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만의 귀향, 제 28회 아테네올림픽

2004-09-23     글/노혜란 기자
돈으로 풀어본 올림픽, 드는 만큼 번다
그리스 당국은 지난 7월 27일 아테네올림픽 관련 대 테러 방지 비용이 15억 유로(1조 7,500억원)가 넘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예산으로 책정했던 6억 유로의 두 배가 넘는 금액으로 역대 올림픽 사상 최대 금액이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 니올림픽에 비해서도 무려 5배에 달하는 수치. 더불어 아테네올림픽 개최에 드는 총 비용은 약 66억 유로로 추산됐다. 당초 예정됐던 46억 유로를 20억 유로나 초과하는 셈. 하지만 이같이 엄청난 소요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이 ‘장밋빛’ 대회가 될 가능성은 점쳐지지 않았다.


자국 개최와 금메달이 가져다주는 무한대의 자산가치
전 세계의 유수 경제지들도 그리스가 올림픽을 통해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리스 재무부 부장관의 말을 빌어, 그리스가 올림픽 수지를 맞추려면 앞으로 9~11년 동안 돈을 갚아야 할 것으로 내다 봤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그리스가 아테네올림픽 개최에 소요된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같이 엄청난 비용 지출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올림픽을 유치하고, 또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과다출혈’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바로 올림픽이 국민의 결속, 국가 이미지 상승을 가져옴과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투자된 ‘돈’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당연히 메달 하나의 가치도 크게 올라가기 마련.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지원 비용을 알아보고, 올림픽 선수단 지원비용에 따른 금·은·동메달의 가치를 평가해 봤다.
이번 아테네올림픽에 파견되는 우리나라 선수단은 선수 267명과 임원 109명으로 총 376명에 달한다. 출전국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다. 때문에 파견 비용도 상상수준을 넘어선다. 지난 8월 13일부터 29일까지 16일간 열린 올림픽에 쓰여진 돈의 액수는 무려 27억원. 이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15억원보다 무려 80%나 늘어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자. 우선 항공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선수단은 정부에서 마련해 준 특별 전세기편으로 아테네로 이동하는데, 왕복 2회 운행하는 항공료만 무려 8억원이 넘는다.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것은 아테네 체류비용이다.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다보니 아테네에 머무는 동안 사용하는 비용도 꽤 크다. 선수들에게는 하루 20달러, 코칭스태프나 임원들에게는 하루 30달러의 여가비가 지급되는데, 그 비용만 해도 6억원에 달한다. 옷값도 무시할 수 없다. 개·폐회식이나 경기 중 착용하는 단복과 훈련복 등 개인 의복비만 120만원, 총 4억 5,000만원이 넘는다. 이 밖에 결단식 행사비용과 기념배지 등 기타 비용을 모두 합하면 파견비용은 27억원에 육박한다.


올림픽에서 금덩이를 파다
그러나 이 비용은 이른바 올림픽 출전 준비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대표 선수 선발, 구성, 훈련 과정에 투입되는 준비비용이 수십억도 아닌, 수백억원에 이르기 때문. 이 비용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벌어들인 체육기금으로 지원되는데, 그 중 무려 246억원이라는 거액이 지원된다.
내역별로 보면, 경기력 향상비 90억원, 메달 포상금을 포함한 선수 격려 비용 57억원, 후보선수 육성비 46억원, 경기단체 운영비 27억원 등이다. 이는 시드니올림픽 때보다 1.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체육기금 지원 액수가 늘어난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각계각층의 격려금이 줄어든 이유가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각 부처장관, 자치 단체장, 가맹경기 단체장, 기업인 등이 최근까지 태릉선수촌에 제공한 격려금은 총 9억 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드니올림픽 때의 22억원보다 현저히 줄어든 수치.
공단 측으로서는 시드니올림픽에서 13위에 그친 후 10위권 재진입을 노리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늘려서라도 반드시 격려금 부족분을 채워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국민체육공단 이종인 이사장(56)은 “금메달을 따낸 선수를 보며 국민들에게 얻는 기쁨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으로 본다면 수백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그리 아깝지만은 않다고 보며, 비난 받아야 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거액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보답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정서.
그렇다면 금메달 하나를 따는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선수단이 이번 올림픽에서 따낼 것으로 예상하는 금메달 수는 13개. 국고로 지원되는 아테네 올림픽 파견 비용 27억원과 국민체육진층공단에서 지원하는 246억원을 합쳐 올림픽 선수단에게는 모두 273억원이 투입된다고 보면, 금메달 한 개는 21억원의 가치로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올해 지원된 예산으로 추산되는 가치. 올림픽 준비 기간인 4년 동안 대한체육회가 각 체육단체에게 지원한 총 비용으로 계산하면 수치는 달라진다. 실제 체육과학연구원(부장 : 현재천)팀이 각 체육단체 연간 지원예산을 기준으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는데, 금메달 한 개당 들어간 비용이 무려 188억원이었다. 지원액 증가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은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단순히 메달을 따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느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폭염으로 온 국민이 무력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우리선수단이 선전을 보며 얻는 희망은 투자한 돈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체육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금메달의 가격은 얼마일까. 물론 정답은 모 광고카피처럼 '돈으로 따질 수 없다'가 맞다. 4년 동안 세계 정상을 위해 땀흘린 선수들의 노력이야말로 그 어떤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금메달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가는 돈과 금메달을 딴 뒤 받을 수 있는 돈을 환산해 보면 얼마일까. 금메달이 나오기까지의 4년 간의 투자비용을 금메달 수로 나눠 보면 한 개당 약 34억 615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태릉 선수촌의 2004년 총예산은 119억원. 여기에 지난해 예산 115억원, 그리고 2001년과 2002년의 예산 각각 약 110억원을 더하면 올림픽을 준비하는 4년 동안 선수들의 훈련에 사용한 예산은 총 450억원에 이른다. 이를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목표 개수인 13개로 나누면 개당 약 34억 6150만원이 된다. 물론 금메달 개수가 13개보다 많거나 적을 가능성도 있고, 은메달과 동메달도 나오며, 메달보다 귀중한 기록들도 많다. 다만 단순한 수치로만 계산해도 금메달 하나는 34억원이 넘는 귀중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평생 매달 100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금메달리스트는 연금포인트 110점 확보와 함께 평생 매달 100만원씩의 연금을 받는다. 만일 금메달을 2개 이상 획득할 경우에는 연금포인트가 올라가되, 월정금 상한액인 1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때문에 금메달 1개 추가당 일시금으로 6720만원의 돈을 받는다. 남자 선수의 경우 메달 획득과 함께 군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2년간의 연봉이 추가로 더해진다. 또 금메달리스트는 협회 등 소속 가맹단체에서 별도의 포상금을 받는다. 특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종목별로 최고의 포상금을 약속하기도 했다. 육상은 이때까지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인 1억원에서 50%가 껑충 인상된 1억 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아테네 올림픽을 위해 추가로 배정된 예산만 2억원에 이른다. 천신일 레슬링협회장도 역대 최고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고, 강영중 배드민턴협회장 역시 사기 진작을 위해 금메달 포상금을 50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5년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축구대표팀은 본선 진출만으로 선수당 1000만원을 웃도는 포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 올림픽마케팅 경쟁 치열
일본은 1964년 12회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선진국의 발판을 다졌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을 통해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렸다.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을 계기로 유럽의 중앙 무대로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도약의 기회는 국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삼성은 98년 나가도 동계올림픽 후원사로 참가할 때 32억달러였던 브랜드 가치를 시드니 올림픽과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을 거치며 108억 달러로 개선시켰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엄청난 임팩트와 마케팅 성과다. 삼성은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성화봉송 공식 후원사이자 무선부문 공식 스폰서 자격으로 또 한번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국가나 기업에게 올림픽은 4년 만에 한 번 씩 찾아오는 브랜드자산 제고의 기회다. 올림픽은 단순한 광고 노출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그 자체가 즐거운 이벤트이며, 흥분되는 경험이며, 인류 평화와 우호증진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올림픽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관련된 국가나 기업이 연상작용을 일으키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호의적인 감정을 만든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휘장은 그 제품이 세계적인 유명상품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인식된다고 한다. 올림픽 스폰서 제품이기 때문에 더 호감을 느끼고 제품 품질과 이미지, 나아가 기업이미지를 호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80년대 후반부터 삼성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은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에서 나름의 마케팅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스포츠 마케팅 역량에는 못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경우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보다는 노출 중심의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마케팅은 국가라는 아이덴티티를 통해 발현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국가브랜드의 관점에서 개별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수행되어야 효과적인데도 우리 기업들은 제각각 올림픽이라는 이벤트에 접근한다. 국가브랜드의 관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 자체의 마케팅 수행도 열악하다. 많은 비용을 들여 올림픽과 관련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지만 체계적이고 통합된 커뮤니케이션 컨셉과 단계별 전략이 부족하다. 그 결과 스포츠 행사기간 동안의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펼쳐지는 이벤트인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행사에는 통합된 마케팅 컨셉에 대한 집중과 사전,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가령, 시간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트레이드쇼의 성격과 유사한데 이런 경우 행사 전, 중, 이후의 단계별 마케팅 관리를 통해 시간의 제약을 극복해주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서구에서 보편화 되어있는 트레이드쇼의 경우 일관된 컨셉과 트레이드 쇼 이전(pre-show), 중(on-site), 이후(post show follow-up)의 단계별 마케팅 수행은 기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아테네 올림픽에 대한 마케팅 노력은 일사 분란하고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아테네 올림픽 이전부터 성화봉송 이벤트를 활용해 마케팅 선점효과를 극대화 했다. 삼성은 미국 최대 번화가인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91년부터 첨단 옥외 전광판을 설치해 브랜드를 알려 왔고, 이번에는 아테네올림픽 성화봉송의 후원자가 되어 디지털 미디어의 중심인 미국에서 디지털 리더로서 삼성을 상기시켰다. 대회 중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올림픽 조직위관계자, 취재진 등에 휴대전화를 제공하여 삼성의 앞선 무선 통신기술을 실제로 경험하도록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형 홍보관을 마련해 자사의 최첨단 휴대전화를 전시하고 아테네 시내 곳곳에 광고탑과 홍보물을 설치했다. 아울러 홍보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NBC, CNN 등 주요 매체를 통해 광고캠페인을 실시하여 매체들간의 시너지도 고려했다. 모든 것이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다.
이와 같이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의 성공요인은 올림픽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 체계적, 단계별 마케팅과 디지털 리더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일관된 마케팅 컨셉일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수직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의 요소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외에도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행사가 갖는 마케팅적 특성은 많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단기간에 집중 노출이 가능 하고, 이러한 노출이 즐거운 경험과 연상작용을 일으켜 강력하게 소비자들의 마음속을 파고들 수 있다. 광고라기 보다는 PR의 특성이 강하고, 사회공헌 마케팅과 유사한 메카니즘으로 다가갈 수 있으므로 신뢰성 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스포츠 스타들과 관련된 스타마케팅의 성격과 국가라는 아이덴티티가 강조되기 때문에 로열티 형성이 쉽다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업들이 올림픽에서 다양한 마케팅 도구를 총동원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올림픽은 기업들의 마케팅 제전이기도 한 것이다.


108년 만의 발행에 가치가 더해진 아테네올림픽 기념주화

개인에게는 소장의 의미를, 올림픽 개최국의 입장에서는 판매 비용과 판권을 이용한 재정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기념주화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달 10일부터 공식 발매된 2004 아테네 올림픽 기념주화는 총 금화 8종, 은화 10종으로 구성되었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도니스엔드셜우드사가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제조한 기념주화는 앞면의 디자인에 따라 고대 올림픽과 근대올림픽의 선수를 교차해 놓은 것과 파르테논 신전을 새겨넣은 것 등 2가지 종류로 나눠지며, 뒷면은 월계관속에 오륜마크를 새겨넣은 것으로 통일했다. 금화 6개 , 은화 12개로 이뤄진 수집가용 주화 한세트 가격은 3,984달러(약 461만원).
기념주화 판매권자인 화동양행은 “올림픽 발생지인 아테네에서 108년 만에 다시 열리는 대회를 기념하고 있어 소장가치가 더욱 크다”며 “금화 8종, 은화 16종으로 구성된 기념주화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5대륙 32개 도시를 관통한 올림픽 성화봉송 릴레이를 기념하는 특별세트도 판다”고 밝혔다.
기념주화 뒷면에는 아테네 올림픽 공식 엠블럼이 공통으로 들어 있다. 금화는 그리스 문명과 올림픽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주제로 했으며, 은화는 고대와 현대의 올림픽 종목 장면을 조합해 장구한 올림픽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금화는 직경 25mm에 10g, 은화는 40mm에 34g. 금은화 18종 세트는 550만원, 성화 릴레이 금은화 6종 세트는 187만원, 금은화 3종 세트는 93만5,000원, 은화 2종 세트는 18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