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원, 지자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 이권개입·견제기능 약화 우려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외유성 국외출장 여전해

2016-11-03     한석훈
[시사매거진]지방의회의원이 지자체 집행기관의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자신이 속한 의회 상임위원회와 직접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함으로써 지방의회의 자치단체 견제기능 약화 및 이권 개입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및 외유성 국외출장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9월 전국 4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이행실태 점검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는 행동강령 이행실태 점검을 받지 않았거나 청렴도 순위가 낮은 광역·기초의회 4곳을 선정해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했으며 4곳 모두에서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광역시의회 의원 12명은 제7대 전반기 의회 회기(’14.7.1. ~ ’16.6.30.) 동안 자신이 속한 시의회 상임위원회의 소관분야인 ‘용역심의위원회’, ‘체육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등 21개의 지자체 소관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해 심의·의결(48회)하는 등 지방의회의원의 지자체 의사결정 개입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지방의회의원이 본인이 속한 소속 상임위원회와 직접 관련된 집행기관의 각종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해 심의·의결하면 본인의 결정을 스스로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돼 자치단체 견제기능 약화 및 이권개입의 우려가 있다.

이에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은 지방의회의원 소속 상임위원회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을 회피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점검 결과 지방의회의원이 여전히 지자체 집행기관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있어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이권 개입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회의원은「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에 따라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하는 경우 신고해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은 대가를 받고 외부강의·회의 등을 할 때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나 토론, 자문회의 등에 참석해 대가를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편 이번 점검에서 지방의회의원들이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된 장소(주점 등)나 시간대(23시 이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 등 업무추진비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은 유흥주점 등 의무적 제한업종이나 통상적인 업무추진과 관련성이 적은 시간대에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다.

지방의회의원들은「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이 정한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범위를 벗어나서 동료 의원 및 의회사무처(국) 소속 직원의 자녀 수능 격려, 개업 축하 등 명목으로 찹쌀떡이나 꽃바구니 구입 등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또 일부는 업무추진비로 지역 내 사적 모임 성격의 기관장 모임에 분담금·연회비를 납부하거나 ‘황태세트’, ‘참기름세트’ 등을 구입해 동료 의원끼리 명절 선물로 주고받는 나눠먹기식 집행사례도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라 지방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특별위원회 업무추진비는 그 활동기간 범위 내에서만 집행하도록 돼 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을 상설화된 상임위원회처럼 1년으로 정하고 업무추진비를 연중 상시적으로 집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의원들은 국외출장시 관계기관 방문 등 공식 교류없이 전통시장·박물관·궁전 등 단순 유적지 위주로만 답사해 외유성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점검에서 확인된 행동강령 위반사항을 해당 의회에 통보해 위반금액 환수 등 재정적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은 민의를 반영하고 집행기관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원에게 보다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고 있다.”라면서 “국민권익위는 건전하고 청렴한 지방의회 풍토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조사·점검활동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지방의원이 준수해야 하는 행위기준인「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은 ‘11년 2월부터 대통령령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국민권익위는 각 지방의회가 해당 의회의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지방의회별 의원 행동강령을 제정토록 하고 있다.

또한 우리사회에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9월 28일「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국민권익위는 이와 같은 사회흐름을 반영해 지방의회의원 스스로가 청렴성을 제고하고 지역 주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 의회별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조속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자체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한 의회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128개(광역 16개, 기초 112개, 52.7%)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