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삼성 승계 0순위 ‘이재용 체제’ 수혜자들

고참 퇴진, 조직 개편… ‘이재용 힘 실어주기’ 수순 밟아

2010-01-06     신현희 차장

이번 삼성 사장단 내정 인사의 키워드는 단연 ‘이재용’이다. 삼성家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이자 외아들이다. 그에게 맡겨진 직책은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삼성측은 이 부사장이 “내부사업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글로벌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OO는 인사부터 대형 투자까지 챙길 수 있다. 각 부문의 책임자는 맡은 부문의 실적 등에 연연해야 하지만, COO는 사실상 ‘리베로’처럼 활동하며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최고경영자(CEO)’가 맡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이 부사장은 최지성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사장의 라인 - 삼성그룹 인사 관전 포인트
삼성그룹은 노장들이 물러난 자리에 ‘젊은 피’들을 대거 수혈해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예고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의 인사들이 50대다. 승진자도 지난해보다 늘어 ‘선수 교체’의 폭이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의 원톱 CEO로 결정된 최지성 사장은 이재용 부사장과 손발이 척척 맞는 인물이다. 최 사장은 지난 2006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시절부터 이재용 부사장과 해외 전시행사에 동행하는 등 지근에서 챙기면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에서 최 사장은 매년 사장단 인사 때마다 ‘3세 오너 경영 시대’의 핵심 인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또한 이재용 부사장과 소통이 원활한 사장단으로 대표적인 인물이 김순택 부회장 내정자다. 그는 지난 1978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이재용 부사장과 소통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순택 부회장이 ‘이재용의 경영학 가정교사’로 알려질 만큼 인연이 깊은 사이란 것. 김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삼성SDI 사장을 맡은 후 올해까지 10년째 사장직을 맡아 삼성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더해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까지 맡아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삼성의 미래 신수종사업 발굴과 사업화에서 손발을 맞추게 됐다.
최도석 부회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경영지원총괄을 맡아 ‘삼성의 금고지기’로 불리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게다가 최 부회장은 이재용 부사장과도 손발이 맞는다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시절 이재용 부사장과 중대한 경영현안이 있을 때마다 긴밀히 의논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훈 부사장의 사장 승진도 3세 오너 경영을 염두에 둔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그룹장,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삼성전자와 계열사 간의 굵직한 사업현안을 무리 없이 조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이재용 부사장이 새로 맡은 업무인 계열사 간 투자중복 해소 등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내정된 윤주화 사장도 이재용 부사장과 ‘핫라인’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강화와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젊은 피 수혈하는 삼성, 신진 세력들 급부상
삼성전자는 지난 인사 때 7명에 비해 5명이 늘어난 12명의 신임 부사장을 등용했다. 이 중 남성우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 홍창완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사업부장, 이종석 글로벌마케팅실장, 김재권 무선 구매팀장,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김철교 생산기술연구소장 등의 부상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외에 다른 계열사에선 ▲삼성생명의 곽상용 법인영업 본부장과 한종윤 상품고객실장 ▲삼성전기의 이종혁 경영지원실장과 최치준 LCR(칩부품)사업부장 ▲삼성물산의 김창수 기계플랜트본부장과 김신 경영기획실장 ▲삼성중공업의 이현용 조선·해양영업실장과 박주원 미국법인장 ▲제일기획의 최인아 제작본부장과 임대기 커뮤니케이션팀장 등이 부사장 승진의 영예를 안아 삼성그룹의 서열지도를 새로 짰다.
또 삼성SDI, 삼성코닝정밀,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 삼성라이온즈,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삼성의료원 등도 부사장 승진자 1명씩을 배출했다.
고참 CEO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상대(62)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으로, 김징완(63)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뺀 부회장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신사업추진팀을 맡았던 임형규 사장은 퇴임했다.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종합기술원장)과 삼성투신운용 강재영 사장은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본 본사 이창렬 사장은 삼성사회봉사단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경영권 승계의 서막 ‘이재용’, 그는 과연 누구인가
이재용은 지난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후 1981년에는 서울 경기초등학교, 1984년에는 서울 청운중학교, 1987년에는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87학번으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이재용이 전공으로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택한 것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전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학사과정에서 ‘사람공부’를 충실히 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1992년 학사과정을 마친 이재용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건희 전 회장도 일본 와세대대학교를 먼저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유학했었다.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이재용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2001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이재용은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 경영수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때부터 이재용은 해외사업장을 돌기 시작한다. 삼성의 해외법인을 모두 둘러봄은 물론, 각국의 주요 거래선들과도 접촉했다. 이재용은 이후 한해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게 된다. 이후 2003년 이재용은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2007년 1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차근차근 경영자로서의 경험을 쌓기 시작한다. 이번 부사장 승진은 경영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자리로, 삼성전자에서 사업부 간의 업무를 조정하고 대외 주요 거래선과의 관계를 직접 챙기는 중책을 수행하게 된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 탄생 100주년 앞둔 정지작업
이렇듯 삼성의 3세 경영 준비가 시작됐다. 이건희 전 회장은 결국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자식들에게 거대 삼성을 하나씩 물려주고 있다. 지난 해 4월22일, 이건희 전 회장은 이학수 당시 부회장 등 핵심멤버들과 함께 국민 앞에 위풍당당하게 동반퇴진을 선언했다. 이후 과연 달라진 게 있는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재용의 사람인 최지성 사장이 삼성전자 단독 사장 자리에 올랐다. 때맞춰 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론도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이 부사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시기와 모양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번 삼성 인사는 오는 2월12일, 고 이병철 선대 회장 탄생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3세대 오너 경영시대’의 개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계도 언론도 눈감고 귀막는 거대공룡 삼성의 움직임에 대한민국이 술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