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신’ ‘알부자족’ 2009년 취업난 속 신조어
2008년부터 이어진 경기불황 속에서 청년실업 세태를 반영한 각종 신조어가 등장했다. 프리미엄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는 2009년 취업시장에서 유행한 신조어를 모아 18일 발표했다.
대학생들의 취업시기가 점점 늦춰지면서 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대출신청 접수에 들어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학자금 빚이 취업 후부터 거의 ‘평생 빚’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어 청년실신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를 대변하는 신조어는 ‘알부자족’이다. 알부자는 원래 실속 있는 부자라는 뜻이지만 ‘알부자족’은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반어적 표현이다.
방학이 되면 이들은 명절과 여름휴가 등을 포기하고 평소 시급의 1.5배를 주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점오배족’과 강남 유흥가 주변에는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을 위해 두 달 정도만 방을 임대하는 ‘단기임대’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은 대학생들을 ‘도시락족’과 ‘5천원족’으로 만들기도 했다. ‘도시락족’은 말 그대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대학생들을 일컬으며, ‘5천원족’ 역시 단 5,000원으로 하루를 사는 대학생을 말한다.
지방 구직자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도 생겼다. ‘서울족’은 지방에서 취업 때문에 상경해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지방에 거주하다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면접전형에 참여하기 위해 KTX로 동행하는 멤버들은 카풀 대신 ‘KTX풀’을 이용한다.
인턴십,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자격증 등 다섯 가지 취업 필수 요소인 ‘취업 5종세트’는 기본이고, 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 해외인턴십, 교환학생, 해외체험 프로그램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어브로드족(abroad族)’도 이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급기야 직장을 혼수 중 하나로 여기는 ‘혼수취업’, 취업이 대학생들의 목을 죈다는 ‘목찌’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계속 미루는 ‘모라토리엄족(Moratorium族)’도 점점 늘고 있다. 취업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로 나가 실업자가 되느니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겠다 것이다. 비슷한 용어로 학교라는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일명 ‘둥지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요기업들의 채용이 상하반기 공채시즌에 몰리며 집에서 취업 원서접수에 매진하는 ‘홈퍼니족(homepany族)’도 눈길을 끈다. 홈퍼니는 원래 홈(Home)과 컴퍼니(Company)를 결합한 말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을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지만 최근에는 구직자들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만약 구직 중이라면 “홈퍼니에서 일합니다”라고 하면 된다.
바쁜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교우관계를 맺기 어려운 학생들은 ‘나홀로족’의 길을 걷기도 했다. 효율적 시간활용을 위해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개인의 스케줄에 맞춰 혼자 공부, 아르바이트 등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커피전문점에서 혼자 일하는 ‘코피스족(coffee+office族)’이나 혼자 시간을 즐기는 ‘글루미족(gloomy族)’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취업이 대학생활의 최대 목표가 되고 그에 따라 인간관계도 점차 단편화 되어가는 요즘, 필요에 의해 온라인상에서 맺은 친구를 목적달성이 끝나면 삭제한다는 ‘언프렌드(unfriend)’란 말도 보편화 된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