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선방했지만 ‘민간투자 확대·정책일관성’ 관건
과감한 추경예산, 금융권과 기업 수술 등 대체적 호평 받아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취임 반년을 맞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10일로 취임 6개월이 되며,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7월20일에 6개월을 맞았다. 집권 첫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에 경제 사령탑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교체된 가운데, 2기 경제팀은 외환 보유고 논란을 잠재우고 은행자본을 확충해 금융권 불안을 해소했다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재정 부양으로 경기 침체 고삐를 잡은 것도 이들의 공로다.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했던 것보다 잘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들이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윤 장관이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집행을 주도해, 올해 초 국회에서 결정된 2009년도 예산 257조 7,000억 원 중 167조 1,000억 원, 6월 중 통과된 추가경정예산도 총 15조 1,000억 원 중 4조 4,000억 원을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했다.
진 금융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대외 신인도 위험을 겪고 있던 우리 금융권과 중소기업에 중장기 대책을 제시했다. 각종 외신발 위기설이 반복되는 것이 일상적이고 단기적인 대응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이 재정 정책을 집행하는 동향도 참고한 것이다.
진 위원장은 시중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1년 만기 연장을 할 것과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것이라는 데 동의를 받아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압박을 가하는 등 금융권을 통한 산업 체질 개선을 주도한 것도 진 위원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팀 2기의 성과가 나름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서기까지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경제팀이 하반기 들어 한층 고전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실탄’이 떨어져 간다는 데 있다. 올해 하반기에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101조 3,000억 원대. 총 272조 8,000억 원 중 171조 원대를 이미 상반기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착시현상을 이어 나가려 해도 힘이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2기 경제팀은 민간의 투자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투자가 하반기를 책임져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은 지난 7월15일 “상반기까지는 재정으로 버텨왔지만 이젠 민간의 설비투자 확대로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장관은 구체적으로 자동차 업계를 거론하면서 당국에서는 이미 모든 혜택을 다 줬는데 기업이 미온적이라고 불평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 투자를 선뜻 늘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이 같은 투자 위축을 해결하지 못하면 하반기 경제침체와 실업 증가, 가계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 투자를 어떻게 늘릴지가 관건이다.
한편 윤 장관과 진 위원장의 2기 경제팀이 ‘일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세 정책과 관련, 최근 경제사령탑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6월28일 국회에서 “법인세, 소득세 인하 계획 유보를 윤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다음 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에 참석해서는 “정부의 감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 등 감세 정책을 둘러싼 혼선을 야기했다.
이러한 감세 정책 논란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최근 서민정책과 곳곳에서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강만수 경제팀의 실패가 정책 일관성을 잃었던 데 원인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2기 경제팀이 재정정책 이후의 카드가 마땅찮다는 데서 스스로 위축돼 자충수를 남발할지 임명 초기의 솔직함을 이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