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 타임캡슐 첫 발굴

고려시대 충남 마도 해역서 고려선박 1척 인양

2009-11-05     신현희 차장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 대한 수중발굴조사를 실시해 도자기, 죽제품 등 1,400여점을 인양했고, 고려 선박 1척을 인양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고려시대 죽간(竹簡, 대나무에 글을 적은 것)을 발굴해 선박의 선적·출항일자, 발신지(자), 수신자, 화물의 종류와 수량 등이 적힌 목간과 죽간 64점을 수습했다.

목간·죽간에 적힌 내용으로 미뤄봤을 때, 이 선박은 1207년 겨울에서 1208년 초에 걸쳐해남·나주·장흥 일대에서 곡물류와 젓갈류, 도자기 등을 싣고 개경으로 항해하던 중 마도에서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목간과 죽간에는 정묘(丁卯) 10월, 12월 28일, 무진(戊辰) 정월, 2월 19일등의 간지와 날짜가 적혀 있다. 이는 화물의 선적 일자로 보이며 선박은 무진년 2월 19일 이후 출항했고 화물의 발신지는 죽산현(竹山縣 현 해남), 회진현(會津縣 현 나주), 수령현(遂寧縣현 장흥) 등으로 밝혀졌다.

지방향리 직위인 장(長)과 함께 송춘(宋椿)과 같은 발신자 성명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도 있다. 수신자는 개경에 있는 관직자로 대장군(大將軍), 별장(別將), 교위(校尉), 봉어동정(奉御同正)과 같은 관직명과 김순영(金純永), 권극평(權克平), 윤방준(尹邦俊), 송수오(宋壽梧)처럼 이름을 정확히 기록했다.
또 목간·죽간에는 지방에서 개경으로 보내는 여러 종류의 화물명도 적혀 있다. 벼[租, 白米], 조[粟], 메밀[木麥], 콩[太], 메주[말장(末醬)]와 같은 곡물류와 고등어[古道], 게[解] 등의 젓갈류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기장, 피와 생선뼈, 멸치젓, 대나무 반, 석탄 등의 화물도 포함돼, 종류가 매우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유물 중 ‘대장군 김순영택 상 전출 조 일석(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 대장군 김순영 댁에 전출 벼 1섬을 올린다)’라 적힌 죽간 6점이 특히 주목된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김순영은 1199년 장군으로 승진한 것으로 기록됐고1242년에 만들어진 ‘김중구묘지명(金仲龜墓誌銘)’에서도 신종(神宗, 1198~1203)대에 장군을 지낸 것이 확인된다. 이후 집권자인 최충헌의 밑에서 대장군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그가 장군에 오른 1199년 이후의 정묘, 무진년은 각각 1207년과 1208년에 해당해 ‘마도1호선’은 1208년 출항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곡물류 외에도 대접, 접시, 잔 등의 고려청자 등 모두 1,400여점의 유물을 인양했다.

‘마도1호선’은 길이 10.8m, 중앙 폭 3.7m규모로 남동~북서 방향으로 갯벌에 묻혀 있다. 2개의 돛대구멍이 있으며, 이전 수중 발굴 선박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선체구조물도 확인됐다.

인양이 완료되면, 선박과 화물의 성격에 대한 후속연구로고려 선박구조와 조선(造船) 기술을 탐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는 태안 마도 해역이 차지하는 수중고고학, 역사학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연차적 조사계획을 통해 체계적이고 면밀한 수중발굴조사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