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태에 대한 불교적 대안 제시로 세계적 이목 집중
환경보호의 첫걸음, 인간 심성을 정화하는데서 비롯된다
오랜 연구 끝에 불교생태학의 기틀 마련
불교사 전반에 걸쳐 경전 속에 있는 생태학의 근거를 찾는 체계적 시도가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장 겸 대학장을 겸임한 조용길 박사가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용길 박사는 오직 한국문화사상의 중요한 한축인 불교문화사상사의 올바른 전법과 교화활동에 전 생애를 보낸 인물로 앞으로 자신의 연구소를 설립하여 불교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조용길 박사는 동국대 BK-21 두뇌한국 제1차 지원 「불교문화사상사 교육단」(1999~2006년)과 BK-21 두뇌한국 제2차 지원 「세계화시대의 불교교육단」(2006~2013) 단장을 맡아 후진양성뿐만 아니라 장·단기 해외연수, 해외석학 초빙 강연, 국제공동 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종교·철학·사상사를 분석하고 그 속에서 인류사회의 비전을 찾아내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에 대해 조용길 박사는 “인도,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지구 생태환경에 대한 불교적 대안」이라는 주제로 국제적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적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 세미나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타 종교인들이 머리를 깎고 참석하는 경우도 생겼을 정도이니까요. 불교는 생태계 파괴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기에 훌륭한 사상적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는 지금 불교생태학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 이 같은 관심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스리랑카 페라데니야 대학과 영국 런던대학 아세아-아프리카 연구소, 미국 하버드대학 세계종교센터 등을 방문하고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학문적 교류와 함께 불교생태학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했다. 이론적으로 7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발간한 〈불교문화사상사전집〉은 불교문화사상연구의 집약인 동시에 불교생태학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교문화사상사전집〉은 1~3권까지는 불교에 대한 종교학적인 탐색과 더불어 종교로서 가지는 문화적 특징을 추적한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제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불교적 사상이 해법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4~8권까지는 불교사상의 전개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5권과 6권은 <불교사상의 전개와 변용 Ⅰ·Ⅱ>로 인도불교의 사상적 배경부터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서역과 동남아세아 등과 중국, 한국으로 불교가 전파된 상황과 중국 역사에 따라 불교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가에 대해 고찰해 놨다. 9~12권은 최근 집중적으로 조명 받고 있는 ‘불교생태학’에 관한 주제로 다양한 논문을 묶었다. 특히 12권은 BK연구단이 지난 3년 동안 불교생태학 국제학술교류 성과물인 세계 석학과의 영어논문을 한 곳에 묶은 것으로 현대 불교 연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조 박사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겨냥해 영문 불교학술지 ‘Journal of Korean Buddhist Studies’를 창간하기도 했다.환경보전 위해서는 불교 가치관 중요
사람들의 ‘심성변화’가 환경보존의 첫걸음이라는 사상에서 비롯된 불교생태학은 결국 지구촌 전체를 살리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조용길 박사는 “저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을 뜻하는 불교용어). 즉, 세상살이도 마음먹기 달렸습니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자연환경문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와 가치관, 사회의 구조를 이루는 패러다임의 문제입니다. 환경문제 해결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람들의 사고가 변화하는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의 정복과 지배 대상이 아닌 아끼고 보존해서 인간과 공존공생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불살생계율의 생명존중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채식문화, 음식물 찌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씻어서 먹는 발우공양의 전통, 생태적 순환을 말해주는 전통양식의 사찰 해우소(解優所),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판받고 있는 지금의 방생이 아니라 생명살림의 원력을 세우는 방생법회 등 다양한 생활문화 속에서 이미 우리들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지침들을 제공받아 왔다.
조용길 박사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가치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재정립시켜 그 자리에서 자연으로 살아가고, 작은 것에 만족하는 수행자로서의 삶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생태적 삶을 위한 불교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말하며 “이는 불교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불교생태학은 자연과 친화적인 불교에서 그 테마를 차용해 왔을 뿐, 생태학은 모든 종교의 공동영역입니다. 종교와 사상, 문화, 인종간 담을 허물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환경문제는 결국 무엇이 행복한 삶이냐에 대한 성찰,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태도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 깨달음, 수행이라는 영역의 용어들이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하며 깨달음과 수행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특히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해 불교와 불교사상이 던지는 생명살림의 메시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절실하다는 것은 재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조용길 박사는 “한정된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함으로 인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로 옵니다. 환경위기는 지구상에 오로지 인간만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생명을 파괴한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인과응보적 환경파괴에 대한 깊은 반성과 환경회복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