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붐 이어 ‘검은 대륙’ 공략까지 朴 대통령의 숨 가쁜 해외순방기
이란 부통령 “박 대통령 방문, 새로운 협력 이정표”
2016-06-03 김길수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해외순방에 나섰다. 지난달 초 이란 국빈방문에 이어 같은 달 말에는 아프리카와 프랑스 순방을 나갔다. 임기 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아프리카 순방에서 박 대통령이 주력한 외교 키워드는 개발협력, 세일즈, 북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해외순방을 한 대통령으로 기록된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과 아프리카 순방의 의미와 경제적 가치를 재평가해 본다.
지난달 초 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옆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포진해 있었다. 총 66건의 양해각서(MOU)와 가계약으로 371억 달러(42조 원) 규모의 경제 가치를 성취했다. 이 부분에 대해 왈가왈부 ‘부풀리기’ 발표라는 논란이 일긴 했으나, 결과는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옛말에도 ‘첫 술에 배부르랴’고 했지 않은가. 미리 초를 칠 필요는 없는 것이, 이미 그 실현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달 14~20일 이시종 충북지사와 관계자 20여 명은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후속조치격으로 이란과 터키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 방문에서 이 충북도지사는 오송전통의학연구소 MOA, 줄기세포 연구협력 MOU, 3만 5875달러 수출 협약, 새로운 협력사업 발굴 약속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한-이란 양국의 협력관계가 지방정부 간 협력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도 이번 방문의 성과 중 하나다. 이어 코트라(KOTRA)도 23일부터 3일 일정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2016 테헤란 한국 우수상품 전시회’를 열며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포부다.
여기에 더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아프리카 3개국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또 다른 경제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써 취임 후 첫 순방지였던 미국을 시작으로 아시아-유럽-오세아니아-남아메리카-북아메리카를 잇는 순방 지역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순방은 경제적 상생은 물론 호혜의 개발협력에 더 방점을 찍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해소를 위해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을 지원하는 유·무상의 원조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씨를 뿌린 아프리카 대륙에서 박 대통령이 얼마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지는 열린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란 부통령 “체결한 MOU 이행 적극 노력”
지난달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마수메 에브테카르 이란 부통령 겸 환경청장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이란 순방에서 체결한 경제 분야 MOU와 관련해 실질적인 성과로 구현할 것을 언급했고, 에브테카르 이란 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번에 체결된 한·이란 환경협력 MOU를 포함해 이란 정부로서는 최근 양국 간 체결된 모든 MOU들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답변한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박 대통령의 방문이 이란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과 인상을 남겼다. 무역, 경제, 외교뿐 아니라 새로운 차원에서의 협력을 위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 후 이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국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양국이 호혜적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상호 노력해 가기를 희망한다”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인프라, 에너지 분야 외에도 보건, 환경, 문화 등 영역에서도 향후 협력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지난 번 이란 방문 계기에 개최된 한국 문화행사에서 보인 이란 국민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양국이 공유하는 문화적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제2의 중동붐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라는 발언으로 이란 순방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바 있는데 “우리가 과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국가경제를 일으키는 기반을 마련한 나라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특히 이란은 북한과 정치·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국가이고, 최근 핵개발 시도로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은 바 있어 이란과의 우호적인 협력관계 형성은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이번 방문에서는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우리와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관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란 측의 높은 기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란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는데, 이것은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이란과 앞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대통령은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이란 방문에서 눈에 띈 이벤트는 1:1 비즈니스 상담회로, 123개 기업이 참여해 총 5억4000만 달러치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상담회를 통해 해외바이어 발굴은 물론이고 금융지원이라든가 사후관리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확대, 정비하는 방안을 관련부처가 마련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1세기 경제 협력 신대륙 ‘아프리카’
박 대통령은 오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된 현재의 수출 구조로는 급변하는 무역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21세기를 준비하는 신시장 개척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에서는 필수적인 사안이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막대한 자연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아프리카와의 교류에 있어 한국은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한다. 지난 2006년 고(故)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순방한 것을 계기로 창설된 한-아프리카 포럼이 3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것과 2011년 이명박 전(前)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콩고를 방문한 것이 전부다. 2000년 들어 공적개발원조가 늘어나면서 협력관계가 확대되긴 했지만 아직 아프리카와의 교역액은 한국 전체 무역액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국은 주로 전자기기와 부품, 음향기기, TV 등을 수출하고, 이번에 방문이 예정된 케냐와 우간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주로 커피와 차, 향신료를 수입한다. 아직은 이렇다할 교역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 업체들이 아프리카 시장에 거는 기대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 22일 아프리카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업체 최종 명단 공개를 통해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을 포함해 대기업 22개, 중소·중견기업 102개, 공공기관·단체 42개 총 166개사가 선정되었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총 166개사 중 중소·중견기업이 102개로 82%나 차지하고 있어 아프리카시장을 구체적으로 공략하려는 기업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와 대비해 아프리카는 인프라 사업 관련 플랜트, 섬유, 신발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총 111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유형별로는 대기업 14개, 중소·중견기업 65개, 공공기관·단체 32개이며, 업종별로는 플랜트·엔지니어링 15개, 소비재·유통 14개, 기계·자동차 부품 14개, 보건·바이오 11개, 에너지·환경 8개사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아프리카 3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며 “그만큼 (해외순방 계기의) 1:1 상담회가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플랫폼으로써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안 수석은 “아프리카 3국은 현재 5%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고,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우리와의 경제협력이 가능한 분야도 많다”며 “풍부한 노동력에 더해 미국과 EU의 특혜 부여로 섬유 등 일부 업종은 향후 글로벌 제조기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도로, 항만, 통신, 전력설비 등 인프라 구축 정책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중동과 동남아에 이어 우리 인프라 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이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_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