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권하는 사회

2004-06-26     글/오은미 기자
아름다움을 좇는 사람들 어떻게 볼 것인가
‘성격 못된 여자는 참을 수 있어도,얼굴 못생긴 여자는 참을 수 없다!’
지성인이라고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도 미팅, 소개팅하면 으레 한마디씩 오가는 우스갯소리. 그 말들은 ‘아름다움’이 외형적으로 수치화ㆍ획일화되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윤리적으로 내면의 미를 강조하던 어릴적 부모님의 말씀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 사회는 많이 변화했고, 곳곳에 함정이 드리워져 있다. 게다가 돈과 남성중심의 권력 구조가 미묘한 양상을 띠면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주관적인 미의 잣대로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탓할 바도 아닌데 인공미인이 갖는 사회적 편향과 비하 역시 왜곡된 성형문화를 형성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신감 회복시키는 인공성형 유행 … 성형 중독현상까지
최근 여대생의 절반 이상이 미용성형을 한 경험이 있고 10명 중 8명은 미용성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성형공화국’이라는 등식이 거짓이 아님이 입증된 것이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류인균(柳仁均) 교수팀은 전국의 여대생 1,565명, 남자 대학생 469명 등 2,034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조사한 결과 여대생의 52.5%(821명)가 미용성형을 했고 82.1%(1285명)가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은 것으로 200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의 52.1%는 나중에 결혼 후 자녀에게도 성형수술을 시키겠다고 응답했다. 또 68.1%는 조사 당시 미용성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정신과에서는 성형수술에 몰입하는 것을 내적 갈등을 신체에 대한 염려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모가 멀쩡한데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사소한 결함에 집착해 생활에 지장을 받고 성형에 집착하는 것을 ‘신체이형(異形)장애’라고 정의하는데 한국사회 전체가 그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감 회복시키는 미용 성형 유행

얼마전 한국 여성들이 극단적인 성형수술도 불사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과잉 성형수술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WSJ에 따르면 한국의 기존 성형수술은 턱을 깎거나 코를 높이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슈퍼모델처럼 미끈한 다리를 위한 종아리 근육제거 수술,심지어 처녀막 복원수술에까지 여성들이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 여대생들을 비롯한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성형수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며,이제 성형수술은 단지 아름다움을 좇는 행위일 뿐 아니라,수술을 받을 수 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부(富)의 구체적인 상징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는 한 건물 건너마다 성형외과가 즐비하다. 심지어 한 건물의 위아래 층에 성형외과가 각각 하나씩 자리잡기도. 이같이 성형외과가 한 곳에 몰리는 것은 주변에 패션을 주도하는 상점과 백화점이 자리한 탓도 있고, 젊고 유행을 좇는 사람들이 이 거리에 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 거리를 걷다보면 눈에 띠는 미인들 또한 흔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성형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여성만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성형수술의 바람이 남성에게도 불고 있다. 특히 피부에 대한 미용성형이나 입사 면접을 위한 성형도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성형수술이 일반화되어 심지어 텔레비젼 시트콤에서 ‘치과에 성형수술 하러간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

쌍꺼풀 수술은 입학선물!

지난 시절 성형수술은 은밀하고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나 성형수술했어!’라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이 늘고있다. 한 술 더 떠 성형부위가 너무 크거나, 선명해서 성형수술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 수술법이 유행한다고도 한다.
여기에 겨울도 아닌 계절에 ‘빨간 스카프’를 한 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한 사건(?)도 성형수술의 붐을 보여준다. 성형한 부위를 가리기 위해 둘러 싼 빨간 스카프. 이것은 또한 성형한 이의 꿈을 이뤄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는데.
또 성형 수술 광풍은 특정 지역의 일이 아니다. 서울 강북 여대생의 55.1%, 강남 53.8%, 지방 광역시 50.9%, 기타 지방 도시는 52.5%가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또 여대생의 25.3%는 눈 미용수술을 받아 ‘쌍꺼풀수술은 입학선물’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이 입증됐고, 다음이 점 빼기 22.0%, 코 3.6%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형의 ‘중독 성향’이 뚜렷이 입증됐다. 성형을 안 한 사람은 67.1%가 성형수술을 희망한 반면 한번이라도 성형을 한 사람은 95.7%가 더 받겠다고 응답한 것. 또 온몸 성형을 무료로 해준다면 받겠느냐는 질문에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대생은 23.5%, 성형수술 경험자는 35.7%가 ‘예’라고 응답했다. 남성도 5.8%가 미용성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3.8%는 점 빼기, 1.1%는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성형수술을 받은 이유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43%), ‘주위의 권유’(25.3%) 순이었고 ‘우연히’와 ‘좋은 외모가 실생활에 유리하다는 기대감’이 각각 11.3%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자신감은 수술 직후 잠깐 좋아졌다가 나중에는 다소 약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형수술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현재 자긍심을 수치화했더니 수술 애호자는 33.9점으로 그렇지 않은 여대생의 34.7점보다 낮았다.
조사팀은 여대생을 수술을 받지 않은 여대생 쌍꺼풀수술만 받은 여대생 쌍꺼풀 이외의 수술을 받은 여대생으로 나눠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쌍꺼풀 이외의 수술을 받은 사람은 다른 두 집단의 여대생보다 대인관계가 예민하고 우울, 불안, 적개심, 공포불안, 편집증 등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쌍꺼풀 이외의 수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자신이나 남에 대한 평가, 기분 등이 들쭉날쭉한 ‘경계선 인격장애인’이나 ‘의존성 인격장애인’도 많았다. 또 이들은 다른 두 집단에 비해 남을 탓하고 충동적인 행동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없는 성형수술 ‘아는 게 힘’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도 난감한 경우가 많다. 대개 입소문을 통해 전해들은 ‘어느 병원은 어딜(해당 부위) 잘 하더라’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는 선뜻 병원에 들어서기가 망설여진다.
먼저 어느 병원을 찾아야 할지, 수술 전에 해야 할 일은 없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수술 후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잘 아는 의사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다. 의사들 가운데도 어떤 사람은 코 성형수술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쌍꺼풀 수술을 잘하는 등 전문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소개해 줄 의사가 없다면 수술을 잘 받은 친구나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자신이 받을 부위와 같은 곳을 수술 받은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이때는 소개해 준 사람이 그 병원을 선택한 동기나 수술 경과, 의사의 인품과 실력 등도 따져봐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성형외과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최소한 세 군데 이상에서 비용을 파악한 후 결정하는 것을 권한다. 물론 성형수술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최대 이유이지만, 수술비용이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일단 마음을 정했으면 상담에서 수술까지 한 의사에게 해야 한다.
자신이 받고자 하는 성형수술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은 필수. 어떤 시술법이 가장 안전하고 비용면에서는 어떤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즉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맡기는 것도 위험하다. 흔한 레이저 치료의 경우에도 여러가지 레이저가 다양한 목적에 따라 적합한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수술 후 관리가 중요

간단한 위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도 전날 음식물 섭취를 금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멀쩡한 살에 마취를 하고 칼을 대는 수술인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가 안전한 수술과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먼저 환자는 수술을 받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좋게 만들어야 회복이 빠르고 수술시 출혈도 줄어든다. 특히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어지는 경우에 대비해 자신이 받는 수술이 이후에 원상태로 복원이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한다. 코를 높이는 수술이나 가슴을 확대하는 수술처럼 삽입물을 넣는 것은 그것을 빼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쌍꺼풀 수술처럼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은 한 번 만들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원상복귀를 위한 수술, 예를 들면 가슴 축소수술은 확대수술에 비해 최소 2배 이상의 비용과 위험성, 수술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술 후 부기를 일찍 빼겠다고 약을 먹거나 찜질을 심하게 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 실을 완전히 뽑기 전에 수술 자리를 비벼대면 실이 풀릴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약이나 기호품도 멀리해야 할 대상이다. 수술 전과 마찬가지로 아스피린이나 호르몬제재는 지혈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술이나 담배를 지나치게 많이 할 경우에는 통증이 심해지거나 수술결과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수나 목욕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실을 풀면 세수나 화장이 가능하지만 되도록 수술 후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 실 구멍이 완전히 메워진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다. 탕 속에 들어가 목욕을 할 때나 샤워, 머리감기, 운동 등은 제한된 기간에는 절대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수술 날짜를 조정해야 하고 수술 전 후 필요한 것을 챙겨야 한다. 아래는 그 중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다. 예를들면 수술전에 담배를 끊는다든지, 생리중에 수술을 하지 않는 등의 상식적인 것들을 들 수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

얼마 전 TV에서 인기 연예인들이 불법 성형수술 시술자에 의해 심각한 수술 후유증을 겪는 것이 보도 된 적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명성에 흠이 날까봐 몰래 수술을 감행한 결과 자신의 아름다웠던 부위를 망치게 된 것이다.
연예인들이 시술 받은 수술은 물론 비용면에서 일반인들의 수술과는 비교될 수 없는 만큼 비싼 것이다. 즉 값비싼 수술이 만사형통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싼 가격은 더욱 말이 안 된다. 외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맞다.
심지어 일부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행해지는 불법 성형수술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보통 싼 가격과 편한 분위기때문에 환자들이 유혹되는데, 이들은 모두 무자격자이다. 주로 눈, 코 성형수술, 얼굴 주름 제거술을 하는 이들 무자격자들은 피부에 파라핀이나 공업용 실리콘을 주사하는 등 상식이하의 짓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수술기구나 장비도 부족해 출혈사고를 일으킬 소지를 항상 안고 있으며 가정집이나 미장원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대부분 수술이 이뤄져 수술 후 염증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목숨까지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술비용을 따지기 전에 과연 수술이 안전한가, 시술자는 믿을 만한가, 수술 후 부작용은 없는가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속담을 백 번 실천해도 부족함이 없는 대목이다.

매스컴 탄 유명의사 맹신도 위험
성형수술은 인체 한 부위 특히 얼굴에서 한 부위와 다른 부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너무 튀는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데도 일정부위를 더 키우는 것은 자칫 균형과 조화를 깨뜨린다. 즉 한 부위를 수술한다고 해서 얼굴 전체가 예뻐지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수술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성형수술로 유명한 즉 매스컴을 탄 유명의사를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매스컴에 많이 나온 의사라고 반드시 실력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유명세와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체질적인 문제나 현재 질병이 있는 사람 중에는 성형수술을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혈우병이나 당뇨병으로 혈액 응고에 문제가 있는 사람, 임산부, 경구 피임약 복용자, 여성 호르몬 투여자 등은 의사와의 상담 후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