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G20 개최로 절호의 기회
고수익 ‘MICE 관광’ 한국 관광산업 지각변동 예고
2009-11-24 편집국
국제회의와 세계박람회, 기업연수 등을 유치해 고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MICE 관광’이 한국 관광산업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6백여 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3위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MICE산업의 혁명적 성과로 보고 있다.
‘깃발부대’로 일컫는 단체관광객의 빈자리를 국제회의 참가자들이 채우고 있다. 이름하여 ‘MICE 관광’. MICE는 미팅(Meeting), 인센티브(Incentive),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연결어로 국제회의와 각종 전시회, 기업의 인센티브 여행을 포괄하는 신조어다.
세계적으로도 통용되지만 한국이 MICE와 관광의 연결 산업을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국제회의나 박람회 등 참가자들은 하루나 이틀 정도 해당 국가를 관광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MICE는 한국 관광의 틀을 바꿔 놓았다.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이 쓰는 비용은 일반 관광객의 두 배 이상이다. 물밀듯이 고궁으로 밀려갔다가 쇼핑몰로 몰려드는 형태의 관광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은 숙소부터 특급호텔을 선호한다. 숙소와 회의 참가비는 단체에서 지원하고, 추가로 주어지는 관광 시간에 여유 있게 자신의 예산을 쓴다. 이들은 비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관광객들이다.
지난해 국제회의 목적으로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은 총 12만11명이다. 또한 총 6백34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국제회의 개최국가로 떠올랐다. 성장률이 전년 대비 39퍼센트다.
지난해 634건 유치·12만여 명 한국 다녀가
국제회의에서 서울의 경쟁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쟁력 면에서 한국은 국제회의 개최국가 중 세계 12위인 점에 반해 서울은 세계 주요 도시 중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MICE산업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아시아 국가별 국제회의 개최 현황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2백16건을 유치했다. 중국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한국은 국제회의 개최지로 매력적인 요소를 개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제회의 및 컨벤션과 관광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김건수 한국관광공사 코리아컨벤션뷰로 본부장은 “한국 관광의 기본 틀이 ‘MICE’로 전환하고 있다”며 “국가적 목적을 가지고 인프라를 구축해 싱가포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고의 국제회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컨벤션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이에 비해 한국은 국제회의나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가 많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에 흩어져 있어 교통편과 숙박 등에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입국인 대비 지출 커 관광산업 새 돌파구 될 것”
한국관광공사는 이에 따라 MICE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MICE 동맹(MICE Alliance)’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을 수립했다. 김건수 본부장은 “국제회의와 컨벤션만이 아닌 다양한 MICE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치전을 펼칠 것”이라며 “MICE 동맹 준비위원장으로 장관급의 책임 있는 인사를 선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청신호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MICE 동맹은 국제회의나 박람회를 준비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정보 교류를 돕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관광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회의와 박람회 등 다양한 시각에서 중요 지점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MICE 동맹에서 하는 일이다.
한국은 이미 많은 국제회의를 유치해놓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소방관대회, 세계조리사회 총회, 세계뇌졸중학회 총회 등 굵직한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날짜가 결정된 회의만 20개가 넘는다. 회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국제회의나 박람회, 인센티브 관광을 위한 매력적인 개최지임을 다시금 인식시켜야 한다.
최근 지자체에서도 국제회의와 박람회를 유치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MICE산업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사업을 한다. 김 본부장은 “한국관광공사의 목표는 우리나라 MICE산업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MICE산업 전반에 대한 통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회의와 관광을 연결하는 일은 김 본부장의 역할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관광공사에 첫 발을 들인 1980년부터 국제회의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국제회의와 컨벤션 강국으로 일컬어지는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국제회의와 관광의 접목 지점을 목격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한 국제회의 6백34건 중 2백60건은 호텔에서 열렸다. 전체의 41퍼센트다. 컨벤션센터나 전문 전시장에서는 2백15건으로 33.9퍼센트의 개최율을 보였다. 즉 호텔과 컨벤션센터에서 대부분의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MICE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주요 개최 장소인 이들 호텔과 컨벤션센터에 대한 정비는 필수다.
김 본부장은 “다양한 국제학술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회의에 참석하는 외국인의 지출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관광이 질적으로 전환하는 지점이 바로 MICE”라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의 지적을 종합해볼 때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MICE산업의 중심축이 된다면 비록 입국 관광객 수가 많지 않더라도 관광대국으로 성장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성장산업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 뒤에는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인한 한계도 숨어 있다. 한국 관광이 질적 ‘터닝 포인트’를 찍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는 전체 관광객과 관광수익의 30퍼센트를 국제회의에서 벌어들인다”며 “국가적으로도 관광정책 예산을 MICE에 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