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방문한 이명박식 첫 세일즈외교, 성과와 과제

“성공적인 경제외교” 자평에 일부서 “명분 잃었다” 비판도

2008-05-07     글_김정숙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아주 바쁜 일정을 짰는데 순방 계획을 무사히 치렀다.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남들이 성공적이라고 한다”말했다. 미국 방문에 대해서는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신뢰가 생긴 것 같다”면서 “매번 우리 정부가 가서 하는 얘기였지만, 이번에는 기업설명회(IR)를 해서 ‘확실히 신뢰를 줄 수 있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욕에서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중요성을 역설한 점을 언급하면서 “기업인들이 적극적이더라. 미국이 개방적이라 ‘시장이 FTA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국 답지 않다’는 기업인들의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워싱턴에서도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미국 각 부 장관들을 만나서 실무진을 접촉했다”면서 “특히 의회의 양당 지도부를 만나서 토론했는데 반대하는 분들도 있고 찬성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펠로시 의장도 아주 공정하게 의사를 보더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우리하기 달렸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에 대해서는 “부시 내외가 한국 손님을 대하면서 동양적으로, 아주 예의를 갖춰서 잘 해 줬다”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양국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해야 겠다”며 “정리를 잘 해서 사후 조치를 신속하게 해 달라”고 지시했다.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일본은 문자 그대로 ‘세일즈’라 일본 재계가 아주 적극적으로 나왔다”면서도 “일본이 우리 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보기에는 비슷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깊이 들어가면 차이가 많이 있고 경제 규모가 비교할 수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한일 FTA에서 일본이 많이 양보해야 한다. 일본이 양보하고 주요 국가들이 공동번영해서 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진솔하게 얘기했다”면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정권에서도 앞으로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미·일 3자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핵문제 해결에 공동보조를 맞춰 나가기로 합의한 부분은 국내외적으로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공동이익 확대를 모색하는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고, 일본 후꾸다 총리와도 북핵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협력도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로써, 북핵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줄어들고 우방 간 협력도 강화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한미 FTA 연내비준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부분과 한일 FTA협상 6월 재개를 비롯한 경제협력 강화, 연내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한미, 한일 간 신뢰구축 등을 주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동맹강화’란 명분을 얻으면서 쇠고기시장 개방이란 실리를 내줬고, 반대로 일본과는 손에 잡히는 경제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과거사나 독도문제를 불문함으로써 실리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서 신뢰 얻은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더 많은 배려를 받았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조차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정상회담이 열린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1박 2일은 부시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배려’와 ‘파격’의 연속이었다. 캠프 데이비드 도착 첫날, 두 정상이 카트를 이용해 1시간40분 동안 경내를 관람하는 파격이 있었고, 만찬과 정상회담을 뒤이은 오찬에서도 부시 대통령 내외는 이 대통령 내외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캠프 데이비드) 만찬이 반 정도 진행됐을 때 (두 사람이) 굉장히 친해져 10년 지기처럼 됐다”며 “미국이 한국을 적극 배려한다는 것은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은 통상 맹방이나 강대국 정상이 아니면 백악관 부근 영빈관을 숙소로 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대통령은 블레어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정상들이 우의를 다지는 한편으로, 측근들 간에도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우리 측 수행원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과 함께 캠프 데이비드 내에서 함께 볼링을 쳤는데 한미 외교안보 최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스포츠게임을 즐기며 격의 없는 시간을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언론들이 대통령의 방미를 연일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떠들썩했지만, 미국은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했다. 이 대통령 관련 기사는 그레이엄 회장이 이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한 워싱턴 포스트에서 간략하게 기사를 실었을 뿐, 다른 언론에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저조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이 대통령 방미 당시 이른바 vip week라고 해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방문 일정이 겹쳐 그 만큼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첫 순방의 관심을 교황에게 빼앗기는 불운을 맞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이른바 미국 내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경제 거두들과 워싱턴 조야의 정치인을 무려 천여 명이나 만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변화된 한국을 세일즈 할 기회를 가진 것은 행운이라고 할 만하다. 

철저하게 실용으로 움직인 대일본 외교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외교의 단면을 잘 보여준 사례는 일본 방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사에 얽매여 일본과 소원하게만 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과거를 잊을 수 없지만 (불행한)과거만 가지고 오늘과 미래를 살 수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이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대신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하고 한일경제협력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복안이었다.


한·미 FTA 협상을 6월에 재개하기로 한 것이나 한국에 일본 기업을 위한 부품소재 전용공단 설치, 경협활성화를 위한 한일재계지도자회의를 구성한 것들이 모두 실리외교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들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합의사항이 도출됐지만 드러내놓고 이렇다 할 만 한 것이 없었던 반면, 한일 간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과거사 문제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한낱 정치인 개인의 주장으로 치부돼 일본 측에 명분만 주고 실리다운 실리는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한-미·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는
한편,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는 이명박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에서 거둔 여러 가지 성과물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후속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가장 눈에 띄게 바빠진 곳은 남북관계 분야.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입장을 정리했고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했기 때문에 즉각적인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 통일부는 우선 다양한 형태의 남북대화 재개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법으로는 연락사무소 구상을 제안한다는 명목으로 남북 간 기존 회담 틀을 재가동하는 것이 거론된다. 또 작년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가동된 장관급 회담 개최를 제안하거나 연락사무소 설치 협의를 위한 별도의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 특사 파견 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한 한·미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과 관련, 무비자 미국여행이 올해 안에 가능하도록 전자여권 발급 확대와 양국 정부의 범죄인 정보 공유 등을 위한 실무 접촉도 이른 시일 내 추진키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경찰 훈련요원 파견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국내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한 여론 악화와 실용외교에 대한 ‘신(新) 사대주의’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홍보·설득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청와대 경제자문팀 외국인 구성 고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청와대 경제자문팀을 외국사람들로 한번 구성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한승수 국무총리,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용희 국회부의장 등 5부 요인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미국·일본 순방결과와 외자유치 대책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있는 여러 투자자들이 팀을 만들어 조언하면 투자 유치는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일 순방 성과와 관련, “당초 일정을 열흘 정도 잡았던 것을 1주일로 줄여 하루 평균 7∼8건의 행사를 가졌다”며 “미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되도록 하는 데는 미국 기업인들의 영향력이 크며, 그래서 주로 기업인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또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조지 부시 대통령은 상당히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이번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는 것 같았다”면서 “마지막 떠날 때 헬리콥터 때문에 먼지바람이 부는 데도 부시 대통령 내외는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줬다.‘외교를 하려면 정성을 많이 쏟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