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성공 ‘나로호’ 우주기술 자립 계기로 삼아야

우주 강국들의 첫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률 27%에 불과

2009-09-04     이준호 기자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사업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동개발국이라는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아직 우리나라와 러시아 사이에는 불평등한 관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나로호 발사사업은 세계수준의 우주발사체 개발국인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고는 추진될 수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발사체를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170 톤의 추진력을 가진 1단 로켓을 설계·제작·시험하는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우리 기술진의 개입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 쪽에서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통보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발사체 1단 로켓뿐 아니라 또 다른 핵심장치인 발사대의 기본설계에 대한 기술력을 넘겨받아 제작설계로 바꾸어 전혀 경험이 없었던 발사대를 제작했지만 이 역시도 러시아의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우주개발의 꿈,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해
우주기술은 국력의 상징인 동시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적 전략이며, 또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높아 국가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특히 통신·기상·항법 등 위성 서비스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우주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우리정부도 지난 1996년부터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우주개발사업에 투입하고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배출과 함께 자체 우주센터를 갖추고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아직 우주개발사업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멀기만 해 보인다.

지난 달 8월 25일 쏘아올린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는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륙 후 고도 306㎞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와 분리됐어야 하지만, 이보다 36㎞ 높은 고도에서 분리가 되어 위성의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 땅에서 한국의 발사체로 한국의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고 세계 10번째 ‘스페이스클럽’ 합류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은 다시 미뤄지게 됐다.

나로호 개발은 지난 2002년 시작됐다. 당시 우주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수단인 액체로켓의 개발이 절실한 과제였지만, 국내의 기술 여건으로는 액체로켓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액체로켓 엔진에 관한 러시아의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나로호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 역시도 기술보호협정을 내세운 러시아의 원천봉쇄로 우리 연구진들은 악조건 속에서 나로호 발사를 준비해야 했다.

나로호 실패 원인, 위성호보 덮게 ‘페어링’이 문제
지난 8월 19일 나로호의 첫 발사를 시도했지만 7분 56초를 남기고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발사가 연기되었다. 많은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과학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술적 진보를 이루기 위한 현장경험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 이번의 실패 역시도 우리 과학자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비록 실패는 했지만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우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위대한 첫 걸음이되었다.

우주개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노력보다 몇 갑절 더 많은 열정이 필요하다. 더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야 할지 모르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이번 나로호 실패도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한 것이며, 단 한번의 실패로 원대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로호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실패한 원인은 위성보호 덮개인 페어링이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로호 상단(2단) 로켓 윗부분에 부착된 페어링은 이번 발사에서 이륙 216초 후 고도 177km에서 한쪽은 정상으로 분리됐으나, 나머지 한쪽이 상단에 붙은 채로 위성 분리시점까지 비행한 것이 문제였다. 페어링의 미분리는 나로호의 1단 로켓과 2단 로켓이 점화, 연소종료, 분리 등 각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가운데서도 ‘위성의 목표궤도 진입’이란 나로호 발사체의 임무 수행을 막을 수 밖에 없었고, 특히 문제의 핵심은 페어링의 무게였다. 페어링 한쪽의 무게만 위성의 4배에 달했다. 이 무게는 2단 로켓이 목표궤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방향을 방해했고, 동시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끝까지 남아 있는 페어링의 무게로 인해 방향이 틀어졌고 2단 로켓의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륙 540초 후 위성이 분리되면서 나머지 페어링도 분리됐지만, 속도가 떨어진 2단 로켓은 분리 시 위성에 충분한 가속도를 주지 못해 위성은 제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러시아 신형 로켓의 시세품 실험이라는 논란 일어
나로호는 앞으로 최소한 한 번 더 발사될 수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계약상 나로호 2차 발사는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9개월 뒤인 내년 5월쯤 발사하기로 했기 때문으로 이미 2차 발사를 위한 발사체와 위성체도 만들어져 있다. 2차 나로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번 나로호 발사의 실패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수정 작업을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변수를 제외한 당초 계획상 이야기로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좀 더 복잡한 원인들이 튀어나오거나, 정부나 항공우주연구원, 러시아 측에서 문제를 제기해 재발사에 필요한 시간이 예상보다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또한 1차 발사와 2차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한다면 2011년 3차 발사를 하기로 되어있다. 이에 따라 이번 25일 발사를 실패로 본다면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나로호를 다시 발사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으로 판단하면 나로호 발사는 2010년 한 차례 발사하고 이때 성공 여부에 따라 3차 발사가 결정되게 된다.
핵심은 이번 1차 나로호 발사를 성공으로 보느냐, 실패로 보느냐의 문제인데, 1단 로켓으로 사용한 엔진에 대한 의혹이 많았던 만큼 실패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이 전혀 없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발사에 사용된 1단 로켓엔진은 러시아의 신형 앙가라 발사체(RD-191M)를 변형한 RD-151 모델로 앙가라 발사체는 흐루니체프사가 2011년 개발을 목표로 하는 신형 발사체다. 나로호에 사용된 엔진은 이 모델을 나로호에 맞춰 개발한 것으로 이 때문에 ‘여러 번 발사를 거쳐 검증된 로켓도 많은데 왜 한 번도 발사해 보지 않은 새 로켓을 가져와 사용했느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우주개발을 위한 독립기관의 설립이 더 시급해
1960년 구소련의 카자흐스탄 우주센터에서 로켓이 폭발하면서 91명이 사망했다. 1967년에는 미국 아폴로 1호 유인우주선의 모의 이륙시험 중 화재로 비행사 3명이 사망했고, 1980년엔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대형 로켓 연료를 충전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50명의 엔지니어가 사망했다. 비교적 최근인 2003년 2월에는 우주에서 임무를 마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모기지로 귀환하기 위해 대기권에 진입하다가 지상 64㎞ 상공에서 폭발하여 우주 최강국인 미국의 명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일련의 사고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지상, 또는 이륙 후나 귀환 시 대기권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중, 특히 고도 300㎞까지는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항공 엔지니어들은 이 공기 저항을 이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기권 내에서 필요한 기술을 ‘항공기술’이라고 하며,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위한 기술을 ‘우주기술’이라고 한다. 이러한 명칭 면에서 보면 얼핏 항공기술과 우주기술이 별개인 것처럼 보이나, 우주로 나가기 위해선 대기권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즉 항공기술의 바탕 없이는 우주기술 개발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우주와 항공기술을 별도로 보고 항공기술은 지식경제부, 우주기술은 교육과학기술부에 할당하고 있으며, 우주 개발은 별도의 예산으로 지원해 왔다. 특히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나로호 사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독점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액체로켓 기술만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인 것처럼 강조해왔다. 그러나 문제가 된 나로호의 페어링은 탑재위성이 대기권을 뚫고 지나가면서 받게 되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부품으로 이는 1단 로켓 자체와는 별개인 항공기술의 핵심인 ‘시스템 통합 및 제어(System Integration and Control)’ 기술이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위성2호 궤도진입 실패는 이후 우리가 우주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항공우주 관련 기술을 집약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새로 짜야만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공기술과 우주기술 개발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독립 기관이 필수적이며, 항공기술과 우주기술이 통합된 ‘항공우주로드맵’이 작성돼야 한다.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지난 7년간의 노력 끝에 발사된 나로호는 과학기술위성2호를 목표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채 절반의 성공을 거두면서 발사 성공을 간절히 염원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우주개발 역사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며, 첫 발사의 의미를 ‘실패냐 성공이냐’의 문제보다는 ‘발사를 했느냐 못했느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0년 5월 우리나라는 나로호 2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그때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8~9개월 남짓으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주강국으로 진입하려는 우리의 염원이 꿈으로만 머무느냐, 현실로 이뤄지느냐가 결정된다. 여러 우주강국들 역시도 첫 우주발사에서 성공한 확률은 27%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는 1992년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 불과 17년만에 우주기술 개발에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그동안 과학위성 우리별 위성과 통신위성인 무궁화 위성, 지구관측 위성인 아리랑 위성, KSR-3 과학액체로켓 개발 등 우주개발을 위한 많은 노력들 중에 나로호의 실패는 많은 성공적인 성과들 중 하나의 실패일 뿐이다. 더구나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70분의 1에 불과한 정부의 열악했던 지원 속에서도 이만큼의 성공을 이뤄낸 것은 우리 과학기술인들의 대단한 업적이라 칭찬할 만하다. 또 소실된 과학기술위성 2호도 99kg의 마이크로 위성으로 그 상업적 가치가 그다지 크지 않다. 위성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위성 자체에 집착하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나로호 발사가 비록 100%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99%까지는 근접했다는 데 그 의미를 두고, 이번 발사를 통해 축적한 귀중한 경험을 토대로 첨단 우주개발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여 성공적인 재발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