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BIS시대, 애타는 은행
단순자기자본비율 뜨면서 자금동원방식 지각변동… 일부 은행 유증 압박
은행들의 지표 관리가 ‘기초체력’ 중심으로 바뀔까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18개 은행의 BIS 비율은 13.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단 금융시장 사정 자체가 일부 개선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국내 은행들은 5,0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순이익 악화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6,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2분기에는 2조 2,000억 원으로 그 폭이 더 커져 BIS 등 지표들도 동반 개선되는 상황을 보였다.
여기에 경우에 따라 경제위기가 길어질 경우 금융기관의 기업 유동성 적극지원을 토대로 ‘장기전’을 치르기 위해 선제적으로 은행 체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구상도 BIS 개선에 한몫을 했다. 당국의 적극적 독려로, BIS 비율이 10% 이상으로 관리됐던 점도 주효했다.
위험가중자산 줄이는 것도 방법
하지만 은행권의 체력 관리 방식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BIS비율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BIS비율을 높이는 데엔 기본적으로 체력을 키우는 방식 외에도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이중 실제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대신, 위험가중자산을 줄여 BIS비율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은행도 주시하고 있다. 한은 금융감독 당국은 2003년 이미 보고서를 통해 “신용대출 축소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적은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일단 당장 중소기업 기업대출과 가계 대출 증대를 주문하는 당국의 등쌀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그 외에도 BIS 지표 제고를 위해 몇 가지 사용되는 안들은 이른바 ‘외형적 조정(Cosmetic Capital Adjustment)’로 불린다. 화장 혹은 분식으로까지 번역될 정도의 표현을 쓰는 것처럼, 기초자산의 건전성 및 안정성 개선이 아닌 기술적인 이용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기초자산의 경제적 위험과 자기자본규제에서 계산되는 위험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익거래’를 활용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관성, ‘BIS자기자본규제가 국내금융권 대차대조표에 미치는 영향)
문제는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안들도 건전성 개선에 모두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후순위채, 우선주, 하이브리드증권 등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 우선주 문제는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별 연관성이 없지만, 후순위채의 경우에는 이미 은행들이 2008년 말 대거 발행에 나선 바 있다. 후순채·하이브리드증권 등은 부채성 자본으로 분류된다.
은행들 고민 깊어질 듯
결국 은행들은 앞으로 지금보다 자산을 운용하는 폭이 줄어들고, 그 반사적 효과로 적정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이자 수익을 내는 영업은 지금도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도 더 어려워지게 된다. 그럴수록 비이자 부문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게 될 전망이다. 방카슈랑스 등 전통적 은행 예대 수익 부문(이자 부문)이 아닌 비은행·비이자 부문에서 전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3분기 영업에서 화두는 비은행·비이자 수익 내기로 옮아간 바 있는데, 이러한 구도가 2011년까지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 와중에서 순위 고착화 등으로 힘든 은행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BIS 비율의 독주 시대가 끝나고 단순자기자본비율이 뜨면서, 일부 은행들은 성장의 꿈을 영원히 접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피땀 어린 일부 은행의 도전이 눈길을 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