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권 노린 잠룡들의 ‘혈전’
한나라당·민주당 팽팽한 대립양상 속 제3교섭단체들 약진
2010년 정치권의 핫 이슈는 누가 뭐래도 2010년 지방선거이다. 2010년 지방선거의 성패는 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중간지점으로, 향후 차기 대선의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계는 일찌감치 16개 광역 시·도를 중심으로 자천 타천 출마예상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 때마다 최대 승부처로 인식되며 대선의 주요 변수인 수도권 민심을 측정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주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차기 대선의 주요 요충지로 대권을 노리는 이들에게 서울시장 자리는 대선가도의 필수 관문이기에 이를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얼마 전 2010년 서울시장을 둘러싼 이색 설문 조사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광역단체장 및 경기도 교육감 후보군을 대상으로 2010년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전화 ARS 여론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오는 6월2일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차기 서울시장을 놓고 접전을 벌일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29.0%를 차지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보다 4.3% 앞서며 33.3%로 예상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현 서울시장의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또 서울시장 공식 출마를 선언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약진도 눈여겨 볼만 하다. 노 대표는 15.5%의 지지율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만만찮은 지지세를 보였다. 혹여 야권이 지방선거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의 입지는 불 보듯 좁아지게 되며 재선을 확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이렇듯 여·야 간 대립을 넘어 각 정당 내부의 경쟁도 순탄치 않을 2010년 서울 시장. 영광의 자리는 단 한자리. 이를 향해 피튀기는 한바탕 설전을 펼칠 이들 중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 미리 보는 2010년 서울시장 후보들의 인물 열전을 통해 2010년 서울을 책임질 수장을 만나보자.
한나라당, 1순위 오세훈 2순위는 글쎄…
미니 대선으로도 일컬어지며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통해 대한민국 제1여당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지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강했다. 아니 강함을 넘어 심지어는 간절하기까지 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일념하나로 가득한 한나라당은 이내 비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모두가 숨죽인 채 한나라당의 선택을 기대한 그 순간, 고심 끝에 결정한 비장의 카드는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었다.
예측했던 결과 때문이었을까. 다소 김이 빠져 허무함마저 들게 만들었으나 어찌 보면 승리를 갈망하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수상택시와 광화문 광장 사업에 이어 한강 인공섬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현 오세훈 시장만큼 서울시장에 적합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터. 오세훈 현 서울시장 역시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 한나라당 측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자가 바로 소장개혁파 좌장격인 3선의 원희룡 의원. 오랜 정치활동을 통해 쌓은 연륜과 기반을 바탕으로 한 원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며 정면승부를 펼칠 것을 예고했다. 그리곤 개발중심의 오세훈 서울시장 정치운영을 비난하듯 지난 12월29일부터 사흘에 걸쳐 소외계층을 찾아 쌀과 연탄을 직접 전달하는 등 민생행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와 복수노조 등으로 여의도 공원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국노총 농성장을 자주 찾아가 눈도장을 찍는 등 집 나간 서울 시민들의 민심잡기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원 의원은 “서울 지역구 3선 의원으로서 서민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항시 많은 고민과 경험들을 해 왔다. 서울의 시정 운영을 보면서 서민들의 마음과 요구를 담아낼 준비를 그 어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해왔다”며 자신의 출마 의지를 밝혔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당내 경선에 대한 질문에는 “경선 없이 쉽게 가려고 한다면 그만큼 쉽게 지는 법”이라며 “정책적으로 더 나은 인물과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고의 후보를 뽑는 것이 한나라당의 의무이다”라고 답했다. 이는 당내 경선에서 결코 쉽게 뒤지지 않겠다는 원 의원의 굳은 의지로 여겨도 무방하다.
한편 청와대 및 정부에서는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유인촌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의 출마설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모자람이 전혀 없다. 이미 유 장관은 한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장 출마설에 관해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생기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진지하게 검토할 일이 생긴다면 굳이 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은 일”이라고 서울시장 출마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뉴타운 문제로 속을 썩이는 오세훈 시장보다는 배우시절부터 남다른 인연으로 그간 자신의 충복 노릇을 톡톡히 수행한 유 장관을 서울시장으로 더 밀려고 하지 않겠느냐’라는 소문이 퍼지며 유 장관의 서울 시장 출마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측에서는 정두원, 공성진, 나경원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 출마 여부가 관건
제 1야당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 여부가 이번 선거 성패의 당락을 좌우할 듯하다. 한 전 총리는 애초 민주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면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공식화됐던 게 사실. 하지만 지난 11월17일 한 전 총리 스스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한 전 총리만을 바라본 민주당을 적잖이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한 전 총리 최측근이 밝힌 바에 의하면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보다 당분간은 노무현 재단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하기 보다는 좋은 후배들을 키우는게 자신의 몫이자 역할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로써 든든한 지원군을 잃은 민주당으로서는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 됐다.
이를 의식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명확하게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대안 부재론에 대한 공감으로 시장 출마를 검토했던 것뿐인데, 현재는 출마선언을 표하는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자신까지 출마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입장으로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사실상 한 전 총리의 불출마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수의 후보들이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게감 있고 전문성이 있는 후보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게 민주당 대부분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김성순, 박영선, 이계안, 김근태, 강금실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이는 김성순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이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며, 지방선거 출마의 첫 테이프를 끊은 김성순 의원은 ‘시민의 서울’이라는 슬로건아래 ‘사람’과 ‘복지’에 선거 활동 포커스를 맞추고 차기 서울시장을 향한 디딤돌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게 보기 좋게 패배한 이계원 전 의원도 일찌감치 2010년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시행한 ‘서울 걷기’ 운동도 이를 염두하고 행한 행보로 여겨진다.
한편 민주당이 2010년 서울시장 후보로 손석희 아나운서를 영입하려고 한다는 설이 제기돼 이에 대한 향후 귀추가 주목됐다. 사건인 즉 한 신문기사를 통해 손석희 아나운서가 민주당 대표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것. 이를 알게 된 여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는 후문은 정치판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손석희 아나운서의 출마가 현실화되기는 사실상 물 건너 간 듯싶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한나라당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추궁했고, 이에 손 아나운서의 대답은 “오보”였다. 이후에도 홍 대표의 집요한 질문이 되풀이 되자 손 아나운서는 “민주당으로부터 제안 받은 바도 없으며 단순한 오보일 뿐”이라고 딱 잘라 일축했다.
진보신당, “사람사는 서울 건설” 노회찬 대표
야권에서 민주당 김성순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시장 공식 출마를 선언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마디로 속전속결에 가깝다.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노 대표는 “오늘은 진보신당이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국민들 앞에서 선언하고 대중으로부터 승인받는 뜻깊은 날”이라며 “뜨거운 가슴으로 2010년 6월 서울에서부터 권력을 교체하는 승리를 안아오자”라고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용접노동자 노회찬’으로 소개된 노 대표는 300여 명의 기립 박수 속에 “사람 사는 서울, 2010년 서울에서부터 정권교체 합시다”라고 외치며 서울시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킬 생활 속의 진보 7가지 실천 공약을 내걸었다.
또 노 대표는 자신이 서울시장이 될 경우 ‘요람에서 무덤까지’생활복지를 실천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서울시민들에게서 화병을 걷어내려면, 시민들의 삶에서 걱정과 불안감의 요소를 걷어내야만 한다”며 “그런 점에서 서울시민들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분수가 아니다. 더 많은 공공주택과 더 많은 교육기회, 더 안정적인 보육시설, 더 따듯한 노후, 더 좋은 일자리”라며 공공보육시설 확충과 공교육 선진화, 공공임대주택 다량공급 등 친서민 공약을 내걸었다.
타 정당에 비해 특별히 당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이 없는 진보신당으로서는 당 내부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노회찬 대표가 당의 최고 선택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본인 스스로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하며, 당 내부에서도 딱히 반발하는 이가 없으니 노회찬 당 대표로서는 금상첨화격.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진보신당을 대표하는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될지 여부는 1월 열리는 후보자선출대회에서 최종 판가름 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VS 이수호’ 2파전으로 각축
진 보진영인 민주노동당에서도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당 이상규 위원과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2파전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승흡 전 대변인도 지목되고 있긴 하나, 양산 재보궐선거를 치룬 직후라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먼저 이수호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 안팎 인사들로 구성된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기 위한 준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시종일관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 모임은 사실상 선거대책본부 형태로 볼 수 있으며, 본격적인 서울시장 후보 만들기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적극적인 진보대연합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 단일화 된 진보후보가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경선 자체에 부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이상규 위원장은 진보대연합은 찬성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 독자후보를 더 강조해야 한다는 자신의 뜻을 내보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경선 역시 꼭 필요한 존재라며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올 초부터 다수의 후보가 출마해 경선이 되는 것이 좋다는 게 내 지론”이라며 “나는 줄곧 당을 위해 경선을 하자고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수호, 박승흡 최고위원이 당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경선이란 소중한 과정을 통해 당을 널리 알리는 과정은 필수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비교적 온건한 자주파 진영에서는 이수호 최고위원을 지지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모색하는 자주파 진영에서는 이상규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현상은 서울시장뿐 아니라 경기도지사 등 지방선거 전반에 걸쳐 표출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주 내부 논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 내부 갈등으로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창당 10주년에 맞춰 서울시장 후보를 공식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행보는 마치 안개가 잔뜩 껴 바로 눈앞의 것도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민주노동당의 앞날을 보는 것과도 같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블루칩으로 등극할까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제3교섭 단체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4파전으로 예상됐던 2010년 서울시장 대결 구도가 생각지도 못한 복병의 등장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국민참여당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창당을 선언한 국민참여당은 이미 여러 차례 지방선거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해왔다. 더욱이 지난 11월10일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유 전 장관이 “2012년 되는 날 한나라당 정권을 마감시켜야 한다. 2010년에는 먼저 지방권력을 그리고 그 다음 의회권력과 청와대 권력을 차례차례 국민의 품으로 찾아와야 한다”며 “평당원으로서 당을 건설하는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최대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국민참여당의 유 전 장관 출마설은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유 전 장관은 줄곧 대의(대선 출마)를 위해 소의는 포기하겠다는 식으로 시사해 또 하나의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유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극히 낮은 편에 속한다.
이외에 국민참여당은 당의 간판으로 불리는 창당주부위 천호선 상위부위원장도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