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방북 北·美관계 새로운 국면 맞나
‘北’ 억류된 여기자2명 석방 결실, 북·미관계 개선의 길 열릴까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4일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4일 오전 북한에 억류 중인 미 커런트 tv 소속 유나 리, 로라 링 기자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직후 곧바로 두 여기자를 특별 사면하여 석방시켰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여기자 2명은 5일 오전 5시 50분쯤 전용기편으로 로스앤젤레스부근 버뱅크의 밥호프 공항에 도착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표면적으로 시급한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사실 그동안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비핵화·비확산’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북한은 그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태도를 줄곧 보여왔다. 북한은 유엔 차원의 제재 이후 6자회담 탈퇴는 물론 2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며 국제사회의 긴장 수위를 한껏 높여오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국제사회는 이번 방북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경색됐던 북·미관계에 큰 변화의 물꼬를 튼 것만은 분명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방북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으로 대처해왔던 만큼 그의 이번 방북에 북미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양국의 반응은 첨예하게 다르다.
북한의 평양방송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간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한방송은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현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며 저녁에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풀었다고 전하며 전반적으로 ‘화해의 분위기’를 담은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 정부의 특사가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한 것이며 북한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미 백악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지난 4일 “그의 평양 방문은 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위해 이뤄진 순전히 개인적인 활동이다”며 오바마 구두메시지와 관련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북미·남북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책전환의 계기를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양국 간 대화 창구인 뉴욕 채널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조율함에 따라 당분간 북미 대화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미국측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은 변함없다. 자국기자 2명이 미국에 도착한 후 가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길이 있다. 더 이상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서 도발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것이 포함된다”고 말하며 거듭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미국 여기자 석방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 유모씨와 최근 북한에 나포된 선박 ‘800연안호’ 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5일 통일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여 기자 문제와 유 씨 문제는 상황이 발생한 맥락이나 상황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억류문제였기 때문에 이번 여 기자 문제의 진전이 유 씨 문제, 연안호 선원 문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정부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계에서는 여 기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유 씨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의 여부를 단정해서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된다”고 말하는 등 일각에서는 대북·관계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응태도가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지 입었을 뿐인데…’ 수단 여성 체포 태형선고
“1심에서 태형이 선고되면 끝까지 상소하고 헌법재판소까지 갈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 40대가 아니라 4만대의 태형도 감내할 것입니다.”
이는 일명 ‘바지재판’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른 한 형사재판의 피고인 아흐메드 알-후세인의 말이다. 지난 7월10일(현지시각) 현지 저널리스트인 아흐메드 알 후세인 등 13명의 여성들은 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20~30명의 경찰에게 ‘단정하지 못한’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당시 바지를 입고 있던 수단 여성들은 모두 붙잡혔으며 체포된 사람 가운데 10명의 여성은 10대의 태형을 받고 현장에서 혐의를 인정하였으나, 후세인과 다른 여성2명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알-후세인은 현지 신문에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쓰는 유명 언론인이며 유엔직원으로써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수단 파견단(UNMIS)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유엔 직원에 게 주어지는 면책 특권도 포기하고 수단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 통신은 알-후세인이 “지난 20년 간 여성 수만 명이 옷차림 때문에 태형에 처해졌다”며 “이것은 분명한 악습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진실하게 밝힐 것이다. 또 나의 목표는 수단 형법 152조를 삭제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헌법과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고 말하며 끝까지 여성인권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29일 열린 첫 재판에서도 경찰에 체포됐을 때 입었던 바지와 히잡(이슬람 스카프)차림 그대로 법정에 출석하여 재판부의 판결을 요구하는가 하면, 언론매체와 유명인들에게 자신의 재판에 출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하르툼 지역은 남수단과는 달리 지난 1989년 군사 쿠데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슬람 국가 원리주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다. 수단 형법 제152조는 공공 도덕을 위반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단정하지 못한’(바지)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태형 40대에 처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하르툼의 여성들은 머리와 어깨에 숄을 걸치는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식 복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알 후세인의 변호사 나빌 아디브는 “수단 공공질서 경찰의 행위는 종종 자의적이고 의도적이며, 때때로 국민들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지뢰아가씨 대회’ 논란
‘모든 사람은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
캄보디아에서 이색대회가 열려 화제다. 대회 명칭은 지뢰 아가씨 선발 대회(miss-landmine beauty contest).
지뢰 피해로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상한 여성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는 지난 2007년 앙골라에서 첫 회를 개최한 후 캄보디아에서 올해 2번째 막을 올렸다. 이 대회는 18세 최연소 여성부터 최고 48세 중년 여성까지 20명이 출전했다. 대회 우승자는 인터넷 투표를 통해 결정되며 최종 우승자에게는 맞춤의족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대회 공식사이트에는 팔 다리가 절단된 여성들의 사진과 이번 대회 관련 각종 정보들이 공개되어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이번 대회를 두고 찬반여론이 팽팽하다.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밝게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장애는 창피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른 일각에선 장애우들의 존엄성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들을 내비추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일 캄보디아 내무부가 지체부자유자들의 명예와 존엄성 보호를 위해 대회 주최측에게 대회를 취소할 것을 요청해 이번 대회가 예정대로 마무리까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캄보디아는 오랜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이어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설치된 나라로 유명하다. 수백만 개의 매설된 지뢰 때문에 매년 수백 명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주최측은 지뢰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게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라는 것을 일깨우고, 이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함을 이번 대회 개최 취지로 밝혔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한글채택, 한글마을 생기나
지난 6일 한글이 인도네시아의 한 소수 민족 공식문자로 도입되면서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 찌아찌아족은 인구 6만 여명의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찌아찌아어(語)라는 독자 언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표기할 문자가 없어 고유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세계적으로 문자를 갖지 못한 소수민족 언어가 사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 훈민정음학회 관계자들은 직접 바우바우시를 찾아 한글 채택을 건의, 작년 7월부터 보급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학회가 이들을 위한 교과서 제작 보급에 앞장섰다.
바우바우시는 지난달 21일부터 찌아찌아쪽 밀집지역인 소라올리오 지구의 초등학생 40명에게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배포해 매주 4시간씩 수업을 시작했다.
훈민정음학회가 제작한 ‘바하사 찌아찌아1’이란 제목의 교과서는 ‘바짜안(읽기)’, ‘뽀가우(말하기)’, ‘부리(쓰기)’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모든 텍스트는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제6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140여 명에게 주 8시간씩 한국어 초급교재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해외에서 한글이 공식문자로 채택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한글 채택을 계기로 한글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한글의 세계문자화 추진과 문자가 없는 다른 소수민족들의 한글 선택도 기대되고 있다.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 사업을 추진한 훈민정음학회장 서울대 김주원 교수는 “이번 사업으로 사라져가는 언어와 문화를 실제로 살려낸다면 인류 문화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지구상 최초의 한반도 밖 ‘한글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시작 단계라 5년 정도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처음부터 우호적으로 출발했기에 한글 보급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아마디네자드 우여곡절 끝에 집권2기 취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53) 이란대통령이 지난 8월5일 집권 2기 취임선서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이번 취임식에는 대선에서 패한 무사비 전 총리와 하타미 전 대통령 등 개혁파 고위 인사 대부분이 불참했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 국가들도 이란대통령 취임을 축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축하를 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말해 아마디네자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자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이란 최고지도자로 알려진 하메네이가 대선 부정시비 이후 냉랭한 태도로 두 사람 사이가 심상찮음을 드러내며 대통령 승인식에서 아마디네자드가 하메네이 손과 볼에 존경의 뜻으로 입을 맞추려 하자 4년 전 첫 취임 때와 달리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선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해온 개혁파 세력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대선결과에 불복종했으며 자신의 후원 세력인 보수파 종교 지도자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취임식이 열린 의회 주변에서는 개혁파 지지자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에 의해 강제로 해산됐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국내외 안팎으로 자신의 취임과 관련해 말이 많은걸 염두하고 취임 일성으로 “우리는 (서방) 압제 권력에 저항하고 세계 모든 나라의 번영을 위해 차별적 메커니즘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서방세계 주도의 국제관계에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자신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국가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이란의 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