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다시 뛰는 한국경제
기업 절반이상 ‘내년상반기 경영 정상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글로벌 금융위기 1년, 경제상황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25%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절반도 회복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위기경영을 진행 중인 기업의 입장이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은 현재 국내 경제와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만큼 우리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정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의를 비롯한 각종 전망 보고서는 대체로 한국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기업인들이 느끼는 국내 경기 회복 시기는 대체로 내년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기업들이 생각하는 경영 정상화 시기에 대해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이 50%를 넘었고, 뒤를 이어 ‘내년 하반기’, ‘올해 4/4분기’, ‘2011년’ 순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탈피할 듯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2010년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을 통해 2/4분기 이후 경기회복으로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경제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2.6%를 기록하며 지난 1/4분기 0.1%보다 성장세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전월대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리먼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소는 오는 2010년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에 따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 회복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며,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의 경우, 평균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올해 1월 61.4%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7월에는 78.7%를 기록, 재고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진입해 재고순환으로 본 경기도 하반기 이후 상승할 추세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기업의 수요확대뿐 아니라 적정 재고의 확보를 위해 생산을 증가시킴으로써 경기상승이 본격화 할 수 있다. 특히 수출은 세계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전년의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수주 선박의 인도 등의 영향으로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수정체 불안요소로 작용
하지만 연구소는 세부적으로 주력산업의 전반적인 회복 속에 자동차는 내수 정체, 주택건설 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IT산업의 경우, 수요회복과 함께 국내업체의 제품 경쟁력 향상과 시장 지배력 강화로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디스플레이의 공급이 급격히 확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통신기기도 스마트폰과 신흥시장의 3G 보급이 세계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국내 휴대폰 제조기업의 세계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반도체는 공급능력 증가세 둔화, 수요 회복 등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국내업체의 원가 및 제품력 우위를 바탕으로 수출이 성장세로 전환될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안정된 거래선을 바탕으로 국내업체의 생산과 수출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중국과 대만업체의 투자, 생산 확대로 수급 개선은 지연되며, 가전도 보급률 포화, 대형가전의 개별소비세 부과 등으로 내수 회복은 제한적이고, TV 등의 해외생산 확대로 수출 증가세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구소는 주력 산업들의 선전 속에서 자동차 내수, 신조선 수주, 석유화학 해외경쟁 심화 등 불안감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의 경우, 신차투입과 국산차의 경쟁력 증가로 수출은 소폭 늘어나지만 특소세 감면, 노후차 세제혜택 종료로 내수는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은 경기회복에 따라 신조선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절대 수주량은 평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가운데, 지난 2007년 최고에 달했던 수주의 인도 러시로 생산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연구소는 석유화학은 국내기업의 수출 및 수익성 호조는 지속되지만 중동 및 중국의 신증설 설비의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경쟁 심화가 예고되고 있다고 밝히며, 유통의 경우 소비심리 개선과 가계구매력 개선으로 성장세가 전망되지만 수퍼슈퍼마켓(SSM) 등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업체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부문도 부동산시장 회복지연과 SOC예산 정체로 국내수주는 소폭 증가하고, 해외수주는 유가상승에 따른 중동의 오일머니에 힘입어 증가하며 주택건설은 기저효과에 따라 증가하겠지만 금리상승 부담과 미분양 주택 정체 등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화합경영’ LG전자
‘감성코드’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둔 LG전자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이는 불황 속에서도 고객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려는 LG전자만의 ‘인사이트 전략’이 통한 결과라 할 만하다. 여기에 ‘축적된 기술력’과 ‘외환위기 속에서 단련됐던 위기경영’도 주효했다. 특히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리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 수익성 향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LG전자의 이같은 위기극복은 필요한 곳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비용절감 노력에서 비롯됐다.
올해 LG전자 노사가 경제 침체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 동결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전자는 지난 1990년부터 20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 타결을 이루고 있으며 올해 역시 고통분담 차원에서 사측은 고용안정 보장, 노측은 임금동결로 화답했다.
LG전자는 비용절감 노력과 별개로 과감한 투자도 병행했다. 올해 역시 공격경영의 일환으로 성장시장인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무대로 △6개 권역별 현지화 △삶의 질을 높이는 프리미엄 마케팅 △신흥시장 개척의 ‘중아지역 3대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LG전자는 2010년 중·아지역의 매출 목표를 올해 보다 2배 늘어난 60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중아지역에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TV와 휴대폰 등에서는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북미지역 및 유럽시장을 겨냥한 휴대폰 시장의 과감한 투자 및 마케팅도 그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LG전자만의 ‘고객 인사이트 전략’은 소비자 사용 패턴과 특성에 기반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또한 가치창조적 노사문화는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상생모델로 평가되며 재계 내 롤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LG전자의 수장인 남용 부회장은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던 지난해 10월, 위기 극복을 위한 4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임직원을 독려한 바 있다.
당시 남 부회장은 “실천적 행동이 중요한 때다. 걱정한다고 누가 도와주지도 않으며 어렵다고 걱정만 하면 걱정하는 사람들만 손해”라며 “우리도 세계적인 불황을 피해갈 수는 없으며 어려울 때일수록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서로 격려하고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부회장은 첫 번째 전략을 언급하며 “기업경영에 있어 현금은 매우 중요하다. 현금으로 전환되지 않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현금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 ‘비용 경쟁력’에 대해 언급하며 “비용구조는 크게 변동비와 고정비로 이뤄지는데 어려운 때일수록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 부회장은 이어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기술, 고객 인사이트, 브랜드 등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특히 불황기일수록 투자를 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아웃풋과 인풋을 놓고 볼 때 효율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 끊임없이 낭비를 제거한다면 도약의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위기극복 전략은 임직원들의 실천으로 이어졌고, 위기 속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한편 LG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한 ‘감성리더십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부터 사내 조직책임자의 면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LG전자는 면담능력이 팀워크과 직원들의 역량 발휘에 큰 영향을 주며,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의지 결집을 위해서도 감성리더십이 중요해졌다고 판단해 이같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감성리더십을 통해 올해 중점추진과제인 △시장점유율 확대 △고객감동 강화 △우수 판매사원 육성 △낭비제거 강화 등 4가지 과제 달성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톱’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LG전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투명경영’ 현대오일뱅크
위기 때 돋보인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현대오일뱅크는 위기극복에 능하다. 7년 전 빚더미 회사를 내실 탄탄한 대한민국 대표 정유사로 발전시킨 저력이 있는 기업이다. 지난 1년 글로벌 위기 상황도 예전의 고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극복이 쉬웠다. 현대오일뱅크의 위기 극복 키워드는 ‘투명경영, 화합경영’으로 요약되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의 투명성과 도덕성은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의 틀과 사회적 법규를 어기고 도덕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얻는 수익은 결코 관심이 없다.” 지난 2002년, 현대오일뱅크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서영태 사장의 첫 취임 일성이었다. 당시 약 6,000억 원에 가까운 누적적자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대오일뱅크는 망망대해에서 지향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던 난파선의 키를 서 사장에게 맡겼다.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현대오일뱅크호의 선장을 맡게 된 서 사장은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업체,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을 그야말로 밤낮없이 찾아 다녔다. 서울, 대전 등 전국을 돌며 여덟 차례의 경영설명회를 갖는 강행군을 펼치며 직원들을 직접 만났다. 회사의 어려운 경영 사정을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구성원의 역량을 다시 한 번 결집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현장을 뛰며 모은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와의 공감과 설득 속에 서 사장은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의 조치들을 실행에 옮겼다. 회사의 비 수익성 자산 1,000억 원 가량의 매각을 시작으로 ‘OPEN 2005’라는 비전을 수립, 약 350개에 달하는 혁신 과제를 한꺼번에 수행하는 등 철저한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을 강화했다.
영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비용을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 등 회사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수술하는 작업과 함께 대주주를 설득, 금융지원과 투자도 이끌어 내며 지속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이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의 노력 덕분에 회사는 2002년 말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2,000억 원, 2001년 3,900억 원 등 2년 연속 엄청난 누적 적자로 회사 문을 곧 닫아야 할 만큼 악화된 경영 실적이 2002년 500억 원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2004년 4,000억 원, 2005년 2,700억 원 등 6년 연속 탄탄한 흑자기조로 바뀌었다. 투기등급에만 머물던 회사의 신용평가 등급도 2005년부터는 A급 회사로 탈바꿈했다.
‘CEO 경영설명회’ 역시 서 사장의 투명경영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좋은 사례다. 현대오일뱅크에는 매년 초 CEO가 직접 나서 임직원들에게 전년도 경영실적과 금년 경영 목표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CEO 경영설명회’다. 대기업의 CEO가 직접 나서 경영설명회를 갖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회사의 경영정보는 가급적 모든 구성원들에게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 서 사장은 이 경영설명회를 통해 일선 주유소 소장에서부터 현장근무 사원, 영업사원, 수습사원에 이르기까지 각 사업장 별 모든 구성원들에게 직접 나서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목표를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현장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임직원 스스로가 찾아내 실천하는 액션러닝(Action learning) 프로그램인 ‘렛츠(Let’s)’를 적극 도입해 4년간 2,300여 개의 경영혁신을 수행하며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수익과 효율성 극대화에 앞장섰다.
이런 노력들의 결실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03년과 2004년에는 ‘산업자원부 윤리경영 우수기업’으로, 2005년에는 ‘산업자원부 선정 민간기업 제조업 부문 최우수 윤리경영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오는 2011년까지 고도화 시설을 늘리고 일본 코스모오일과 BTX 합작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미래 비전인 ‘VISION 2012’를 통해 미래의 도약을 준비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투자경영’ 현대중공업
비조선 사업부문서 새 성장 동력 육성
1972년 설립된 현대중공업은 26년간 단 한 번도 세계 1위 조선소 자리를 내준 적 없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울산 미포만에서 시작된 현대중공업은 1983년 세계 선박 수주량 10.7%를 차지, 세계 1위 조선업체로 등극했다.
현대중공업이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뒷받침 됐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사업이 향후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것이라고 판단, 신사업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미 3~4년치 조선 일감을 확보해 놓은 만큼 수주가뭄 속에서 저가수주에 매달리기 보다는 전기전자, 엔진기계, 녹색산업 등 비조선 사업을 강화해 탄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최근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분야에도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이 비조선사업 부문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발전.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폴리실리콘부터 발전소까지 태양광발전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울산 태양광 공장을 충북 음성 소이공업단지 내로 확장, 이전했다.
올해 말 완공예정인 이곳 제2공장은 매년 약 1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측은 올해 10월부터 모듈 생산규모를 연간 200MW로 확대, 제2공장 설립 후에는 태양전지 생산규모를 330MW까지 늘릴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탈리아와 더불어 태양광 세계 1위 시장인 독일에서 태양광 모듈을 대규모로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지난 6월초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안전규격(UL)을 획득해 미국 등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로봇사업도 현대중공업의 강력한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지난 1985년 로봇사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2007년 5세대 LCD 운반용 로봇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2년 만에 6세대, 8세대 로봇 개발에 차례로 성공했다.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LCD 시장 동향에 맞춰 10세대 이상 로봇도 개발 중이며 오는 2011년에는 가장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진공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 중국 지역에도 자동차 조립용 로봇 2만여 대를 수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로봇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의료용 로봇에도 진출했다. 지난 7월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중 ‘인공관절 수술로봇 국산화 과제’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것. 회사 측은 오는 2010년까지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의료용 로봇은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로 오는 2014년 세계 시장 규모가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의료용 로봇은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로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20%에 달한다”며 “인공관절 수술로봇 분야만 2015년 2조 원에 달해 향후 큰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향후 현대중공업은 수술로봇뿐만 아니라 진단 및 재활 로봇분야로도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설립, 녹색산업 시장에도 새로 진출했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은 전라북도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 올 8월말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 2,000㎡(약 4만 평) 부지에 총 1,057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공장에서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연간600MW(주택 20만 가구 사용분) 규모로 생산해 주로 미국과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풍력발전기 생산규모를 오는 2013년까지 연간 800MW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연해주 소재 하롤 제르노(Khorol Zerno) 영농법인의 지분 67.6%를 인수하며 농업분야에도 진출했다. 하롤 제르노사가 보유하고 있는 농장은 약 1만ha(약 3,000만 평) 규모로 여의도 넓이의 33배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이 농장에서 전체 농지의 3분의 1만 경작하는 친환경 윤작농법을 채택하고, 2014년에는 연간 총 6만 톤의 옥수수와 콩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된 농산물은 대부분 국내에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축산사료 수급 불안정 및 급격한 가격변동 해소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이 농장에 상주 임원과 직원을 파견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오는 2012년까지 4만 ha의 농지를 추가 확보해 영농규모를 5만 ha(1억 5,000만 평)까지 넓힐 예정이다.
조선부문에서도 녹색산업 시장진출을 통해 불황극복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인 ‘에코 밸러스트’를 탑재한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것.
밸러스트 수는 선박의 평형을 유지하고 최적의 속도와 효율을 내기 위해 배의 일정 장소에 넣는 바닷물이다. 관련 시장 규모가 최대 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2S경영’ 대우조선해양
허리띠 졸라매면서도 신기술개발 박차
대우조선해양(남상태 대표)에게 2008년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해였다. 인수·합병(M&A)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면서 ‘생판 남’에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줘야 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대우조선해양은 그 비법으로 ‘조직다이어트’를 꼽았다. 일명 ‘2S’원칙이다. 여기서 ‘2S’란 ‘슬림(slim)’과 ‘스피드(speed)’를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월 글로벌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조직 슬림화 및 결제단계를 간소화시켜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1부문, 1총괄, 10본부, 44담당, 172팀, 410파트였던 조직을 1소장, 4부문, 2실, 34팀으로 압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직개편으로 최대 6단계였던 결재단계를 3단계로 대폭 줄였다. 소장과 부문장, 임원급 팀장에게 힘을 더 실어주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며 “글로벌 위기상황 속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스피드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책임과 권한의 위임으로 실적 중심의 책임 경영이 정착되고 기존 관리자급이었던 팀장들을 현장과 실무에 좀 더 가까이 전진 배치함에 따라 현장 중심 경영을 강화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갖가지 ‘짠소금 경영 아이디어’로 위기 상황을 돌파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부터 ‘물자 다운(DOWN) 20% 운동’에 돌입, 총 1,419억 원 원가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물자 다운 20% 운동’이란 구매물량 20% 절감, 실 사용량 20% 절감과 같은 절약경영 시스템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원가절감 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올초부터 원가 5,000억 원 절감을 위한 ‘오케이(5K)운동’에 들어갔다. 지난해보다 5,000억 원 이상 원가절감해 모두 6,245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게 최종목표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지원총괄 김동각 부사장은 “낭비요소를 개선하고 제도와 자원 운용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경영 시스템 전반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해 내실화에 힘 쏟기로 했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물자다운 20% 운동’을 통해 전사 차원의 수익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기초체력을 다져왔다”고 소개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우조선해양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꼽자면 단연 ‘다양한 신기술·신사업 개발’을 들 수 있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은 올 8월 미국의 드윈드(DeWind Inc.)사를 인수, 무궁한 성장가능성을 가진 풍력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미국 드윈드사는 풍력발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사업 진출’ 욕심은 끝이 없었다. 최근엔 자회사인 DSME E&R을 통해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최대 유전인 CEPU광구 사업에 참여,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발을 딛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칠 줄 몰랐다.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1년간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신기술만도 △전류고정날개 △sLNGc 시스템 △선체조립용 자동용접로봇 등 무려 3개나 된다.
이 같은 피나는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은 사상 최대 규모인 매출 11조 746억 원, 영업이익 1조 316억 원을 달성해 조선해양 부문 2위 자리에 당당히 복귀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올 상반기 성적은 우수하다 못해 차고 넘칠 정도다. 극심한 수주불황 속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3,03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한해를 통튼 당기순익보다 높은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