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삭감하면 장애인연금 전면 거부”
국회 보건복지위 당초 예산보다 1,666억 추가 증액
정부는 2010년 예산안을 발표, 중증장애인연금을 새로이 도입하고 복지예산을 예년보다 높게 편성했다고 발표했으나 장애인단체들은 오히려 장애인연금이 감소했다면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장애인연금을 현실화하라고 촉구했다. 장애인단체들의 지속적이고 강경한 예산 인상 요구에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책정했던 예산인 1,519억 원보다 1,666억 원이 증액된 3,185억 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내년 7월부터 중증장애인연금제도 도입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28일 2010년도 복지예산을 3배 이상 높은 8.6% 수준인 81조 원을 편성했으며, 저소득 빈곤층과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복지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증장애인 연금을 새로이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중증장애인연금제도는 정부가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정망 강화 대책으로 역점적으로 도입, 추진해 온 것으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생활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증장애인연금법은 18세 이상의 중증장애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득기준 이하인 자를 대상으로, 장애인복지법의 장애 등급 1급과 2급, 3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유형을 가진 자로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금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자로 선정한다. 또한 연급은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로 나누어 지급하며 부가급여 지급액은 중증장애인과 배우자의 소득 수준 및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중증장애인연금을 희망하는 중증장애인은 거주 지역 읍면동 주민 센터에 신청할 수 있으며 소득, 재산 및 장애등급 심사를 거쳐 상반기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2010년 예산안에서 중증장애인연금 소요 재원으로 1,519억 원을 반영 국회에 제출했으며, 지급 대상자는 33만 명, 지급 금액은 소득 계층에 따라 9만 1,000원∼15만 1,000원(기초생활수급자 15만 1,000원, 차상위계층 14만 1,000원, 차상위초과계층 9만 1,000원)으로 편성한 바 있다.
12월14일 복지부 이동욱 대변인은 ‘2010년 합동 업무보고회’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중증장애인연금제도가 도입, 시행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장애인단체 회장들 삭발 시위 통해 의지 표명
하지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DPI, 내일을여는멋진여성,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등으로 구성된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애인연합회)는 10월5일 “이 예산은 경상 예산과 전혀 관계없는 기금성 예산을 늘림으로써 마치 서민정책을 펴는 것처럼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장애인복지예산을 5,400억 원에서 6,4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분석해 보면 LPG 지원 등 폐지된 예산은 아예 2009년도 예산에서 제외하고 장애인복지 예산을 축소한 후에 추경을 은폐하고, 보건소의 장애인의료비 지원 등을 통폐합하면서 의료비 지원은 300% 이상 증액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모두 우롱하고 기만하는 예산임이 밝혀졌다”면서 사업의 통폐합이 실제적인 삭감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장애인연금의 경우, LPG 지원금 삭감 1,100억 원과 장애인 수당 1,000억 원을 삭감하면서 장애인연금 1,500억 원을 신설해 마치 예산을 늘린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2,1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600억 원을 삭감한 결과라고 밝혔다.
장애인연합회는 장애인의 연금을 현실화하고 장애인 사회지원사업도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장애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겠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공허한 약속을 국회에서라도 제대로 바로잡아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월2일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장애연금 확보를 위한 전국결의대회’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산업은행 앞에서 열고 MB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각 단체 회장들은 삭발을 통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장애인연합회 채종걸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량 LPG연료 지원 사업을 없애서 장애수당을 올리고, 장애수당을 없애서 장애연금을 만드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위에 올리는 격”이라며 이런 처사는 결국 장애인 복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MB정부의 불합리한 정애인 정책 시행을 규탄했다.
이어 채 대표는 장애인들이 언제까지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느냐면서 함께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 장애인이 분노하면 정권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현 정부가 알도록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아랫돌 빼어 윗돌 막기 식의 기만적 복지”
같은 달 30일에는 “중증장애인연금 예산을 전면 거부한다”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장애인 연금 제도는 전면 거부하며 정부가 차려준 밥상을 발로 차버리고자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
장애인연합회는 “장애인수당을 법률에 의한 중증장애인연금법으로 정해 2010년 7월1일부터 장애인연금을 실시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발표했고, 정부는 반년의 예산 1,450여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장애인연금은 현재의 장애인수당을 명칭 변경한 것으로 새 정부의 새로운 제도로 홍보되겠지만 사실상 이름을 변경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제도의 실적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입장이고 지원을 받는 장애인 당사자로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조삼모사, 아랫돌 빼어 윗돌 막기 식의 기만적인 복지는 거부한다”고 입장을 밝힌 이들은 국회의 추가적 예산지원을 국무위원들 간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간절한 장애인의 아픔을 외면한 전재희 장관의 ‘냉혈과 철면피’를 거부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 정부에 장애인연금과 같은 좋은 제도를 맡기는 것은 포기하고 차라리 장애인복지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새 정부가 들어서는 먼 미래에 이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탄식했다. 더불어 현 정부에서는 LPG 지원제도, 장애인수당 제로를 현상유지라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희망이 없으면서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은 더욱 철저히 괴롭히는 것이고, 자포자기와 절망을 학습시키는 것이며, 실어와 포기와 우울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꼬집은 장애인연합회. 이들은 “장애인이 거지도 아닌데 주지도 않을 놀부에게 왜 손을 내밀어야 하는가. 이제 정부의 장애인 연금 제도는 전면 거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야당, 정부에 장애인예산 확보 중장기 방안 촉구
장애인단체들의 움직임에 야당 의원들도 나섰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국회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박은수 의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2월9일 ‘2010년 장애인 예산 증액 촉구를 위한 야당의원 및 장애인단체 기자회견’을 개최, 정부가 장애인예산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2010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가 복지예산 증가율 8.6%와 정부 총지출 증가율 2.5%라고 주장하지만 장애인관련 예산은 전년 본예산 대비 오히려 0.5%가 감소한, 납득하기 어려운 예산편성을 자행했다고 밝히며, “장애인 예산은 지난 5년간 감액되지 않았다. 워낙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줄일 것도 없는 예산이다. 하지만 2010년 장애인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을 수 없어 야3당 장애인당사자 의원과 장애계는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장애인 예산 1조 4,000억 원 증액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는 12월8일 2010년 예산안을 1조 1,5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장애인예산은 2,010억 8,000만 원 증액시켰다. 마지막까지 논의됐던 ‘장애인연금’은 당초 계획했던 1,519억 원보다 1,666억이 증액된 최종 3,185억 원으로 결정되었다. 이 날 국회 복지위 변웅전 위원장은 “예산이 특정 정당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쓰일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아동보육료와 장애연금, 노인장기요양 지원에 중점을 두고 전액 반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요구해왔던 예산안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지만 꼭 필요한 장애인 예산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여기서 말한 ‘꼭 필요한 예산’은 자립정착금과 애성장애인 출산지원금 등이다. 시설퇴소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자립정착금을 100명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시설퇴소 장애인이 1,000명이 넘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며,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 해산급여가 50만 원인 현실에서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이 20만 원인 것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예산 GDP 대비 2.5% 수준 약속 지켜라”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가 한 푼도 더 늘일 수 없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증액을 결정한 것은 장애계의 요구를 부분적으로나마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들은 현재 수준의 예산이나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의결되어 향후 장애인연금 제도의 올바른 발전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향후 국회 예결위와 본회의 심의, 의결 과정에서 장애인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장애인예산이 한 푼이라도 삭감되거나 삭감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대할 것”이라고 경고한 이들은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 예산을 OECD 평균인 GDP 대비 2.5% 수준으로 확보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장애인연합회도 입장을 같이 했다. 장애인연합회는 “장애인연금이 아닌 중증장애인연금이라는 점과 대상이 아직도 적다는 점, 급여 금액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장애인연금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인정했다는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LPG 지원 예산이 유지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은 너무 아쉽다고 밝힌 장애인연합회는 여야 합의로 800억 원을 예결위에서 추가할 것을 부대 결의한 것이 반드시 예결위에서 반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들은 “중증장애인연금법안 심사가 남아 있다. 법제정에서 추가적으로 증액된 장애인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어 기초생활수급비가 축소되는 일이 있다면 증액은 아무 의미 없이 장애인을 우롱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라며 법안 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 장애인들은 우리의 삶을 보장받기 위해 한 목소리로 뭉치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교훈을 알게 되었다”는 장애인연합회는 이제 LPG 감면을 위한 예산을 살리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한 푼이라도 삭감하면 장애인연금 전면 거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12월4일 성명서를 통해 “12월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연금 도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제8차 공동대표단회의를 개최한 결과, 한국장총 공동대표들은 장애인의 현실을 고려해 최소 24만 원 이상에서 장애인연금이 결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장애인연금법과 예산안을 전면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장총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장애인연금 15만 1,000원은 장애인의 현실을 무시한 연금액”이라며 성토했다.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매월 20만 8,000원에 이르는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와 국회가 내년도 장애인연금 예산안을 통화시키려 하는 것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장애인 대중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한국장총은 장애인연금의 도입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이 열악한 삶을 인지하고 장애인 대중에게 공약했던 약속이다. 이러한 공약이 현실화되고 장애인의 삶에 실질적으로 변화가 되려면 최소한 24만 원 이상에서 장애인연금이 도입이 되어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되는 것이고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총 내 장애인연급법제정공동투쟁단은 12월8일 논평을 통해 “장애인연금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는 장애인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고 권리의 주체로 자리매김 하는데 근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장애계가 지난 7년간 끊임없이 요구해온 최대 현안”이라고 밝히며, 장애인연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면 매월 최대 24만 원까지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겠지만 이 연금액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수당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장애계가 그동안 요구해 온 장애인연금 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에서 의결된 3,185억 원의 장애인연금 예산은 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연금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금액이지만 현재의 국가 경제적 상황을 고려,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예산이 단 한 푼이라도 삭감되거나 삭감하려는 도발이 있다면 480만 장애인 대중과 장애계는 장애인연금을 거부할 것을 재차 밝힌다고 전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모든 정당들이 장애인 대중에게 했던 공약을 반드시 지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장애인연대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월14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및 심재철 예결위원장에 장애인예산 확답요구를 위한 1인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대는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선전했던 장애인연금제도는 최소한의 보편성도 없고 실질적 소득 보장의 의미도 없는 사기극으로 판명되었고, 장애인활동보조는 예산부족으로 신규신청을 금지하는 사태까지 발생함에도 예산증액안이 반영되지 않아 ‘선착순복지’의 오명으로 전락했고, 저상버스는 법정 기준조차 무시하는 예산 계획으로 장애인을 우롱했다”면서 현재 의결된 3,185억 원의 예산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대는 “야당들은 현재 상임위를 거쳐 예결위에 상정된 장애인예산안의 삭감 없는 반영의지를 선언한 바 있으나 정작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할 한나라당은 면담요구조차 거부하며 최소한의 민생예산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하고 장애인예산확보를 위한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