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무거워지고 있다

2004-08-17     글/ 노혜란 기자
세계 인구 4분의1인 17억 명이 비만, 국내 비만인구 성인 10명 중 3명꼴
사회가 안고 있는 전염병, 국가 보건의 적...이제는 가난의 상징이 되어버린 비만은 다양한 수식어를 낳으며, 현대사회에서 웰빙 바람의 대적이 되고 있다. 세계인구수가 증가함에 따라 비례 증가하는 비만인구수는 이미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섰고, 사망자 중 3분의 1은 비만관련 질병으로 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가 내포하는 사회적 의미는 지대하다. 식품, 의약계를 넘어 바이오 산업계에서도 지속적인 핫이슈가 되고 있는 비만의 원인과 의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 비만, 먹는 것 유혹하는 사회적 요인 커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도 알약 하나로 살이 빠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요, 비만족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비만은 어느새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들의 상징이 된 가운데 최근 식습관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비만인구가 여전히 늘고 있다. 특히 소아비만은 초등학생 10명중 3.5명이 비만일 정도로 어른보다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과거와 달라진 식생활과 놀이공간의 부족, 컴퓨터를 즐기는 문화가 비만 아동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지금은 뚱뚱해도 좀 더 크면 키로 가겠지’ 생각하며,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아 소아 비만의 예방 시기를 놓쳐버리기 쉽다는 데 있다. 보통 소아 비만이 될 수 있는 시기는 2~11세 사이로, 이 시기를 넘어서면 체중 조절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비만아들의 80%이상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인구의 대부분은 단순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는 치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비만의 원인이 30%는 유전적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나머지 70%는 어릴 때부터 형성된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에 기인한 단순비만이기 때문이다.

비만, 먹는 것 유혹하는 사회적 요인 커

김덕종 한의학 박사는 “비만의 원인은 유전, 내분비장애, 시상하부의 이상, 약물 부작용 등의 요인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단순성 비만이 전체 비만의 약 90%에 이른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도 비만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비만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비만의 다양한 원인도 결국 개인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환경설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만의 요인은 다음과 같다.
▶유전적 요인
비만인 부모를 둔 자녀들의 경우 비만 발현율이 현격하게 높은 결과를 나타내는 것을 볼 때 유전적인 요인은 비만의 원인이 된다.
▶심리적 요인
음식 섭취 행위나 신체적 활동은 정신 역동학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원시적인 형태가 음식 섭취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책이 없는 사람일수록 살찌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역동이 비만에 미치는 많은 연구들을 살펴보면 비만과 관련된 심리적인 문제는 비만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보다 비만으로 발생되는 결과인 경우도 많아 지속적인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될 수도 있다는 평도 있다.
▶분비기능의 불균형
단순성 비만증환자의 대다수는 내분비기능에 변화가 있는데, 내분비호르몬과 비만은 미묘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내분비호르몬이 흐트러지면 종종 비만을 초래하는데 그중 인슐린과 부신피질호르몬의 변화와 비만의 발생관계는 비교적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비만인의 인슐린은 공복 시에 기준치가 종종 정상수치보다 우위에 있게 되기 때문에 체중이 감량되고, 정상인이 되어서도 혈장인슐린의 수치 및 인슐린 분비량은 감량 전과 동일하게 유지되어 또 다시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
▶운동부족
운동이 부족하면 인슐린 분비가 지나치게 왕성해져 식욕을 증진과 지방을 축적시키는 작용을 한다. 운동을 통해 에너지 소비작용이 활발해지면 포도당이 에너지로 쓰이게 되고 인슐린의 분비가 억제되고,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는 만큼 지방이 축적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에 의하면 운동이 부족하면 지방을 만드는 효소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운동을 해서 소비작용이 활발해지면 지방세포속에 포도당이나 아미노산이 들어가는 양이 적어지고, 그만큼 지방 축적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운동 부족은 지방을 분해하는 호르몬 분비를 막지만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지방을 분해하는 카테콜라민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환경적 요인
이는 현대인의 비만 원인 중 가장 절대적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의 유병률은 유전인자의 변형 때문만으로 생각하기에는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중이고, 선진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들에서 비만의 유병률이 본토에서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식습관이나 문화적, 사회경제적 상태와 연관된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비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이들 요인들은 음식 섭취나 신체 활동에 영향을 미처 비만을 유발한다.
현대 사회는 엄청난 칼로리의 식품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생활양식은 주로 좌식생활을 하므로 비만이 더욱 유발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지만,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유전적소인과 상관없이 비만을 유발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위에 따른 음식의 선택 취향이나 음식의 질 등과 연관된 환경적 요인의 더욱 명확한 증거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비만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저개발 국가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열량 섭취가 많아 비만의 발생률이 높은 현상을 보였으나 최근 불고 있는 웰빙 열풍은 오히려 비만이 가난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이차성비만
비만에 관련된 또 다른 원인으로 이차성(증후성) 비만을 분류할 수 있다. 이차성 비만이란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이나 약물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비만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부신피질호르몬의 과다로 인한 쿠싱 증후군,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이 있으며, 이들 질환에서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여기에 비만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만 비만이 교정될 수 있다. 때문에 체중이 너무나 심각하거나 잘 조절되지 않는다거나 다른 동반증상이 있을 경우는 이러한 원인들에 대한 검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한편 다른 질환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로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로는 부신피질호르몬, 여성호르몬, 항우울제, 신경안정제가 있다.



◇의약계, 500조원 시장을 잡아라
최근 들어 헬스클럽을 다니고, 식이요법과 절식을 통해 몸매관리를 하는 사람들을 쉽지 않게 만나볼 수 있고, 인터넷이나 공중파 매체 등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이나 의약품이 넘쳐나고 있다.
범세계적 공통 이슈인 비만의 획기적 치료제는 5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비만 및 치료제 시장을 겨냥하여 업계 및 학계의 연구열을 높이고 있다.
21세기에 등장한 세계 비만족들을 잠재울 치료제는 사기성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가짜 다이어트 식품들을 비만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쫓아낼 것이고, 치료제 개발자는 노벨상 후보자리까지도 욕심낼 만 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2배에 이르는 비만 시장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까닭.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2년 비만을 암과 에이즈에 이어 인류를 위협하는 새로운 ‘질병’으로 지목했다. 그 후 국제비만태스크포스(IOTF)는 금년 1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17억 명이 비만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사망자 3명 가운데 1명이 비만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공개했다.
미국은 이미 인구의 3분의 2가 비만이고, 해마다 약 30만 명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 비만으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급기야 WHO는 금년 4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만퇴치 보건청사진’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국내의 경우, 비만 인구는 전체 인구 중 남녀 각각 32%와 33%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와 있다.
이러한 비만의 초고속 잠식상황은 세계 유명 다국적 제약사들의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성인의 4분의 3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알려진 영국에서는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제, 식욕을 잃게 하는 뇌 신경전달 물질제제, 근육지방 제거제 등 무려 25종의 비만 치료용 신약이 최근 인체 임상실험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관련 합병증 치료에 연 1조 4,000억원을 쓰고 있는 영국은 비만치료제 개발에 연간 134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크놀(Knoll)사는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의 재흡수를 억제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리덕틸'을, 로쉬사는 지방분해 효소의 기능을 억제해 지방이 소화되지 못하고 체내로 배설하게 하는 `제니칼'이라는 약물을 상용화하여 비만인의 환영을 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개발과 관련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논문은 미국 텍사스대학 M.D. 앤더슨 암센터의 암생물학자 와디 아라프 박사가 ‘네이처 메디신’ 5월호에 발표한 지방조직 혈액차단술로, 이는 체내 에너지 저장고인 백색지방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내피세포를 약물 투입으로 죽이는 방법. 혈관 내피세포가 죽으면 이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 지방조직도 사라진다는 논리다.
이 외에 비만과 관련 있는 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유전자 변형 신약과 식욕과 흡연욕구를 관할하는 뇌의 신호전달기능을 차단함으로써 비만치료와 금연을 함께 이루는 신약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상어 세포·마호가니 나무 소재 등 천연물질을 이용한 신약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알약 하나로 비만퇴치, 매달 10kg 감량

최근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체내 에너지 대사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호흡효소의 조효소인 알파리포산(Alpha-lipoic acid)의 비만 치료 기능을 발견,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는 특히 한국인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치료제 개발 단계에 들어가 있어 국내 학계와 바이오 벤처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베일을 벗고 있는 획기적 발견의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의대) 내분비 내과 이기업 교수(59).
이교수는 체내 분비물질인 알파리포산이 식욕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체내 에너지 소모를 늘린다(지방 제거)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지난 3월부터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이교수가 발견한 알파리포산은 2~3년 안에 약품 개발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파리포산의 비만치료 효과는 지방흡수 차단제와 식욕 억제제 등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근육강화, 대사 관련 질환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어 약품 개발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파리포산을 이용한 약품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해피드럭(Happy Drug)’ 대열에 동참하여 단순 비만을 치료한다는 개념을 넘어 삶의 질까지 개선시킬 수 있는 신약이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4조원에 이르는 국내 비만시장에서 시장 석권은 시간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살 안찌는 제품 만들기, 총력
식생활을 통해 쉽고 효율적으로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억제하거나 체내 에너지원으로 열량이 높은 지방의 섭취를 크게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최근 관련업계는 지방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9년 2월 일본의 가오(花王)라는 회사는 일종의 다이어트 식용유인 `에코나'를 개발해 엄청난 매출을 올려 전 세계 바이오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제품은 일반 식용유와 맛과 기능은 똑같으나 인체의 소장(小腸)에서 흡수된 이후 체지방으로 축적되기 어려운 물질을 첨가한 것이다. 에코나는 발매 첫해에 70억엔, 3년 만에 200억엔이라는 예상외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CJ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식용유 ‘로프리’가 웰빙 식단을 채우고 있다. 이는 먹을수록 체지방을 줄인다는 역발상의 제품이다. 이 외에도 CJ의 ‘굿포유 로-누들 90’은 곤약으로 만들어진 초저열량 면(noodle) 제품으로 대표적인 저칼로리 식품이다. 열량이 80㎉에 불과해 500㎉ 이상인 일반 면제품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저지방 닭고기 햄 ‘챔’(하림), 설탕 대신 사용하는 고당도 감미료 ‘이퀄’(매일유업), 저지방 우유 ‘미즈’(서울우유), 무지방 발효유 ‘실프’(한국야쿠르트), ‘하프마요 1/2’(오뚜기) 등도 경쟁적으로 출시된 저칼로리 식품이다.

‘먹을 것 권하는 사회’ 지양해야
앞서 언급했듯이 비만의 주된 원인은 사회적 책임에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비만제국’의 오명을 안고 있는 미국의 경우 미국인의 61%가 과체중을 나타내고, 이중 27%는 비만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미국 영양학자들은 ‘외식산업의 발달’을 꼽는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식할 때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이를 이용, 업체 측에서는 마케팅의 한 방법인 패스트푸드업계의 ‘끼워 팔기’와 약간의 돈만 더 들이면 양을 늘려주는 ‘슈퍼사이즈 전략’등을 써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 외에 소비자들은 곳곳에 넘쳐나는 신문과 잡지, 그리고 텔레비전의 스위치를 켜거나 극장에 들어설 때 우리의 식욕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외식산업의 상업전략 즉 광고에 노출된다.
특히 가장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는 먹기를 강요하지는 않았어도 자의반 타의반 항상 마케팅에 성공하게 되어 현재 비만의 중요원인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산업 업계의 거대성은 언론의 주요 광고주로 모셔지면서 일부 보도 또한 아부라도 하듯 상시로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며 소비자들의 객관적 판단의 권한과 통제력을 약탈한다. 이처럼 강하게 ‘먹을 것을 권하는 사회’에서는 비만의 책임을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나 나태로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뉴욕대학 영양학교수 마리언 네슬은 개인의 의지가 아닌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는 사회 환경에서 비만의 해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반면 이러한 사회는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 상업논리에 편입된 식음료업계는 대중의 건강과 이익이 대치될 때 결국 이윤추구를 선택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포화지방 함량과, 대량으로 첨가된 설탕은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가의 이윤추구를 위해 첨가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바로 ‘사회 환경의 개혁’이 필요하다. 햄버거로 고생하는 미국이나 불량만두로 혼란이 야기된 한국사회나 이들은 모두 기업이 아닌 국민 개개인의 개혁에 의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에 등한시 하는 비만인은 어느 사회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