지의 원 소유자의 ‘환매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과 사립학교에 대한 임대부지를 제공하는 등의 특혜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행정중심 복합도시’→‘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명칭 변경 = 27일 입법예고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도시성격 및 개발방향이 변경됨에 따라 ‘연기·공주지역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된다. 이로 인해 종전 행정중심복합도시 위원회, 건설청, 특별회계의 명칭도 모두 ‘행정중심복합도시’ 부분이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뀐다. 또 법 29조에서 세종시(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 건설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현행 국토해양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하고, 위원도 차관에서 장관으로 한 단계 높이기로 했다. 세종시가 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 핵심으로서의 상징성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여타 국가적 사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범정부적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 관련 내용은 모두 교육, 과학, 산업기능 유치로 대체했다.
◇ 원형지 10년 내 팔면 매매차액 환수 = 논란이 되고 있는 원형지 공급제도는 개정안 제18조 1항에서 종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 한정된 공급 대상을 50만㎡ 이상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는 기업, 대학 등 민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그러나 특혜 시비를 우려해 원형지를 공급받은 기업 등이 장기간 사업을 착수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경우, 애초 계획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원형지 공급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원형지를 공급받을 당시 원형지 개발계획과 매각 계획에 대해 건설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원형지를 다른 기업에 매각할 때에도 건설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원형지를 공급받은 개발 주체가 주민편의시설(상가 등) 등으로 준공검사 후 10년 이내에 부지를 매각할 경우 부지 조성에 투입된 실투입비를 제외한 나머지 매매차액은 환수하도록 했다. 예컨대 세종시 부지 원형지를 3.3㎡당 40만 원에 매입한 기업이 주민편의시설로 3.3㎡당 100만 원에 판매한 경우 ㎡당 40만 원에서 부지 조성비와 금융비용 등 실투입비를 제외한 나머지 매매차액은 정부가 모두 거둬들이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원형지를 공급받은 기업이 개발차익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원형지내 들어서는 주택은 근로자 주택 등만 허용하되 일부 일반분양이 발생할 경우 별도 기준을 마련해 개발이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 원주민 환매권 제한, 사립학교 임대부지 제공 = 세종시 부지내 원주민의 환매권도 제한된다. 개정안은 종전 행정중심도시에서 교육과학경제도시로 도시성격이 바뀌지만 대규모의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공익사업적 성격이나 개발주체 및 사업시행자가 변동이 없는 만큼 제24조 4항에서 당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으로 수용된 토지에 대한 원 소유자들의 환매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환매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세종시내 명문학교 유치를 위해 학교 설립, 학생모집, 고등학교 이하 학교의 지자체 경비지원 및 국·공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등에 대한 특례 규정 신설이다. 개정안은 세종시의 조기정착을 위해 우수 사립학교 설립을 촉진하기로 하고, 이들 학교에는 정부가 학교 부지를 임대해주고 일정기간 후 기부체납하도록 했다. 또 특수목적고와 자율학교는 학생을 세종시뿐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모집할 수 있도록 해 세종시로 인구 유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부족을 고려해 교육경비 보조사무를 건설청이 수행하고, 국·공립대학의 건축비 등을 일부 정부 재정에서 지원해줄 방침이다. 이는 정부 주도로 건설하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규정이어서 특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또 세종시에 친환경 녹색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국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세종시 건설에 소요되는 친환경 제품 구매시 세종시에 입주한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다.

성숙한 시각으로 국익 우선으로 생각할 때
세종시 발전 방안은 ‘뜨거운 감자’인가 ‘판도라의 상자’인가. 찬성과 반대의 양 진영으로 나뉘어 우리 국민은 또 한 번 국론 분열 시험대 앞에 놓여 있다. 국회의 관련법 개정이란 다음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도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 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여권 내에서조차 맞서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민한 시점이어서 주도권 싸움이 만만치 않다.
세종시 발전 방안을 발표한 정 총리는 앞으로 매주 충청권에 내려가 현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정안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알린다는 계획이다. 세종시 발전 방안이 진정 ‘판도라의 상자’라면 우리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보다 성숙한 시각으로 국익을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