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판결, 실수인데?

돌이킬 가능성 없어

2009-10-16     백아름 기자
 
8세 여자 어린이를 상대로 57세의 남성이 잔인하게 성폭행을 저지른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상황이지만 국민적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청와대 게시판에까지 글이 폭주하자 이례적으로 대통령과 법무장관까지 나서 이문제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30일 "평생 그런 사람들은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대통령의 마음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에서 판단한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이귀남 법무장관도 30일 "징역 12년을 가석방 없이 엄격하게 집행하라"고 지시하고 "피고인이 출소후 이행해야 할 전자발찌 7년간 부착도 철저히 집행하라"고 명했다.

‘조두순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범인 조모(무직)씨는 등교하던 나영이를 근처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마구 때리고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가혹하게 성폭행했다.

조씨는 곧바로 붙잡혔지만 처참하게 화장실 바닥에 버려졌던 나영이는 8시간의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항문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소실돼 배에 구멍을 뚫는 조치를 해야만 했다.

올 3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조씨에게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열람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당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조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심신 미약이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형량을 낮춰 선고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항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씨가 형량이 과하다며 대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래 형 그대로 12년형을 확정지었다.

이 확정판결이 난 것이 지난 9월24일이었다.

이 사건이 재조명된 계기는 KBS 1TV '시사기획 쌈'이 전자발찌 1년을 기해 보도한데서 비롯됐다.

힘없는 어린이가 평생 씻을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한 댓가가 고작 징역 12년이라는 사실을 접한 국민들은 치를 떨었다. 특히 딸을 가진 부모들은 처절한 마음에 잠조차 이룰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조씨 측이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12년형이 과하다며 이를 항소했고 당시 담당형사에게 '감옥에서 운동해서 나올테니 두고보자'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는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조두순 사건’이 이대로 묻혀버려서는 안된다고 여긴 네티즌들은 부지런히 이사실을 퍼날랐고 결과 며칠째 각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자리를 하게됐다. 또한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모인 시민 수십만명이 범인을 중형에 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상황에서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승지 강유진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미 판결은 돌이킬 수 없다"고 단정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 본다면 피해자의 피해정도가 너무나 심해 범인이 마땅히 무기징역에 처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견일뿐 법치국가에서 모든 사건의 형량은 법의 잣대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피의자를 12년형 이상의 중형에 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두순 사건'의 정황을 자세히 알기 전에는 성폭행범이 12년을 구형받았다는 것만 듣고는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생각했었다"며 "아동성범죄의 경우 특히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비해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높은 형량을 선고받지 않는게 현실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사건 기록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재판부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 판단해 법을 근거로 양형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형평성의 원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여론의 악화됐다고 해서 사법부가 이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나 성범죄자들 또한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조씨의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배제됐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처벌인 셈.

검찰 국정감사에서 조차 검찰이 조두순 사건의 법 적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실수'였다고 자백했지만 현실적으로 '조두순 사건'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없어, 국민적 분노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