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칼바람 뚫고 조국영공 책임진다
[동계 전선을 가다] 공군20전비 123비행대대
2009-12-28 김미란 기자
“웅~ 웅~ 웅~”
야간 비행 1시간 전, 이글루에 들어선 정비·무장요원들이 출격 준비에 손발이 바빠졌다. 조명을 받아 날렵한 실루엣을 뽐내는 KF-16 전투기를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인고의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시동을 켠 채 엔진·연료·날개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하고, 임무 성격에 맞는 정밀폭격무기들을 속속 장착했다.
영하 14도의 강추위에 입에서는 연방 하얀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러나 행여 출격 준비하는데 방해가 될세라, 두터운 방한복을 벗어던지고 임무에 전념하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강한전사, 그것이었다.
30년 경력의 123전투비행대대 정비중대 정비반장 홍성익(62) 준위는 “사명감 없이는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손은 곱을지언정, 수백억 원짜리 전투기와 조종사의 안위가 내 손에 달렸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심장은 늘 뜨겁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변화무쌍한 밤하늘에서의 임무를 앞둔 조종사들은 긴장 대신 철저한 준비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일 년 열두 달 조종사 사전에 ‘쉬운 비행’이란 없지만, 특히 겨울이 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주요 변수들이 몇 가지 있다.
천수만을 찾아온 겨울 철새가 대표적. 서해안이 건강하다는 증거지만, 비행 안전 측면에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작전 환경 속에서 비행단은 새들의 습성과 이동로를 면밀히 분석해 생태계도 보호하고 임무도 완수하는 윈윈 전략을 수립해 활용하고 있다.
3편대장 최환석(33·공사47기) 소령은 “공군 전체 출격 가운데 4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부대 특성상 몸은 고되지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정신으로 조국 영공을 사수하고 있다”면서 “특히 공군의 숨은 주인공인 정비사·무장사 등 지원요원들과 혼연일체가 돼 언제 어디서든 승리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20전비는 공군 내에서 최전방으로 손꼽힌다. 수도권은 3분, 서해 북방한계선(NLL)까지는 6분 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지난 11월 10일, 대청해전 발발 당시에도 가장 먼저 현장 영공에 도착해 뛰어난 전쟁 억제 능력을 과시했다. 늘 그렇듯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대대장 송익상(공사38기) 중령은 “대한민국 서북해역을 지키는 최신예 기종 운용 부대로서 대비태세에 상당히 민감하다”면서 “그동안 한 치 오차 없이 조국 영공을 수호해 왔듯, 앞으로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이륙해 적을 응징할 수 있는 최상의 전투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