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 괴담 믿지마세요"
안전·유효성 충분히 확인…“안심하세요!”
2009-10-30 이준호 기자
지난 27일부터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 최초로 (주)녹십자를 통해 개발한 ’그린플루-에스‘라는 예방 백신은 지난 6월 시제품 생산에 착수해 동물시험과 임상시험 등을 거치며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악의적 괴소문이 유포되는 등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보건당국이 괴소문 유포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근거없는 소문에 현혹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SMS 문자 메시지로 유포된 ‘괴소문’을 보면, “신종플루 예방주사 절대 맞지 마. 그거 임상실험 해야 되는데 그거 하려면 오래 걸려서 학생들 대상으로 실험하는 건데...원래 예방주사 맞는거 노인대상이었는데 학생들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우리한테 맞추려는 거야”라는 식의 근거없는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물론 당초 계획에는 고령이거나 만성질병을 앓는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우선 접종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종플루가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이것이 신종플루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우선 순위를 바꾼 것이다.
이종구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장은 “학교 학생들을 먼저 접종하는 이유는 ‘빨리 접종하면 전파가 차단된다’고 판단해서 우선접종대상자가 됐다”며 “정책의지상 학생을 먼저 보호하는 것이 전체 질병을 관리하는 전략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플루 확산의 진원지인 학교부터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신종플루의 유행을 차단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사망률은 고령자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등 고위험군이 높지만, 발생률은 집단성이 강한 학교 학생들에게서 많다는 게 그 근거다. 이 때문에 임신부와 영유아도 학생보다 접종 순위가 뒤로 밀렸다.
김우주 인플루엔자분과위원회 위원장(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과거 10년간 인플루엔자에 대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학생들을 접종함으로써 고령자나 만성질환을 앓는 고위험군 사람들의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고위험군의 (사망을) 예방하려면 학생들을 먼저 예방함으로써 전염을 차단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있다”며 “그래서 학생들을 접종대상에서 중요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도 신종플루의 전염경로를 아동부터 시작해 나머지 인구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25일 KBS방송에 의하면, 미국의 의학 정보 제공업체인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는 지난 5월부터 수만 건의 신종플루 사례를 조사한 결과, 5~14세 어린이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실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조사자료를 보면, 미국 27개 주 신종플루 감염 입원환자 가운데 53%가 25세 이하였고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7%에 불과했다.
임상시험 기간이 짧거나 임상시험 대상자(피험자) 수가 적은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신종플루 백신은 새로 개발한 신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가지고 있는 계절독감 백신에서 기존 항원(3가지)을 신종플루에 대항할 수 있는 항원(1가지)으로 바꾼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약 개발과는 차이가 있어 임상시험 기간 및 피험자수가 꼭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호주 제약회사인 CSL의 경우도 이번 신종플루 백신 개발과정에서 ‘18세 이상~64세 미만’ 연령층에 대한 임상시험을 240명의 피험자수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CSL은 지난 7월 백신개발에 착수해 동물시험 및 임상시험 과정을 거친 후 9월 호주 의약청으로부터 백신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제제과 김준규 연구관은 “이번에 허가한 백신은 지난 6월 시제품 생산에 착수해 동물시험에 이어 474명(성인 및 고령자)을 대상으로 8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해 기간이나 피험자수가 비슷하거나 많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18세 미만’에 대한 임상시험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성인에 대해 부작용을 보고 난 후 소아에 대해 하는 것은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18세 미만’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는 11월 초 나올 예정이다.
백신 부작용도 지나치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 임상시험 대상자 중 46%가 부작용을 겪었다고 하지만, 이는 주로 계절독감 백신 접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주사를 맞았을 때 느끼는 아픔(압통)과 하루 이틀 지속되는 피로감 수준이라는 것.
김우주 위원장은 “다른 어느 백신도 그정도 부작용은 일어난다”며 “오히려 계절독감 백신보다 접종 때 덜 아픈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계절독감 백신의 경우 3가지 항원이 들어가 있는 반면, 신종플루 백신은 1가지 항원만이 들어 있어 오히려 접종시 느끼는 통증이 덜 하다는 것.
보건당국은 다만, 이전에 계절독감 접종 후 부작용이 생겼거나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접종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열 등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는 현재 의료요원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결과,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18세 미만’에 대한 임상시험에서도 아직까지 특이한 부작용은 없다며, ‘18세 미만’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